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며칠 앞두고 2시간 교무실과 복도가 시끌시끌했다. 선생님들의 신발이나 교과서를 빌려 달라는 아이, 학교운영위원실에서 제기차기나 팔씨름, 공기놀이를 하자고 초대하는 아이들로. 이른바 1학년부에서 주관한 '독서맨' 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름에서 살짝 느껴지듯 SBS '런닝맨'의 학교 버전이었다. 1학년부장 선생님의 강력한 독서교육 의지로 진행된 행사인데, 시교육청에서 중학생들에게 추천한 도서 4권(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기후위기인간, 불편한 미술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 2권을 읽고 학년부장 선생님이 출제한 퀴즈에 통과하면 모둠 단위로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해결하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격려하며 경쟁적으로 책을 읽고 활동에도 재미 있게 참여했다. 1학기를 돌아보는 글쓰기에서 ..
전국교사대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과 남산 근처에서 하루를 보냈다. 날마다 부쩍 커 있는 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조망하고 돈가스를 먹은 뒤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생각보다 일찍 용산역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기차 출발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용산역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아직은 오월이라 그늘은 제법 선선했다. 바람을 쐬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기 시작했다.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에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이 더해져 이야기는 불안 불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광주송정역까지, 집에 도착해서도 줄곧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책 속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
책을 읽고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었다. 생각만 했을 분인데 페이스북에서는 '아이슬란드로 여행가야 하는 이유'라는 광고가 자주 노출되고 있다. 재작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를 보며 아이슬란드와 후사비크에 대해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관심이 생겨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여하튼 오로라와 고래를 보기 위해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고래와 같은 지구적이고, 오로라와 같은 우주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그곳, 자연의 힘이 큰 시공간일수록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 느낌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작가의 이전 작품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을 떠올리게 한다.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이나 글꼴 등 스..
담양공공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전남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샘들이 매월 추천해 주는 책이 있다. 방학을 맞아 추천도서목록을 훑어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불편한 편의점"과 분위기가 비슷할 것 같았는데 청소년의 밝은 기운이 더해져 훨씬 따뜻한 책이었다. "불편한 편의점" 독후감에서 단어의 조합이 역설적이라는 느낌을 적었다. 편리함만을 추구할 것 같은 편의점에서 오히려 진한 사람의 냄새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 책도 그렇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는 짧은 시간에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먹거리와 쉼터까지 제공해 주는 편의점이 삶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를 이야기할 정도이니. 중3 '이루다'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나름 화목한 집에서 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상황을 만난다..
올해 5월 성취기준과 5·18 수업을 연계하여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저수지의 아이들”을 선택했다. 아내의 추천으로 읽었는데 5·18의 진실을 다루면서 5·18과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소설로 잘 표현했으며, 주인공 선욱이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다는 점에서 성장소설로도 좋은 작품이었다. 중1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고. 수업은 책을 각자 정리하고 질문하며 읽은 뒤, 모둠 별로 공통 질문(가장 인상 깊은 장면과 책에 나타난 혐오표현과 이유)과 모둠 자율 질문을 정해 책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대화 내용은 패들렛에 그대로 공유했으며 서로 댓글을 달며 학급 전체가 소통하도록 했다. 수업 마무리는 ‘서평 쓰기’로 ..
2018년, 국어교사모임에서 중학생들에게 추천할 5.18 관련 문학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이 책을 소개받았다. 그간 여러 사정으로 읽지 못하다 이번에 중학교 1학년들과 함께 읽을 5·18 관련 작품을 살펴보다 이 책을 떠올렸다. 이 책에는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중 첫 번째 단편 ‘명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명령’은 중3 친구가 함께 중고서점에서도 놀다 먼저 서점을 나섰다 계엄군에게 시민군의 연락책이라는 오해를 받고 구타를 당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한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무서운 상황이었음에도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참을 시달리다 결국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친구가 생각날 때마다 친구가 떨어뜨린 ‘필승중학수학’을 들여다보다..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강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지주연과 박서은. 그런데 어느 날 박서은이 벽돌에 머리를 맞은 채 학교 뒤 공터 으슥한 곳에서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주연은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다. 가족, 주위 사람들, 변호인,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정황과 증거, 평소 둘의 관계, 주연의 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주연을 범인으로 단정한다. 그러다 최초 목격자가 나타나고 범인이 지주연으로 특정된다. 마지막 반전이 있지만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낀다. 소설의 제목 “죽이고 싶은 아이”는 관계 속에서 중의적으로 읽힌다.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주연은 ‘죽이고 싶은 아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어 간다. 이기적이..
몇 차례 담양도서관에서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찾았으나 계속 대출 중이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작품을 살펴보다 이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가정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재’는 아빠의 화풀이 대상이다. 아빠는 일이 잘못되는 모든 원인이 은재에게 있다는 듯 수시로 때리고 감금한다. 그 속에서 은재는 자포자기하게 된다. ‘우영’은 엄마의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이다.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며 성적에 따라 끊임없이 언어 폭력을 당한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은재’에게 주변 사람은 조금 심하지만 가정 교육이라며 참견하지 않는다. 언어 폭력은 당하는 ‘우영’에게는 이것이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을 다룬 이야기들은 읽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긍..
"섬데이" 책따세의 2021년 겨울 추천 도서 목록을 보고 만났다. '앤젤린'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내일 날씨도 알며, 처음 본 악기도 잘 다루는 천재다. 그래서 사람달은 앤젤린을 다른 사람으로 구별지으며 관계를 만들어 가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빠도 언젠가(someday) 위대해 질 딸에 대한 부담으로 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13) 어찌 보면 아벨은 앤젤린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두려워했다. 멍청한 짓을 해서 딸을 망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나 같은 바보가 어떻게 천재를 키울 수 있겠어?" 아벨은 종종 그런 의문을 품었다. 사람들이 딸을 천재라는 별명으로 부르지만 않았어도 지금의 절반만큼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71) 아벨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딸에게..
작년 11월 독서모임에서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고 읽어보자고 했는데 경황이 없어 읽지 못했다. 모임 샘들이 다들 지쳐 올해는 모임을 쉬기로 했다. 독서 모임의 마지막 책이 될듯. 책 제목 '나나'는 이름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두 명의 나(나, 나)는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 그런데 문제는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기에 돌아갈 수 없다. 일주일 안에 육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영혼만 하늘나라로 가고 육체는 남아 살아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구천을 떠돌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남은 가족들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몇 편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영혼과 육체가 분리돼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새롭다. 이야기에서는 사람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육체는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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