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와 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두 책을 함께 읽은 것은 아니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추천하다 두 권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두 작품 모두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었다. "가녀장의 시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가계를 딸이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가녀장'의 시대를 상상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딸이지만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출판사 대표, 가정에서는 모부이지만 1인 출판사의 직원이기도 한 모부가, 서로 존중하며 가사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낯설지만 평화롭게 그려진다.어머니, 아내, 며느리의 가사 노동을 가족을 위한 희생이 아닌 정당한 노동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상상에 동의하면서도 멀리 ..
이 블로그를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립니다. 해가 바뀌어도 학년이 끝나지 않아, 2021년을 마무리하느라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2022년 새해가 더욱 반갑습니다. 3년만에 복귀한 학교에서 깜냥을 넘어서는 일을 맡아 고전했지만 잘 마무리해 홀가분하기도 하고, 호랑이띠인 제 해이기도 하고 40대의 마지막 해이기도 해서 좀더 열심히 움직여 보려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새해를 백아산에서 가족들과 마음 샘들과 함께 맞이했습니다. 새해의 기운 전하며, 2022년 활동을 시작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작년 올해, 하는 일이 달라지면서 청소년 소설도 뜸하게 읽는다. 일 주일에 한 권 정도는 읽자, 그렇게 마음 먹고 있을 때, 출판사에서 새 책을 보내주셨다. 이번엔 작가님의 사인까지 담겨 있어 좀더 특별했다. 가급적 빨리 읽고 나누는 것이 답례일 것 같아 청소를 마친 오후 책을 들었다. 아들이 만화책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표지를 주인공 ‘오사랑’과 ‘이솔’의 캐릭터로 채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만화로 줄거리를 소개하는 부분도 특별했다. 사계절 출판사의 청소년 소설을 여러 권 읽었는데 처음 보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상황과 낯선 여행을 담고 있어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재미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여고생 오사랑의 첫사랑의 설렘과 충..
"문제아"의 가장 큰 이야기거리는 ‘가난’이고, 두 번째 이야기거리는 ‘가족’이며, 기타 부수적인 이야기로는 ‘학교’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 동화들을 관통하는 큰 맥락은 가난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가난이 매개가 된 가슴 아프고도 슬픈 이야기가 많다. 예를 들어 ‘손가락 무덤’에서는 가난으로 힘들어진 아버지의 삶을, ‘아빠와 큰 아빠’에서도 정리해고 때문에 벌어진 가정의 불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사촌형이 큰아빠에게 화를 내며 가출(?)하는 상황도 역시 가난하기 때문이다. ‘독후감 숙제’나 ‘전학’, ‘문제아’, ‘김미선 선생님’도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가장 크게 주제를 부각시키며 정점이 달한 것이 ‘끝방 아..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제목처럼 내내 '그치지 않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인공이 여행 아닌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처음엔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무척이나 의아했다. 고교 자퇴를 하고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난다니, 게다가 형과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데... 여행을 하는 도중 많은 인물을 만난다. 마치 부조리극처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선문답들이 오고가는데, 코드가 맞는듯 맞지 않는듯 하면서 대화가 이어져 나가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과거 의사였던 가수, 치매에 걸린 할머니(미세스 산타클로스), 노숙자, 목사, 풍선을 나눠주는 여자 광대(코가 파란), 기차에서 만난 대장과 판다, 그리고 19번! 아픈 기억을 하나씩 ..
작가 배봉기는 부터 줄곧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이자, 그에 대한 절망적이거나 희망이 담긴 다섯 가지 해답이기도 하다. 용산참사의 아픈 기억을 우회적으로 되살리고 있는 ‘어둠 속의 아이’, 외국인과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교양 있는 중산층의 이중적인 시각을 꼬집은 ‘안녕 라자드’,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려 친구의 죽음도 잊어야 하는 괴물을 만드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고발한 ‘괴물 연습’, 그리고 오해와 편견을 깨고 새로운 가족을 일구는 ‘삼촌과 사는 법’, 마지막으로 힘든 고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찾는 ‘고백’까지 청소년들을 웅숭깊게 바라본 작가의 통찰력이 정말 놀라웠다. 앞의 세 편이 아픈 우리 현실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면, 뒤의 두 편은 작가가..
책 표지를 보고 ‘스키 점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말하는 ‘시속 370km’는 매가 사냥을 할 때 하강 속도라고 한다. 주인공 동준이는 스트레스를 오토바이 질주로 풀어간다. 비록 동네 중국집 ‘만리장성’의 배달용 오토바이로만 속도를 느끼고 있지만 언젠간 ‘로드스타’ 같은 제대로된 바이크를 타고 속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아이다. 그렇게 돈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매잡이에 빠져 가족은 물론 집안 형편을 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어머니와 별거까지 하게 되며, 매 순간 자신이 아버지가 키우는 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며 서운해한다. 그러나 동준의 목소리에는 비관과 서운함이 가득하지는 않다. 매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자리를 매가 앗아간 것 같아 불만이기는 ..
동서고금을 떠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국경을 너머 휴가를 다니는 모습 정도만 빼면 우리 나라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맞아 떨어지겠다. 이 책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부모와 자식은 핏줄이 얽혀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방이 살아가도록 강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에서 여름방학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었고, 불청객 재스퍼 역시 부모의 이혼과 재혼 사이에서 특별한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재스퍼의 문제를 접하면서 가족 내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여러 상황에 등장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파악해 보면서 책 내용을 나눠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129) 난 누나가 부모님한테 그렇게까지 화가 나 있다고는 생각하지 ..
참 독특한 소설이다. 주인공 에밀리앵 만큼 독특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결말을 보고 무척 당황(황당?)했지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정말, 무척 궁금하다. 에밀리앵의 아버지도 등장할 것 같고, 엄마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도 새롭게 전개될 것 같고, 특히 마르틴느 마리와의 사랑 이야기와 에밀리앵의 계속되는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어서 빨리 다음 책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아이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매료시키며, 베이비시터를 거쳐 과외교사로 거듭나는 에밀리앵의 활약상은 의 귀여운 악동 아드리안 모올을 떠올리게 한다. 이름도 비슷하지 않은가? 처럼 특별한 갈등 상황이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 다방면에서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등장하기에, 아이들..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로 아빠는 아내를, 아이들은 엄마를 잃는다. 그 충격으로 가족은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표류하고 만다. 아빠는 자신만의 상처만 생각하며 일방적으로 바다 여행을 추진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아이들은 엄마와 있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실종으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고, 벤은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무모한 항해를 한다. 운 좋게 도움을 받게 되고, 다시 만난 가족. 그러나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아빠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큰아들 벤. 하지만 그런 아버지와 자신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아 아빠를 이해한다. 엄마를 닮아,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둘째 아들 딜런과 다섯 살 제리까지, 4명이 있어야 가능했던 항해를 통해 가족은 방향을 찾고 인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