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침독서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거기에 작가가 '이경화' 님이라는 말에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보았는데, 사실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작가의 "나의 그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심리를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는데 그 만큼의 새로움과 감동이 적다고 할까? 하지만 이경화 님이 그려낸 집단따돌림에 대한 우리 학교의 자화상은 자못 심각하다. 책제목 "지독한 장난"은 바로 집단따돌림을 의미한다. 이렇게 집단 따돌림을 둘러싼 세 명의 남학생 준서, 성원, 강민이의 마음을 프로레슬링에 대입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간다. 그 주변 인물인 혜진이와 은영이, 반장 지희, 이름뿐인 카리스마 담임선생님, 그리고 이름 없는 ..
처음에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음울한 색채와, 표지에 그려진 캐리커처는 읽기 전부터 약간의 거부감을 주었다. 이 책을 읽는 초반에도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이름 때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한 중년의 남자 ‘피터르 핑크’-나름대로 성공한 변호사-가 내키지 않는 동창회에 참여하게 되면서(아내의 권유로) 시작한다. 이사를 간 이후 동창들과 연락을 아예 끊고 살았던 피터르는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 떠오르는 추억이 거의 없다. 다만 덩치가 큰 아이들에게 둘러 싸여 늘 괴롭힘을 받던 '시히'라는 아이에 대한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를 뿐이다. 이야기는 서술자인 피터르 핑크가 동창회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되..
초록색 비옷을 살며시 벗으며 날아가는 소녀.. 몇 개월 전부터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이나 우리교육에서 보아온 책표지이다. 도무지 제목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었기에 인상 깊게 남았나 보다. 상황 도서 목록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봐왔던 왕따 관련 책들이 머리를 스쳐 간다. 부터 까지.. 모두들 저마다의 생채기를 고통스럽게 짊어지며, 힘겹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이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다른 책들과 유사하지만 좀더 경쾌하며, 간결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또한 무엇보다 섬세하다. 초등학교 때의 기억을 중학교까지 잊지 못하고, 밤마다 악몽을 꾸고, 가해자에게 무의식적으로 장난 전화를 거는 주인공은 무척 애처로워 보인다. 그리고 같은 상처를 지닌 미즈에와 사라의 얼굴도 거기에 겹쳐진다. 초등학교 때..
왕따나 학교 폭력에 관한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일반화 된 맥락을 발견할 수 있다. 왕따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결국 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가는 그런 줄거리 말이다. 대개의 소설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극복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대체로 가해자는 중심에 없다. 오로지 피해를 당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조금은 상투적으로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스피릿베어는 특별하다. 자칫 지루할 수도, 또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독특함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완성도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특별한 점이 눈에 띄고 그 점을..
집단 따돌림 문제를 살피다 보면 따돌림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나서서 따돌리거나 암묵적인 동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왕따 문제는 공론화할 경우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나 가해자 본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체적인 분위기는 동조하며 따라가는 보통 아이들의 개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엘리엇"은 왕따를 당했던 아이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심리가 잘 그려져 있다. 또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평소에는 어떤 아이이며 왕따를 누가 만드는지, 그래서 독서 활동을 통해 왕따 문제를 방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새로운 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