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이희영 작가님의 “테스터”와 “소금 아이”를 읽기로 했을 때 추천한 동료 샘이 “테스터”를 먼저 읽고 “소금 아이”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듣지 못했는데, 읽어보니 서로 관련이 있기보다는 두 작품의 반전이 주는 충격과 여운을 고려해 “테스터”, “소금 아이” 순으로 읽어보라고 한 것 같다. 반전은 “테스터”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사실을 알고 나서 마지막 장면과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반전의 여운은 “소금 아이”가 더 진했다. SF와 현실의 차이가 공감의 차이를 낳았던 것 같다. 여하튼 두 작품 모두 재밌다.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생각해 볼 것도 많고. “소금 아이”는 지난달 토론했던 문경민 작가님의 “훌훌”을 떠올리게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가려는 청소년들의 ..
“마녀가 되는 주문”과 함께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앞뒤 표지를 훑어보며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세 시간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궁금하다. 게다가 이야기를 세 명의 작가가 협업을 통해 구성했다니... 호기심과 궁금함, 색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먼저 세 시간대(2000년 7월, 2018년 10월, 2029년 8월)의 한 장면과 삽화가 나오고, 각 시간대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 표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정보가 많아 긴장감이 길어졌다(나이 탓이다). 첫 번째 2000년 7월 이야기는 세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인 ‘그곳’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중에 서로의 안전을 ..
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잘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잘 그렸다. 1학기 때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4명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
제목을 보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다. 작가 역시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보며 두 작품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라는 말이 함축한 관계 속 존재에 대한 고민이 연결되어 있어서. ‘변신’의 그레고르, "변신 인 서울"의 ‘반희’ 둘 다 짠하다.먼저 그레고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쉴새 없이 노력했던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 가족을 보면 뿌듯하다. 조금 더 노력하면 여동생도 음악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벌레로 변신한다. 그러나 작가는 변신한 이유보다 벌레가 된 후의 관계에 주목한다. 결국 변신 전후를 보며 존재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레고르의 가장으로서 존..
표지를 보니, 오르세미술관의 시계탑이 떠올랐다. 둘씩 짝지어 가는 친구들 사이에 홀로 걸어가는 인물이 주인공인가 싶다. 시곗바늘이 11시 10분을 가리키는 것은 인간의 생애 중 청소년기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 책 제목이 "6만 시간"이라 이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밝은 느낌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는 추리소설 느낌이 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대신 주인공에게 일을 시키는 영준이는 왜 여자들만 곤란스럽게 만들까, 출생의 비밀 등 주변인들과는 어떤 관계일까. 서울대를 나와 미국까지 유학 갔다 다시 돌아와 통닭 신메뉴 개발에 의욕을 보이는 큰누나는 아빠의 반대를 물리치고 어린 시절 꿈이었다는 닭집 주방을 들어갈 수 있을까? 네일숍을 차린 작은누나는 제..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를 재미 있게 읽고 남학생들에게 추천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3월 첫 수업을 할 때나 8월 2학기 첫 수업을 할 때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버려야할 것을 찾는 활동의 바탕글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 뒤 시리즈라고 불릴만큼 후속편들이 나왔지만, 그 즈음 읽었던 고정욱 선생님의 소설 경향이 비슷해 더 찾아 읽지는 않았다. 그러다 아들 친구 독서모임 회원들과 학교폭력을 이야기할 책으로 이 책이 추천돼 읽었다. 고정욱 선생님의 일관된 작풍이 느껴졌다. 아들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는 1.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교실 사회의 특징은? -160 요즘 학교는 마치 계급사회 같아요 -학교 상황이 서열이나 따돌림이 있지는 않고 '끼리끼리' 정도는 있..
열일곱 ‘나’는 학기 초 게임하며 친해진 친구 ‘서찬희’가 태권도 유망주 ‘안승범’이 주도한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책으로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고 크게 다친 ‘나’. 병원에서 친해진 태권도장 관장에게 권투를 배워 복수하려고 한다. 줄거리에서 짐작하듯, 이야기는 학교폭력의 방관자 입장에서 그려진다. 이야기에는 큰 반전이 있다. 그만큼 학교폭력에서 방관자 역시 큰 상처를 입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성장 소설이 그렇듯, 이 책에 등장하는 교사의 모습도 학교폭력을 방조하거나 학교폭력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모르는 무능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우리 주변의 여러 학교가 따뜻하고 편안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내 이름은 망고"에서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주인공 캐릭터를 선보였던 추정경이 매우 색다른 소설로 청소년 문학에 두 번째 문을 두드렸다. 일단 이 소설은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매우 흡인력이 강했다. 집단 폭력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하균이와 하균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한강 다리 밑 벙커에 숨어사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가출이’를 중심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꼬인 실타래를 함께 풀자고 하는 듯 독자를 잡아당겼다. 마치 주인공이 처음 벙커의 문을 발견했을 때처럼. 소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하균이 동급생들을 괴롭히고, 그것이 다시 집단 폭력으로 이어지는 하균이 이야기와, 새엄마의 가정폭력으로 목숨까지 잃을 뻔한 민호와, 그리고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열다섯, 비밀의 방''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마마보이와 바리스타'각각 학교폭력(방관자), 히키코모리, 동성애, 자기 삶의 주체성을 다루고 있다.중학생 수준에 맞게 이야기는 다루고 있는 문제들을 비교적 빨리 짐작할 수 있어 작가의 의도를 비교적 빨리 따라가며 소설 속 상황을 고민하게 할 수 있다.특별히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열다섯, 비밀의 방'과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이다.'열다섯, 비밀의 방'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야기에서는 그것이 심해 자아분열까지 일어나고 있는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일 수도 있지만, 어울리지 못하는 걸 소외 또는 따돌림이라고 생각하는 분위..
제목과 표지처럼 밝고 유쾌하다. 불우한 가정 환경으로 세상에 쌓인 울분이 많아 폭력 써클에서 활동할 정도로 폭력적인 ‘재석’이가 긍정적인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가 어둡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사건 전개나 상황이 ‘지나치게 장애를 극복한 작가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사건과 상황이 작위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라퀴 할아버지와 재석이 집안의 관계라든가, 보담이의 태도, 재석이의 태도 등이 일반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소설의 개연성을 떨어뜨리지만, 본격소설이 아닌 청소년 소설이므로 비슷한 상황이 있는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접근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재석이와 민성이의 폭행은, 학교폭력에 해당하고 경찰에 신고가 된 일이므로 학교폭력회의를 통해 풀어가야한다. 따라서 교장은 개인적으로 징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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