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2학년 ○반, 김○○와 위△△. 이 아이들은 ○반에서 공식 커플이었고, 다른 아이들의 선망과 배려 속에서 교사들까지도 인정하는 사이가 되었다. 수업시간에는 자리를 바꿔 앉는 것이 다반사였고, 손을 잡거나 껴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쉬는 시간에는 거울 앞에서 껴안으며 입을 맞추기도 했다.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은 대담한 행동들은 담임교사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결국 풍기문란으로 벌점을 받고 학부모 상담으로까지 이어졌다. 장면2. 그 후 두 아이들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아이들 말처럼 쿨하게. 고민은 두 가지다. 아이들의 이성교제는 당연한 거지만 어디까지 지도 또는 교육의 대상인가? 왜 아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짧고 깊이가 옅다고 느껴질까? 아이들은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언제나..
의 임태희 작가의 작품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암울하고, 답답한 느낌이 전체적인 인상을 지배한다. 제목의 쥐는 더럽고 불결하며 피하고 싶은 두려움을 상징한다. 주인공 주홍이의 원치 않은 임신과 뱃속에 자라는 아이가 바로 그것. 주홍이 자신도 미혼모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존재로 미혼모의 자식이 다시 미혼모가 돼야 하는 아이러니하고 비극적인 설정으로 되어 있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세 사람의 시선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말수가 적고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주홍이, 대학시절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홍이를 낳은 미대 강사 주홍이 엄마, 그리고 주홍이 곁을 맴돌며 주홍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려 하지만 속수무책인 주홍이 담임의 세 가지 시선이다. 세 시선은 교차하지만 결코 통하지 ..
1. 십대들의 사랑, 미래에 대하여십대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며, 어른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성에 관한 관심과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출산, 장래에 대한 고민 등. 주인공의 내밀한 심리묘사를 위하여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아이인 ‘이름 없는 너(nobody)’에게 편지 형식으로 사건을 시간 순으로 진행(처음엔 회상 형식)시킨다. 그리고 헬렌이 보낸 편지 사이사이에 크리스의 생각과 행동들이 같은 시간대별로 펼쳐진다. 복잡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형식이라 하겠다. 이런 불편한 상황설정이 과연 십대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이런 일은 결코 생기지 않아, 헬렌처럼 행동하지 않겠어, 크리스의 행동이 이기적이야, 또는 크리스를 이해해라는’ ..
피아노를 치는 피에르와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게 된 잔느가 음악을 매개로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다. 피에르는 활발하고 예쁜 잔느를 마음에 두지만 부족한 말주변 때문에 일기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잔느는 처음 접한 음악회의 감동에 끌려 클래식 음악에 깊이 심취하고 피에르의 도움을 받아 클래식의 세계로 가려 한다. 그러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녹음 테이프를 발견하고 피에르의 도움을 받으면서 세상에 알린다는 이야기다. 잔느는 피에르 덕에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고, 피에르는 잔느 아버지의 작품을 연주하고 잔느와 사랑을 쌓아가는 속에 음악에 대한 연륜도 깊어진다. 같이 있었던 일을 “내 남자친구 이야기”는 잔느의 처지에서, “내 여자친구 이야기”는 피에르의 처지에서 쓴 쌍둥이 작품이다. 클..
의 작가 벌리 도허티의 소설이다. 청소년의 혼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루었던 벌리 도허티는 에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삶과 사랑을 역시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제스는 가족모임을 갖게 된다. 공교롭게도 죽은 대니 오빠의 기일이기도 해서 가족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야기, 선천적인 장애로 일찍 떠난 대니 오빠의 이야기, 존 오빠와 아버지의 비둘기를 키우는 이야기, 그리고 제스의 풋사랑 등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다소 복잡한 가계도와 다양한 인물로 인해 첫 부분이 잘 읽히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옛..
'사랑' 얼마나 가슴 떨리는 말인가. 사람을 죽게도 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사랑의 힘이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처음' 느끼는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처음이기 때문에 서툴지만 역시 '처음'이기에 그 느낌도 항상 새롭다. '이성교제'는 본능적인 것이면서도 성장의 한 부분이다. 좀더 폭넓은 시각으로 만남을 시작하고 관계를 다양하게 형성해 나가면서 몸과 마음이 한껏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이성과의 만남인 듯 싶다. 이성교제와 관련하여 추천할 책은 1. 니키의 여름방학, 오티 파이퍼 저, 한기상 김윤희 역, 다른 우리, 2004년, 8000원 2. 사랑에 빠져 본 적 있니, 이에 마이어 디트리히 저, 염정용 역, 우리교육, 2006년, 7000원 3. 플라타너스 나무 위의 줄리, 웬들린 밴 드라닌..
요새 우리 아이들이 가을을 타나 보다. 아니 가을이 아니라 사춘기의 시작인가? 워낙 성장이 빨라 초등학교 5, 6학년 때 이미 졸업했을 거라 생각한 사.춘.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아니면 급격한 육체적인 성장에 이어 뒤늦게 찾아온 정신적인 혼란? 1학기 때 전혀 없었던 폭력 사건이 터지고, 자질구레한 갈등과 싸움, 수업 중에도 자꾸 거울을 보는 아이들, 두발이나 성적에 대한 고민으로 가출 아닌 가출을 한 학생(2박 3일 간 아파트 옥상에서 판타지 소설만 읽었다는 전설적인 아이가 있다)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사랑’이란 이야기를 꺼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터넷 소설이나 대중가요(뮤직비디오) 가사 속의 짐짓 과장된 사랑 이야기 혹은 각종 기념일로만 기억되는 ..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자신이지..." 먼저 이금이 작가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토록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우리 아이들의 내면과 성장 과정을 담았다는데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태까지 성장 소설을 읽어 오면서 불만인 점이 있었다. 왜 한국에는 청소년 소설이 없냐는 것이었다. 이제 그 말을 하지 않겠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작가가 있으니.. 범 선생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성폭력이라는 굉장히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성폭력 사건 그 자체에 치우치지 않고 그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의 심리와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성폭력이라는 매개가 있지만 그것이 아픈 성장의 코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에 깊은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