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나는 너를"도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으로 읽기 시작했다. 성우의 목소리에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 있어 금방 몰입하게 되었다. 듣다 보니 뒷이야기가 궁금해 바로 담양공공도서관으로 이동해 책을 빌려 중반부터는 줄글로 읽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띠지에 드러낼 만큼 이 책의 반전도 상당했다. 이야기는 두 명의 서술자를 통해 전달된다. 해록이와의 일이 사랑임을 주장하는 해주의 목소리에, 이야기 후반부에는 그것이 폭력이었음을 설명하는 경찰관의 목소리,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해주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과 폭력은 어떤 포함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임을 경험하게 된다. 반전이 큰 이야기라 소감 쓰기가 조심스럽다. 반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영향을 미칠 ..
작년 올해, 하는 일이 달라지면서 청소년 소설도 뜸하게 읽는다. 일 주일에 한 권 정도는 읽자, 그렇게 마음 먹고 있을 때, 출판사에서 새 책을 보내주셨다. 이번엔 작가님의 사인까지 담겨 있어 좀더 특별했다. 가급적 빨리 읽고 나누는 것이 답례일 것 같아 청소를 마친 오후 책을 들었다. 아들이 만화책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표지를 주인공 ‘오사랑’과 ‘이솔’의 캐릭터로 채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만화로 줄거리를 소개하는 부분도 특별했다. 사계절 출판사의 청소년 소설을 여러 권 읽었는데 처음 보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상황과 낯선 여행을 담고 있어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재미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여고생 오사랑의 첫사랑의 설렘과 충..
제목과 표지에서 예상되듯 같은 사람을 두고, 누나의 이성 관계와 ‘나’의 동성 관계가 대비되는 이야기이다.누나의 사랑은 ‘이성 관계’를 통해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도 하고 가치관과 관점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라면, ‘나’의 사랑은 ‘동성 관계’이기에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엄청난 비난과 함께 ‘커밍아웃’으로 인한 사회적인 벽 속에 노출되며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자신을 가두는 과정으로 나타난다.그러나 이야기는 동성애에 대한 ‘누나’와 ‘그’에 대한 대비를 통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드러낸다. 또 여러 사건을 통해 1인칭 화자인 주인공이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며, 따라서 동성애가 어떤 병적인, 또는 비정상..
이야기가 재미있다.학생들도 좋아할만한 요소를 갖추었고, 무엇보다 평범한 남학생들의 시선 속에서 청소년기의 사랑, 연애 문제를 다룬 것이 좋았다. 세 주인공들은 각기 개성이 있지만 모두 평범하다. 공부 잘 하는 석준이, 개그성이 있는 우진이, 가장 평범한 태민이. 특히 태민이의 시선 속에서 사건들을 전개하는 설정이 맘에 들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아이들과 다음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먼저 평범함. 아니 이런 모습이 중2 남학생 친구끼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점. 서로 다른 특성의 친구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100% 진정은 아니지만 때로는 위로와 격려가 되어주는 것이 친구라는 모습‘도’ 알려주고 싶다. 다음 성장에 대해서. 여친을 사귀었지만 성적과 여친 사이에서 갈등하는 석준이, 개그를 무기..
대단한 책이 등장했다. 이 소설을 놓고 일단 교사들과 함께 하루 빨리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캐서린의 감정, 행동, 선택, 심리 등 모든 것을 놓고 말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캐서린이 문제적인 인간형으로 설정된 것은 절대 아니다.자상한 부모 아래 유복한 중산층 가정,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예쁘장한 평범한 소녀일 뿐이다. 하지만 읽어보면 알겠지만 캐서린의 선택이, 행동이 참 멋지지만, 시대와 사회, 국가를 넘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서린을 통해 청소년의 성에 대해 직설적이면서 자연스런 이야기를 엮어간 작가가 정말 대단해 보일 뿐이다. 이 작품이 35년 전에 나온 것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러기에 현재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한 점도 그렇고 말..
한마디로 재밌다. ‘코믹판타지모험로맨스성장소설’이랄까? 상캐 모임이 찾아온 상황소설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재미있는 책’을 찾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의미까지 선물할 수 있는 책이다. 77세의 노작가가 들여다본 10대 아이들 세계는 참 예쁘고, 긍정적이다. 어리숙한 피랭이 미술관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그림 속 소녀를 찾아나서는 일련의 과정이 에서 주인공이 목걸이를 찾는 과정과 흡사하다. 마지막에 사랑에 빠지는 것까지도. 성적도 얼굴도 평균 이하에 들어가는 피랭의 모험과 로맨스는 10대가 한참 꿈을 꾸고 사랑해야 하는 나이임을 일깨워준다. 노작가는 윤회설, 인연설 등을 버무려 시공을 초월한 진하면서도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버무려냈다. 그리고 10대 소년의 마음까지도.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라니 ..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우수교양도서로 지정했을까? 대통령의 정치적 양자 격인 사람이 장관으로 있는 부서에서 이 책을 '우수교양도서'로 지정한 이유가 무엇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가까운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된 것인지, 책을 읽고 나타날 반응이 그들의 의도 대로 진행되리라 믿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작가는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다. 에서도 난독증에 걸릴 정도로 입시에 억압 받았던 서술자가 마음을 풀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시골 고향의 자연 환경이었으며, 에서는 애벌레를 중심으로한 약육강식의 세상이지만 자연의 법칙에 합당한, 인위적이지 않는 가장 자연적인 것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이 책 에도 친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낙태에 대한 기억과 장애를 ..
지금과 같은 저출산 사회에서 임신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모성애는 본능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본능이 꺾이는 경우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정을 이룬 성인의 경우가 이런데,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그 시작이라할 수 있는 ‘성’은 그 존재를 부정해야할 금기시할 일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가 매번 그렇듯, 한 걸음 허용했을 때 학생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에 ‘배수진’을 치며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들의 성경험은 빨라지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IMF 이후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살피는 가정의 기능과 역할을 무너뜨려 버렸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 상황에서 자신을 깊이 바라보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할 기회는 ‘사랑’ 이외에 거의 없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이 사랑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테니 이별을 겪으면 한껏 더 성장하지 않을까. 사실 ‘88만원 세대’는 '레디 메이드 인생'의 2009년 버전이다. 몇 년을 앞질러 가는 선행 학습과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는 우리 중딩들이 혼자 힘으로 무언가 해보고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함께 해야할 과제들은 혼자서만 처리하고, 혼자 해도 충분한 게임에서는 ‘길드’니 ‘팀플’이니 해서 의존하고 보조를 맞추고 있으니,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홀로 서기란 참 ..
중학교 2학년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감상하며 읽기'의 시작은 '공감하는 것'부터라 말한 적이 있다. 하연이의 선택과 결정,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묵직해지고 눈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무엇에 공감했는지 지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10대에게도 성적 호기심과 욕구가 있다. 그건 나 역시 경험했던 일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생명과 책임 등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기에 이성적으로 통제하려했던 욕구이다. 하지만 이 책은 10대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고, 그 결과 갖게된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 많은 부분을 풀어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결과를 가지고 책임을 묻기 마련이다. 하연이는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나.사랑을 뭐라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연이와 채강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