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천선란 작가의 “이끼숲”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천 개의 파랑”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마침 10월 경남 사천 문학기행 답사하는 동안 윌라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들었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무등도서관에서 ‘큰 활자본’ 책을 빌렸다. 비록 운전하면서 들었지만 줄거리는 파악이 되었다.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 ‘지수’와 ‘콜리’의 목소리가 개성적인데 책을 읽을 때에도 두 캐릭터의 목소리가 계속 떠올랐다. 운전하면서 들어서인지 책으로 다시 읽으니 내용이 훨씬 섬세하게 다가왔다.. 이야기의 배경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자리 일부를 대체하고 있어 휴머노이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 있는 시대다. 그렇다고 차이 나게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고 한 10년 뒤 정도의 세상일 것 같..
청각 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은 어떨까. 듣지 못하는 불편함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이 짠하게 보이지 않을까? (64) 소리를 못듣는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원래 그랬으니까. 이 상태로 이미 내게는 완전한 세상이니까. 오히려 내가 받아들이는 감각 외에 소리라는 감각이 하나 더 있고, 사람들이 그것에 의지해 살아간다는 게 내게는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언젠가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는 귀가 들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건 못 드는 게 아니라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라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특별히 안 들리는 능력이 더 있는 거니까 신비한 일이라고. 나는 축복받은 거라고. (73)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
'깜언'은 베트남 말로 '고맙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서술자, 유정이는 언청이(구순구개열)로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지만, 할머니와 작은아빠 가족, 살문리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과 살면서, 타인에 대해 들고 있던 자신의 방패를 거두게 된다. 열일곱의 시작이다.유정이의 성장에는 강화도라는 배경의 힘이 크다. 몰락하는 농촌 공동체 속에서 그래도 희망은 사람이다. 이야기는 먼저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미국, 중국 등 계속되는 자유무역(FTA)을 통해 전체적으로 형편은 나아질 수 있겠으나 농촌은 계속 피폐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홈쇼핑에서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프리카근처에서 잡은 갈치, 폴란드산 삼겹살, 칠레의 과일을 먹는 것이 익숙한 현실이 되었으나 개방의 이익과 분배, 그 과정..
'파라나'는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파란 아이'를 줄인 말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야기는 퍽 부담스러운 단어인 '착한다', '착한 아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착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인데, 대상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단어이기에 '착하다'는 절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착하다가 자주 쓰이는 맥락은 다음과 같다. '우리 선생님은 착해요', '우리 아이가 착해서 문제예요', 또 '착한 가격'이런 말을 들으면, 착하다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자체가 힘의 균형을 잃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한쪽의 언어, 정치적인 단어라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정호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싫어 어렸..
특수 학교로 가는 통학 버스를 놓쳐 홀로 겪게 되는 세상의 끝. 장애우 벵자멩이 고집스러워 보이는 것은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해내기 위한 세상을 향한 도전이라는 것. 멀리에서 장애우나 비장애우의 삶을 본다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옮긴이의 마지막 말이 와 닿는다.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다는 것. 개인차만큼 삶의 무게도 다들 다르겠지만, 고통을 견디고 이겨 내며 성취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겠지. *인상 깊은 구절 (17) 내가 매일 겪는 어려움을 반만 겪어도 사람들은 엄청 긴장할걸? 나의 하루는 극지 탐험을 떠난 모험가의 하루와 마찬가지라고. 내가 하루를 살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치는지 들어 볼래? 잘 들어 봐. 자 시작한다!100미터 걸어가기, 계단 기어서 올라가기, 욕조에 들어가기, 이 닦기,..
학교 선생님이 쓰신 글이라 현장성이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계발활동에 대한 이야기, 야동, 자위행위, 수행평가, 프라모델 조립 등 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이라 더욱 생생하고 쉽게 빨려들었다. 개인적으로 중심축을 이룬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가족의 이야기’보다 ‘만두빚어 반’(계발활동 마인드비전반)의 활동이 더 눈에 들어오고 신선했다. 1년 간 자기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승운이를 형으로, 가족으로 품어 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실제 아이들이 썼던 작품들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36쪽에 나오는 ‘만두빚어 반’의 시작을 여는 ‘주문(?)’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매일 들려주고 생각해 보게 하고 싶다. 이외에도 시골 아이들의 소소한 생활살이, 생각들, 점점 무너..
다분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표지와 심사평 발췌를 보며 썩 당기지는 않았지만, 작가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비슷하다. 다만, 이야기 첫 부분이 잘 읽히지 않았다. 정신병원의 묘사가 정신 없기도 했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파악도 잘 안 되며, 1인칭 주인공의 시점이 너무나 말짱했다. 학기 초 업무에 짓눌린 나머지, 정신을 다잡고 수업에 들어가도 입과 분필이 따로 놀 때가 더러 있는데 정신병원 이야기까지 읽어야하나,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을까 했던 기대를 접으려 할 즈음,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먼저 인물들이 병원에 오기까지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이 담담하게 진술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통해 여러 진술 끝에 밝혀진다. 환자와 이들을 관리하는 사람들간에도 다양한 사건이..
한 가족을 만났다. 장애아를 둔 가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평범한 핀란드 가족이다. 먼저 가족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중반을 넘길 무렵에서야 가계도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대가족이기 때문이다. 먼저 주인공인 페카.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또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랑스러운 페카.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비딱하게 어깨에 붙어있고, 눈은 개구리처럼 튀어나왔으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어 있어 생후 2년을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이다. 그리고 페카와 가족을 사랑하며,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아름다운 서정시처럼 관찰하고 서술하는 둘째 레나, 스웨덴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첫째 마티, 장난기 많은 투오모와 오스카리, 잘 웃지 않는 소니아, 막내로 태어난 ..
로 유명한 세르쥬 페레의 작품이다. 에서 보여주었던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좀 더 밝아진 느낌이지만 냉소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은 여전하다. 이 책은 여름캠프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이야기다. 얼핏 보면 꽤나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흘러갈듯 하지만 제목처럼 ‘하염없이 내리는 비’에 가로 막힌 듯 두 사람 사이엔 어떠한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 아이들은 프랑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아이들이라 한다. 남자 아이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자식을 캠프에 보내는 것이 조금은 홀가분한 집안의 아이이고, 여자 아이는 성장했어도 부모의 손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금은 유약한 아이이다. 성별도 환경도 다른 이 두 아이는 모두 캠프에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남자아이는 ..
아직 우리 교육은 장애 문제를 ‘남’ 일로 일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0%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 중 90%가 후천적인 사고로 장애를 갖지만 학교에서 장애는 ‘남’의 일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 때문일까. 장애 문제 자체를 거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이기 때문에 장애우를 차별해서는 안 되고, 장애우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지만 대체로 장애 문제를 일시적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만 제공한다. 는 불의의 사고로 두 눈을 잃은 10대 소년 베어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끝없이 절망하면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육체적인 불편 없이 생활했던 사람이 앞을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차라리 죽지 못한 것을 한탄할 수도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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