광주의 국어교사로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와 삶, 삶과 문학이라는 측면에서 지나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자 내면화를 통해 지속해야할 중요한 시대정신이다.그동안은 주로 단편소설(공선옥의 ‘라일락 피면’ 등)을 읽고 오월 정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매번 수업이 비슷해 고민하고 있을 때 “저수지의 아이들”을 만났다. 부모 덕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한혁이 무리와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은 선욱이가 담임교사 및 전학생 민병이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다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그 죄를 모두 뒤집어쓴 선욱이 엄마의 고향, 광주의 후남마을에서 근신하다 5.18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고, 학교폭력의 진실도 밝히며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논쟁을 통해 광주민주화운..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강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지주연과 박서은. 그런데 어느 날 박서은이 벽돌에 머리를 맞은 채 학교 뒤 공터 으슥한 곳에서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주연은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다. 가족, 주위 사람들, 변호인,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정황과 증거, 평소 둘의 관계, 주연의 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주연을 범인으로 단정한다. 그러다 최초 목격자가 나타나고 범인이 지주연으로 특정된다. 마지막 반전이 있지만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낀다. 소설의 제목 “죽이고 싶은 아이”는 관계 속에서 중의적으로 읽힌다.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주연은 ‘죽이고 싶은 아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어 간다. 이기적이..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주인공 레오니다스. 같은 이름의 스파르타 전쟁 영웅을 닮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지만,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등 예민한 성격이다. 게다가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할머니 보호 속에 살지만 할머니 마저 돌아가신다. 아버지와는 대화가 거의 없으며 아버지는 남자다움을 요구한다. 학교 매점 봉사활동을 하다 농구부 주장인 드레이크와 싸운다. 일방적으로 맞았지만 학교에서는 레오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일주일에 한 번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벌을 받는다. 게다가 호신용으로 격투기를 배우라는 아빠의 지시로 체육센터를 다녀야 하고. 격투기를 피해 들어간 곳이 ‘핫요가’이고 고조할아버지 이래로 원수 집안의 자손인 ‘이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요가를 하면서 레오는 마음의 ..
아내의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이 책을 첫 번째 토론 도서로 정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재미있다며 적극 권했다고. 우리 학교 1학년 여학생도 이 책을 ‘5분 독서’ 때 읽어도 되냐고 물었다. 아직 우리 학교 도서실에 없다며.그래서 담양공공도서관에서 책을 찾았다. 2권 소장하고 있다고 적혀 있는데 안내된 서가에는 없다. 포기하고 전남공공도서관에서 함께하고 있는 중1~2 라이브러리 스타트 코너를 살펴보다 이 책을 발견했다. 반가웠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타임슬립을 소재로 했겠다 싶었다. 은유는 아빠와 함께한 2016년 새해맞이 여행지의 이벤트로 1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1982년 은유에게서 답장이 온다. 이렇게 이야기는 현재의 은유와 그 이전 시대를 사는 은유가 시공..
몇 차례 담양도서관에서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찾았으나 계속 대출 중이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작품을 살펴보다 이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가정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재’는 아빠의 화풀이 대상이다. 아빠는 일이 잘못되는 모든 원인이 은재에게 있다는 듯 수시로 때리고 감금한다. 그 속에서 은재는 자포자기하게 된다. ‘우영’은 엄마의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이다.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며 성적에 따라 끊임없이 언어 폭력을 당한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은재’에게 주변 사람은 조금 심하지만 가정 교육이라며 참견하지 않는다. 언어 폭력은 당하는 ‘우영’에게는 이것이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을 다룬 이야기들은 읽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긍..
작년 12월, 양철북에서 책을 보내주셨다. 매번 새 책을 출간할 때마다 잊지 않고 보내주신다, 고맙게도. 얼른 읽고 소감을 나눠야 했는데, 담임으로서, 자유학년제 부장으로서 학년말 업무가 많아 책장에 꽂아 두기만 했다가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다. 조현병을 문제 상황으로 다룬 청소년 소설이라니 양철북다웠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와 조현병이 잘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표지를 볼 때마다 거듭 표지가 많은 것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김이 서린 거울, 또렷하게 보기 위해 닦아내지만, 또렷한 곳이나 흐린 곳 어디든 나타나는 캐릭터들, 제목과 글쓴이, 옮긴이의 이름을 거울에 쓴 손글씨로 표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조현병을 다룬 청소년 소설을 처음 읽었다. 읽으면..
"섬데이" 책따세의 2021년 겨울 추천 도서 목록을 보고 만났다. '앤젤린'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내일 날씨도 알며, 처음 본 악기도 잘 다루는 천재다. 그래서 사람달은 앤젤린을 다른 사람으로 구별지으며 관계를 만들어 가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빠도 언젠가(someday) 위대해 질 딸에 대한 부담으로 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13) 어찌 보면 아벨은 앤젤린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했다. 멍청한 짓을 해서 딸을 망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나 같은 바보가 어떻게 천재를 키울 수 있겠어?" 아벨은 종종 그런 의문을 품었다. 사람들이 딸을 천재라는 별명으로 부르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절반만큼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71) 아벨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딸에게..
작년 11월 독서모임에서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고 읽어보자고 했는데 경황이 없어 읽지 못했다. 모임 샘들이 다들 지쳐 올해는 모임을 쉬기로 했다. 독서 모임의 마지막 책이 될듯. 책 제목 '나나'는 이름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두 명의 나(나, 나)는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 그런데 문제는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기에 돌아갈 수 없다. 일주일 안에 육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영혼만 하늘나라로 가고 육체는 남아 살아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구천을 떠돌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남은 가족들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몇 편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영혼과 육체가 분리돼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새롭다. 이야기에서는 사람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육체는 자신의 ..
2017년 "원더"라는 영화를 통해 이 책의 이야기를 먼저 접했다. 그러다 올해 모임에서 이 이야기의 원작이 있다며, 요즘 아이들과 읽고 토론해 보면 좋다며 추천을 받았다. 제본한 책처럼 느껴지는 표지, 내지도 거의 편집을 하지 않아 투박해 보이지만, 읽어보면 내용이 투박함을 채워준다.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어거스트'를 중심으로, 어거스트를 사랑하지만 어거스트의 누나임이 부담스러운 친누나 '비아', 중학교에 입학해 점심시간 홀로 식탁에 앉아 있는 어거스트에게 같이 먹자며 앞자리에 앉는 '서머'., 교장 선생님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환영친구 역할을 맡았지만 점점 진정한 친구가 돼 가는 '잭', 비아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잘 아는 남자친구 '저스튼', 비아의 소꿉친구이자 어기와도 친했지만 여러 가지..
출판사에서 지난 4월 책을 보내주셨다. 바로 읽고 소감을 나누어야 했지만 학기 초라 경황이 없었다. 방학하자마자 책을 들었다. 표지가 인상적이다. 제목처럼, 달이 뜬 밤 산등성이로 묘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공작처럼 날개가 화려한 새 한 마리가 보인다. 산 아래로 촘촘이 들어찬 집들과 거센 파도를 날아다니는 은빛 물고기, 그 가운데 창가에서 바다를 바라 보는 소년이 눈에 띈다. 제목도 인상적이다 '관 짜는 노인'. 이야기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시대와 장소를 짐작하기 어려운 알로라 마을은 하늘을 나는 물고기와 구불구불 아름다운 골목길로 유명하다. 이곳에 살고 있는 목수 알베르토는 아내와 세 자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전염병으로 모두를 잃는다. 마을의 관을 짜는 사람도 전염병으로 죽어 알베르토가 직접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