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방학을 앞두고 함께 읽을 책을 살펴보다, 책도 유명하고, 이야기가 영화(말없는 소녀)로도 만들어진 이 책을 읽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담양공공도서관에서는 두 권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모두 대출 중이라 예약한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첫인상이 강했다. 제목 “맡겨진 소녀”는 영어 제목(foster)처럼 ‘위탁 양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소녀’는 엄마의 먼 친척에게 맡겨진다. 낯선 환경에, 잠자리에서 실수를 하지만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소녀가 부끄러워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여러 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녀는 단정한 몸, 단정한 옷차림, 집안일을 하나씩 처리해 가며 자신감도 찾는다. 그러나 이웃의 말을 통해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
지난 4월, 사계절 출판사에서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란 책을 보내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얼른 읽고 소감을 남기는 것이 책 선물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보답인데, 두 달 동안, 사무실 선생님들과 “민주주의와 교육”을 읽으면서 여유를 만들지 못했다. 홀가분한 마음에 뒤늦게 책을 들었다가 “민주주의와 교육”만큼 많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생각을 더하는 시간이 되었다. 게으름을 탓했다. 책 선물을 받았을 때 바로 읽고 나누었어야 했는데... 무엇보다 세월호를 추념하며 더 많은 기억을 나눌 수도 있었는데... 책의 발행일이 4.16인 것도 의미 깊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새봄이. 그런데 새봄의 슬픔은 어머니의 장례식 즈음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도 연결돼 더 큰 절망에 빠진다. 손쓸 수도 없고, 왜 ..
대단한 책이 등장했다. 이 소설을 놓고 일단 교사들과 함께 하루 빨리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캐서린의 감정, 행동, 선택, 심리 등 모든 것을 놓고 말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캐서린이 문제적인 인간형으로 설정된 것은 절대 아니다.자상한 부모 아래 유복한 중산층 가정,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예쁘장한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읽어보면 알겠지만 캐서린의 선택이, 행동이 참 멋지지만, 시대와 사회, 국가를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서린을 통해 청소년의 성에 대해 직설적이면서 자연스런 이야기를 엮어간 작가가 정말 대단해 보일 뿐이다. 이 작품이 35년 전에 나온 것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러기에 현재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한 점도 그렇고 말..
한마디로 재밌다. ‘코믹판타지모험로맨스성장소설’이랄까? 상캐 모임이 찾아온 상황소설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재미있는 책’을 찾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의미까지 선물할 수 있는 책이다. 77세의 노작가가 들여다본 10대 아이들 세계는 참 예쁘고, 긍정적이다. 어리숙한 피랭이 미술관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그림 속 소녀를 찾아나서는 일련의 과정이 에서 주인공이 목걸이를 찾는 과정과 흡사하다. 마지막에 사랑에 빠지는 것까지도. 성적도 얼굴도 평균 이하에 들어가는 피랭의 모험과 로맨스는 10대가 한참 꿈을 꾸고 사랑해야 하는 나이임을 일깨워준다. 노작가는 윤회설, 인연설 등을 버무려 시공을 초월한 진하면서도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버무려냈다. 그리고 10대 소년의 마음까지도.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라니 ..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독서경시대회 추천 도서들이 해마다 흥미롭다.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추천되고, 내용도 기성세대의 시각보다는 청소년들의 열린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자 왈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춘향이의 입장이 아닌, 방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과 이몽룡, 춘향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춘향전보다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표현도 걸쭉하다. 고전이란 참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 같다. 당시를 고증할 수도 있고, 시대를 앞서 읽어갈 수 있으며, 현재 속에서도 매번 재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걸, 이 "방자 왈왈"을 읽다 보면 이해가 된다. 그렇게 새로 읽은 "방자 왈왈"은 춘향전을 지은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처럼, 작가의 의도 또한 잘 드러내고 있다. 원전 "춘향전"이 기생도 일부종사할..
현실과 초현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판타지 성장소설? 이 소설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 뜻하지 않게 찾아온 하비에르의 여름방학 여행에 동행하면서 마치 나 자신이 모험을 한 것처럼 신나고 즐거웠다. 더불어 앳된 소년티를 벗어던지고 사랑을 알고 타인의 세계를 바라보는 의젓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하비에르를 지켜보는 것도 흐뭇했다. ‘음탕한 돼지’라 자처하는 형의 모습에서 요즘 아이들을 읽을 수 있다면, 공상과학소설을 좋아하는 하비에르는 순수하면서도 조금은 단순한, 하지만 타인에 대한 예의를 아는 멋진 소년이다. 비올레타와 경쟁적으로 책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특하던지.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토론하고 서로 돌려보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 70..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 상황에서 자신을 깊이 바라보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할 기회는 ‘사랑’ 이외에 거의 없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이 사랑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테니 이별을 겪으면 한껏 더 성장하지 않을까. 사실 ‘88만원 세대’는 '레디 메이드 인생'의 2009년 버전이다. 몇 년을 앞질러 가는 선행 학습과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는 우리 중딩들이 혼자 힘으로 무언가 해보고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함께 해야할 과제들은 혼자서만 처리하고, 혼자 해도 충분한 게임에서는 ‘길드’니 ‘팀플’이니 해서 의존하고 보조를 맞추고 있으니,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홀로 서기란 참 ..
장면1. 2학년 ○반, 김○○와 위△△. 이 아이들은 ○반에서 공식 커플이었고, 다른 아이들의 선망과 배려 속에서 교사들까지도 인정하는 사이가 되었다. 수업시간에는 자리를 바꿔 앉는 것이 다반사였고, 손을 잡거나 껴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쉬는 시간에는 거울 앞에서 껴안으며 입을 맞추기도 했다.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은 대담한 행동들은 담임교사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결국 풍기문란으로 벌점을 받고 학부모 상담으로까지 이어졌다. 장면2. 그 후 두 아이들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아이들 말처럼 쿨하게. 고민은 두 가지다. 아이들의 이성교제는 당연한 거지만 어디까지 지도 또는 교육의 대상인가? 왜 아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짧고 깊이가 옅다고 느껴질까? 아이들은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언제나..
의 작가 벌리 도허티의 소설이다. 청소년의 혼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루었던 벌리 도허티는 에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삶과 사랑을 역시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제스는 가족모임을 갖게 된다. 공교롭게도 죽은 대니 오빠의 기일이기도 해서 가족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야기, 선천적인 장애로 일찍 떠난 대니 오빠의 이야기, 존 오빠와 아버지의 비둘기를 키우는 이야기, 그리고 제스의 풋사랑 등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다소 복잡한 가계도와 다양한 인물로 인해 첫 부분이 잘 읽히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옛..
요새 우리 아이들이 가을을 타나 보다. 아니 가을이 아니라 사춘기의 시작인가? 워낙 성장이 빨라 초등학교 5, 6학년 때 이미 졸업했을 거라 생각한 사.춘.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아니면 급격한 육체적인 성장에 이어 뒤늦게 찾아온 정신적인 혼란? 1학기 때 전혀 없었던 폭력 사건이 터지고, 자질구레한 갈등과 싸움, 수업 중에도 자꾸 거울을 보는 아이들, 두발이나 성적에 대한 고민으로 가출 아닌 가출을 한 학생(2박 3일 간 아파트 옥상에서 판타지 소설만 읽었다는 전설적인 아이가 있다)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사랑’이란 이야기를 꺼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터넷 소설이나 대중가요(뮤직비디오) 가사 속의 짐짓 과장된 사랑 이야기 혹은 각종 기념일로만 기억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