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청소년들의 문제제기를 '사춘기적 현상'으로 돌려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에 대한 항변이 느껴진다. 표지는 이야기의 문제 장면을 잘 드러냈고. '사춘기'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학문적으로 정리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내 생각엔, 자기 목소리를 낼 때부터라고 본다. 여기서 자기 목소리는 적극적으로 낼 수도 있고 소극적으로 낼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 의사'를 표현하고 지켜내려는 때부터 사춘기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평균적으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범위를 지을 수 있겠지만 개인차가 매우 큰 영역일 것 같다. 외국과 달리 개인의 자율성을 덜 존중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사춘기는 좀더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춘기 상황에 딱 맞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줄거리는 간단..
상캐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었다. 지금까지 정유정 작가의 책을 5권 읽었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그리고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작가의 글은 재미있고 몰입감이 있는데 청소년 소설로는 추천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제목도 좋고, 다양한 문제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인데다, 전남이 이야기 배경이고, 5.18로 짐작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추천하지만 끝이 애매하다. 의도치 않는 여행 중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지만 촉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느낌. “내 심장을 향해 쏴라”와 “7년의 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으니 재밌지만 중딩들의 경험을 뛰어넘는 부분이고, “28”은 코로나 시국에 읽고 토론할 만한 책이지..
제목을 보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다. 작가 역시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보며 두 작품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라는 말이 함축한 관계 속 존재에 대한 고민이 연결되어 있어서. ‘변신’의 그레고르, "변신 인 서울"의 ‘반희’ 둘 다 짠하다.먼저 그레고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쉴새 없이 노력했던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 가족을 보면 뿌듯하다. 조금 더 노력하면 여동생도 음악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벌레로 변신한다. 그러나 작가는 변신한 이유보다 벌레가 된 후의 관계에 주목한다. 결국 변신 전후를 보며 존재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레고르의 가장으로서 존..
표지를 보니, 오르세미술관의 시계탑이 떠올랐다. 둘씩 짝지어 가는 친구들 사이에 홀로 걸어가는 인물이 주인공인가 싶다. 시곗바늘이 11시 10분을 가리키는 것은 인간의 생애 중 청소년기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 책 제목이 "6만 시간"이라 이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밝은 느낌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야기는 추리소설 느낌이 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주인공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대신 주인공에게 일을 시키는 영준이는 왜 여자들만 곤란스럽게 만들까, 출생의 비밀 등 주변인들과는 어떤 관계일까. 서울대를 나와 미국까지 유학 갔다 다시 돌아와 통닭 신메뉴 개발에 의욕을 보이는 큰누나는 아빠의 반대를 물리치고 어린 시절 꿈이었다는 닭집 주방을 들어갈 수 있을까? 네일숍을 차린 작은누나는 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작품을 찾다 작가의 '눈을 감는다'를 읽었다. 주인공 '나'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죽는 것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담겨 있었다.'나'는 아버지가 5.18 광주학살에 대한 양심선언으로 군대에서 쫓겨나 정신까지 나가버렸을 때도 내 몫의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절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생활할수록 보잘것없고 찌끄러기가 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왜소한 체격에 공부도 못하고 사교성도 떨어져 친구들을 만들지 못한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학급의 실세가 되려는 반장의 이기심 때문일까? 자기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그놈들의 짓을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학급 아이들이 무제일까? 아니면 직업군인이면서 명령에 따라 민간인을..
책을 먼저 읽은 아내가 “지금까지 너무 많이 아는 척 했다”며 책을 건넸다. 책 날개의 94년생, 대학 재학 중인 작가의 프로필이 눈에 띤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한다는 이야기처럼 고3 세 명의 입장에서 어른들, 특히 교사와 부모의 ‘아는 척’에 대해 비판하고 나름 복수도 한다. 리얼하게 말과 이미지로. 기실 어른들이 꼰대가 된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그 경험이 자식의 문제에서는 더 독한 꼰대가 돼 가고 있다. 부모들이야 자식 한둘밖에 키우지 않으니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고 해도, 매년 새로운 아이들과 관계 형성을 하는 교사가 더 독한 꼰대가 돼 간다는 것은 반성할 부분이다. 역시 부모와 같은 이유로 교사 역시 자신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
작가의 색깔이 독특하다. 인간에 대한 희망, 믿음, 여성성,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인다. 1. 정오의 희망곡 솔직히 이런 DJ가 있을는지? 사연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 하고, 청취자가 권하는 음식점도 가 보고. 아버지의 욕심에 살고 싶지 않은 주인공은 친구가 하나도 없다지만, 이런 매우 친절한 DJ와 샌드위치집 아줌마, 그리고 어머니 덕분에 살 이유가 너무도 많다. 어머니의 특단의 대책에 의한 아버지의 변신이 이채롭다. 모두를 긍정하는 단편이다. (21) 아빠가 저한테요, 너는 성적이 개판이니까 앞으로는 개 취급을 하겠다, 말 안 들으면 무조건 개처럼 패고 엉터리로 공부하면 개처럼 패겠다, 알겠니? 그래서, 제가, 아빠가 무서우니까, 예, 했거든요. 근데 저보고 개가 무슨 예, 라고 하느냐면서 개처럼 ..
1. 표지는 작가의 따님이 그린 것 같다. 의 표지처럼 선명하고 색채가 강렬하다. 서로 다른 환경의 지오와 석주가 겪는 청춘의 방황기인데,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야기 같아 몰입이 잘 되었다.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이(별로 친하지 않은데), 추풍령역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그려지는 성장담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모범생인 석주가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은설이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아 영동으로 찾아가는 장면이다. 다음 장면이 매우 궁금하다. 2. 작가의 필력은 놀라웠다. 끝에서 가슴 시원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부단한 마마보이, 모범생 석주가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건강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오가 석주를 만난 추풍령역은 은월농..
책을 읽으면서 2005년 정도에 방영되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이 생각났다. 고등학생이 된 옥림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올림의 시즌2는 "난 공부를 못해"라는 제목으로, 성적 때문에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와 갈등하는 옥림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옥림이는 엄마와 갈등하며, 엄마의 편견에 가까운 참견을 견뎌내고 버티는 것 같지만, 실은 그 과정에서 자존감 역시 크게 상처받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옥림이가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꿈으로 나타낸다. 비슷한 꿈을 여러 차례 꾸지만 누구를 찾는지 몰랐던 옥림이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떠난 가출 가까운 여행에서 내 뜻대로 살 수도 있음을 친구에게 들은 후, 꿈속에서 찾아 헤맨 게 자신이었으며, 남이 아닌 자기 자신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퍼포먼스..
“B군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전국 1등’ ‘서울대 법대’를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10시간 동안 때리는 등 체벌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은 “당시 전국 4000등 정도의 성적을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62등으로 위조한 사실이 어머니에게 들통 나면 심한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고3 우등생 친모살해 사건 전모 중에서, 이훈철 기자 2011.11.27. (216) “아키라 공부는 하고 있는 거야?” 이번에는 아키라의 엄마가 나섰다. “공부를 어떻게 해. 참고서도 없는데.” “그럴 줄 알고 참고서 갖고 왔다. 자, 올려줄 테니까 손을 뻗어.” 아키라 엄마는 책 몇 권을 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나 있는 거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