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하면 화려함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 '컬러풀'은 화려함 보다는 인생과 세상이 긍정과 부정 등 다양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도 서로 긍정과 부정의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끼칠 수 있다는 걸 상징하고 있다. 이야기는 지상에서 죄를 짓고 죽은 '내'가 추첨에 당첨되어 다시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누군가의 몸을 빌려 수행을 쌓을 기회를 얻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행하는 동안 내 전생의 기억을 되찾으면 승천해서 다시 윤회가 시작되고. 내가 몸을 빌려 살아가게 될 사람은 사흘 전에 자살을 기도한 ‘마코토’라는 아이. 마코토는 친구들에게도 소외당하고, 바람을 피우는 어머니와 이기적인 삶을 사는 아버지, 마코토를 무시하는 형 때문에 힘들어했다. 게다가 마코토의 짝사랑인 히로카가..
표지를 보면서 이상의 ‘날개’를 떠올렸다. 그래서 ‘가렵다’를 뭔가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래서 근질근질하다는 느낌으로 책을 들었다. 이야기는 이름과 전학에 대한 스트레스로 또래 사이에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강도범’과 학생 중심의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기존 교사문화와 충동하는 사서교사 ‘수인’ 샘에게 초점화 돼 있다. 오히려 ‘수인’ 샘에게 더 초점화 돼 있어, 읽으면서 이게 청소년문학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교사는 ‘갑’이고 학생은 ‘을’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보다는,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고, 홀로서기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삶의 문제 속에서 흔들리는 성장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도반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불안감을 작가는 ‘가려움’..
‘사고로 일곱 살이 되어 버린 아버지, 야동, 몽정, 자위, 매운 맛’ 등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배치했음에도 나는 조금 싱겁게 읽었다. 이런 자극적인 인생의 양념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는 중심 줄기와 섞이면서 짜지도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삼삼한 맛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면, 일단 처절한 외로움 속에 몽정과 자위를 하는 주인공 길동, 아픈 과거를 매운 맛으로 잊으려 하는 미령,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 희우, 그리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가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마파두부와 고추조아를 가리킨다. 일곱 살짜리 지능을 가진 아버지와 재개발 보상금을 주식으로 날려버리고 도망간 형, 끊임없이 닭을 튀겨야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함께 나눈 즐거움이나 행복보다는 함께 나..
책을 읽으면서 2005년 정도에 방영되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이 생각났다. 고등학생이 된 옥림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올림의 시즌2는 "난 공부를 못해"라는 제목으로, 성적 때문에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와 갈등하는 옥림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옥림이는 엄마와 갈등하며, 엄마의 편견에 가까운 참견을 견뎌내고 버티는 것 같지만, 실은 그 과정에서 자존감 역시 크게 상처받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옥림이가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꿈으로 나타낸다. 비슷한 꿈을 여러 차례 꾸지만 누구를 찾는지 몰랐던 옥림이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떠난 가출 가까운 여행에서 내 뜻대로 살 수도 있음을 친구에게 들은 후, 꿈속에서 찾아 헤맨 게 자신이었으며, 남이 아닌 자기 자신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퍼포먼스..
문제는 ‘외로움’이었다. 스미레의 눈물나는 고군분투 중2 생활의 시작점은 ‘외로움’이었다.그렇기에 스미레의 짧은 치마도, 진한 화장도, 반항적인 말투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한여름의 태풍같은 기복 많은 스미레의 중2 생활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지금도 힘들게 중학교 시절을 견디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은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와 사회에 문제점을 ‘툭’ 하고 던져 놓는다. 어른스럽다는 것이 뭘까,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학교는 어떤 곳이며 어떤 곳이어야 할까? 스미레의 눈으로 바라 본 중학교는 사뭇 부정적이다. 리스트 컷(자살)의 충동까지 이겨낸 스미레는 ‘좋아하는 간식이나 따뜻한 차라도 들면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는 편이 낫다.’라고 충고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개인적인..
사춘기.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칠 내 모습에 끊임없이 촉각을 세우기 시작한다. 행동과 사고의 기준이 또래 친구나 부모였다면, 처음으로 의식한 이성 친구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나에 대한,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에 대한, 그리고 내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으로 혼란을 겪는 시기. 이런 시기가 사춘기 아닐까. 모임에서 만들고 있는 책 와 엮어 읽을 소설로 와 를 떠올렸다. 모두 성장 소설이며, '첫사랑'을 통한 성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특별히 와 는 인물의 성격과 변화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소녀가 전하는 '관심'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는 소년과 줄리가 전하는 선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브라이스의 모습이 비슷..
차오원쉬엔의 글에는 일정한 향기가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자신의 관심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것에서 그런 의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산업화나 현대화된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좇아갈 생각이 없다. 산업화가 진행되기 이전의 중국, 문화대혁명이 있었고, 운하를 배경으로한 농촌의 삶이 배경이다. 특히 내가 읽었던 3편의 소설 , , 가 그랬고, 중 ‘안녕 싱싱’은 와 거의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야풍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지만 거기에서 아빠와 아이의 희망이 녹아있다. 산업화 이전에 삶은 결국 하늘에 의지하는 삶이다. 자연의 세세한 변화나 울림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아버지의 꿈과 아이들의 꿈은 겹쳐진다. 갑작스런 태풍에 야풍차는 부서질듯하고 아들은 목숨을 걸고 ..
한마디로 말해 여학생 대상 미국판 성교육(성폭행 대처) 지침서이다. 이 글을 읽은 모든 여성 독자들은 남자의 존재에 대해 불쾌감 내지 혐오감까지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남자 인물들은 모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레슬리를 괴롭히는 제이슨은 물론이고, 다른 여성과 바람이 나 이혼한 아버지에, 여드름 투성이의 급우 어니 불더까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혐오스런 행동(특히 제이슨의)에 역겨움까지 느끼기도 하고, 과연 이게 현실일까,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되는 건가, 이건 성인도 흉내내지 못할 행동인데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지금은 아이들에게 읽혀야겠다고 생각한다. 먼저 주인공 레슬리의 발견이다. 레슬리는 이른 바 ‘노는 아이’이다. 복장이나 말투, 학교..
몇 년 전 광주국어교사모임에서 주관한 태백산맥 문학기행에서 조정래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라 아들과 갈등을 풀어냈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소설가에다 성장과정에서 형제까지 많았던 조정래 선생님은 아이를 하나만 낳기로 했고, 그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엄하게 길렀다고 한다.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성인이 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어느 날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단다. 4부를 쓰고 있는 터라 한시가 급했지만 자식이 더 소중했기에 아들과 함께 속초까지 2박 3일 여행을 갔단다. 여행하면서 잔소리..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청소년 소설의 스테디셀러로 남아 있는 책이다. 미국이라는 문화, 사회, 시간적인 차이가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리 모두가 ‘아웃사이더’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14살 주인공 포니보이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두 형과 살아가고 있다. 포니보이가 어울리는 인물들도 부모가 없거나 둘 중 한 사람이 없고, 그나마 둘 다 살아 있는 아이는 부모의 무관심과 폭력에 시달리며 모두 빈민가 출신이다. 겉보기에는 비참하고 불쌍하며 불량스럽게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과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그렇듯, 포니보이도 어느날 자신의 형편을 파악하게 된다. 자신을 믿지 못해 잔소리를 하는 큰형이 싫고, 그렇게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