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반 '다독다독'의 올해 첫 토론을 위해 고르고 고른 책이 바로 조금은 긴 제목의 다. SF소설로 정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국 현실의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니 학생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의미를 담고 있고, 첫 책이니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을 뒤져내 이 책을 찾아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틴 스토리 킹'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회가 벌써 3회나 되었다니! 100명의 학생들이 심사자가 되어 뽑는 책이니 의미는 물론 재미는 이미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니, 토론반 학생들 중 책 읽기가 더딘 학생까지도 다 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다음 주에 함께 토론할 예정인데, 시험기간임에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면 함께 나눌..
신간도서 서가의 진한 오렌지색 책등이 눈길을 끈다. 표지의 삽화도 눈을 잡는다. 세상을 나타내는듯한 정육면체에 남녀 청소년이 다부진 표정으로 모여 있고 정육면체는 공전하는 궤도와 연결돼 있다. 정육면체의 각 면은 여러 레이어가 중첩돼 있고 있고 내부의 풍경은 고전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조화가 보인다. 남매가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며 '진정한 남매'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일까. 이야기는 시작부터 바로 문제상황을 드러낸다. 그래서 금방 이야기에 몰입하며 주인공 백유진을 따라가게 된다. 외동인 백유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친오빠 '백도진'이 등장한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친오빠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백유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친오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실시한 유전자..
자주 이용하는 담양공공도서관에서 올해 '한 책 읽기'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이 책 "순례 주택"을 선정했다. 어떤 책일까, 청소년 독서 길라잡이로 살펴볼 수밖에^^ 표지는 빨간 벽돌 담벼락 바탕에, '순, 례, 주, 택' 네 글자가 원 안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 한 자 한 잔 글꼴이 조금씩 다르다. '순례'라는 주택을 배경으로 동글동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측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김순례 씨의 다세대 주택. 단순히 건물주의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순례'라는 이미지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순례자(관광객이 아닌)들의 따뜻한 공동체다. 그런데 이곳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형제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급..
2학기 1권 읽기 수업을 위해 '매체', '유튜브'로 준비하며 골라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정리돼 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독일에서 발간한 책이어서 한국보다는 독일과 서방국가 예시가 많아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잠시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청소년의 논높이에 맞게 쉬운 말로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책 곳곳에 흔적이 보인다. 어쨌든 뉴스 자체, 언론에 대해 무지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48) 클릭베이트는 중요한 사업모델이 되었습니다. 같은 매체가 그 예예요. ~ 헤드라인이 자극적일수로, 사진이 요란할수록 더 많은 클릭수를 올리고, 그만큼 더 많은 수입이 확보돼요. (69) '필터버블'은 필터링된 정보에 갇히는 ..
내용, 문장의 전개가 깔끔하다. ‘늘 같은 상태’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적확한 단어를 사용하려는 인물들 덕분에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것들이 이야기를 더 낯설게 한다. 미래 어느 시기에, 인류는 ‘경험’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제거한 ‘늘 같은 상태’를 만든다. 신생아 수도, 직업도, 마을도, 자연 상태도 변수가 있어선 안 되며, 몇 번의 실수를 더 하거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즉각 ‘임무 해제’를 통해 제거한다. 그래도 혹시나 있을 변수를 대비해 ‘기억 보유자’를 둔다. 그가 임무를 해제할 즈음에 새로운 기억 보유자를 뽑아 기억을 전달하도록 한다.새로운 기억 보유자인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사랑, 행복, 외로움과 같은 것들을 경험하고, 선택할 수 없..
'파라나'는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파란 아이'를 줄인 말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야기는 퍽 부담스러운 단어인 '착한다', '착한 아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착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인데, 대상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단어이기에 '착하다'는 절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착하다가 자주 쓰이는 맥락은 다음과 같다. '우리 선생님은 착해요', '우리 아이가 착해서 문제예요', 또 '착한 가격'이런 말을 들으면, 착하다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자체가 힘의 균형을 잃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한쪽의 언어, 정치적인 단어라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정호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싫어 어렸..
사막을 배경으로 닌텐도 Wii Fit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여학생 3명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게 보인다. 이 학생들은 각각 체중과 여성미, 피부 때문에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의 관리를 받는다. 그런데 죽을 각오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으며 삶을 개선하는 다이어트를 진행한다. 표지 배경이 사막인 것도, 힘들 때마다 보라며 아르주만드 민이 준 사막의 모래도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본질을 대면하고자 노력했던 고등학생들에게 익숙한 ‘생명의 書’와 같은 공간이다. ‘아르주만드(arjumand)’는 우즈베크어로 ‘소중한, 사랑하는, 귀여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표지도, 제목도, 내용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야기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겉치장..
1989년내가 중학교 3학년이었던 시절! 이 책의 주인공도 중학교 3학년으로 1989년을 보낸다. 롯데월드를 연상시키는 원더랜드를 중심으로 자본주의 개발의 허상을 깨달아 가는 주인공과 궤를 조금 달리하여, 내게 1989년은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고 '참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시절이었다.(1989년 실제로 롯데월드가 개장했었다) 군사독재시절을 거쳐 서서히 민주화의 물결이 태동하던 1980년대 말엽은 그렇게 격동의 시기였던 것 같다. 요즘 노전 두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완납한다고 선언하기까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시대는 오히려 20년이 지난 지금이 더 후퇴하는 것 같다. 반칙을 일삼던 육군소령의 아들이 승협이에게 시합에서 질 것 같으니 내뱉은 '빨갱이..
이 작가 참 대단하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중3 남학생, 우울증으로 폭식을 하는 뚱뚱한 스물셋 전화상담원. 교집합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소설 를 만들어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희망을 다룬 부터 청소년의 성과 사랑, 임신을 직설적으로 다룬 를 거쳐, 가정폭력과 치유를 다룬 이 작품까지 이옥수라는 작가 참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청소년들의 문제를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아픈 점을 가장 직설적으로 그려내면서, 가장 극적인 희망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라는 사실을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잊고 산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다. 강민의 형과 아버지로..
매주 사소한 도난(분실) 사건이 한두 건 있다. 삼선슬리퍼는 기본이고, 체육복 반바지, 교과서 등. 경력이 쌓이니 아이들과 만나는 3월 첫 날부터 도난 사건에 대한 주의를 하고 시작한다. 우리 반 다른 친구들을 ‘도둑’으로 생각하기 전에 관리부터 잘 하자고. 솔직히 이런 지도 사항은 면책용일 뿐이다. 어차피 도난(분실) 사건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찾아줄 수도 없으니 담임으로서 할 말은 다 했다는. 그런데 가장 골치 아픈 도난(분실) 사건을 소재로 의 김려령이 글을 썼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여러 대목에서 대한민국 고등학교 교육을 통찰하는 작가의 안목에 감탄했으나, 정작 해일의 행동은 결말이 되어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일의 범죄 행각(?)을 쉽게 용서해 준 쿨하고 멋진 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