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학교 샘들과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 읽기로 한 책이 이 책이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찾아오기로 했는데 두 샘의 추천 목록에서 이 책이 겹쳤다. 띠지에 ‘2022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써 있었다. 검색해 보니 블로그, 유튜브 할 것 없이 리뷰가 많았다. 그런데 첫 번째 살펴본 리뷰에서 반전이 많은 책이라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으니 먼저 읽어보고 리뷰를 보라고 했다. 읽어보니 그 말이 맞았다. 모임을 며칠 앞둔 금요일 저녁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책이었다. 과학 책이지만 소설이나 에세이 느낌이 강했다. 또 인간이란 존재는?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책으로 읽혔다. 철학책인가? 도서십진분류표를 보니 409번. 과학사 관련 책이었다. 그렇다. 세상에 명확하게 구..
다양한 식물과 실험 도구들, 그 사이 자그마한 온실이 뚜렷하게 강조되는 표지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더스트 시대 ‘프림 빌리지’의 레이첼의 온실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뿌연 미세먼지와 같은 더스트 속에서 울창한 숲을 가꾸고 지켰던 ‘프림 빌리지’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지에 잘 담았다. 책 제목 “지구 끝의 온실”도 인상적이다. 보통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지구 끝’이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감추어진 이야기를 제목에도 잘 담았다. 기후 위기를 과학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가 증식 나노봇을 개발했으나 오히려 그것이 지구 생명체를 멸절시키는 쪽으로 폭발한다. 더스트를 피해 사람들은 크고 작은 ‘돔 시티’를 만들지만 한정된 자원 안에..
출퇴근하는 고속도로나 지방도를 가리지 않고 도로 곳곳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보게 된다.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건넜으면 싶다가도, 자신보다 큰 동물(물체)을 발견했다면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앞서 뛰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차에 치였을 것이고. 진화의 속도보다 문명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걸 보면 차에 치이는 동물들의 사건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로드킬’이 땅에서의 일이라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하늘에서의 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하늘에서는 작은 새라도 비행기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주기에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는 것. 그러나 인간의 앞길을 위해 치워야할 대상이라는 데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이야기는 도시인들[눈이 푸른 사람들]이 익인[날개를 가진 사람..
상캐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었다. 지금까지 정유정 작가의 책을 5권 읽었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그리고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작가의 글은 재미있고 몰입감이 있는데 청소년 소설로는 추천하기 애매한 부분이 많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제목도 좋고, 다양한 문제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인데다, 전남이 이야기 배경이고, 5.18로 짐작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추천하지만 끝이 애매하다. 의도치 않는 여행 중에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지만 촉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느낌. “내 심장을 향해 쏴라”와 “7년의 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으니 재밌지만 중딩들의 경험을 뛰어넘는 부분이고, “28”은 코로나 시국에 읽고 토론할 만한 책이지..
표지처럼 싱그럽고 산뜻한 소설이었다. 어찌보면 판타지같기도 하고. 편견일지 모르지만 고등학생, 그것도 남학생들이 원예반을 하며 식물과 교감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판타지에 가깝기도 했다. 우연히 버린 물에 살아난 식물을 보며 정기적으로 물을 주기 시작하고, 화초에 대해 공부하며 꽃을 기다리고, 일상처럼 꽃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요즘 매일 새로운 경이로움에 빠져 있기에 다쓰야와 오와이, 쇼지의 경험에 절대 공감한다. 작년 가을 꽃기린을 선물로 받았었다. 그걸 학년실에 그냥 방치해 두었다. 사시사철 꽃이 핀다던 화분은 겨울이 되더니 시들해지고, 누구의 손길도 거치지 못했던 화분은 1, 2월을 지나며 거의 고사 직전이 되었다. 그런 꽃기린에 1주일에 한 번 씩 물을 주고, ..
우리 주변엔 너무 커서 알 수 없는 것과 너무 작아서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우주의 탄생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인간의 삶을 규정할 만큼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너무나 거대한 세상이기에 파악하기 어려우며, 최근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문제가 되는 슈퍼박테리아는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너무 작아서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겁'과 '찰나'의 사이에 위태롭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람일까. "거인을 바라보다"는 너무 커서 잘 모르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다. 고래 자체가 너무 크기도 하고, 고래의 삶의 영역이 크기도 해서 우리는 고래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아마 이제야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분기공에서 수증기를 쏟아내는 시간만큼만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해야할 것 같다. 고래의 삶에..
'구제역', '조류 독감'으로 살처분된 소, 돼지, 닭, 오리가 100만 마리를 넘는다고 한다. 살처분. 국어 사전엔 없는 말이지만, '살'이란 말에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구덩이를 파 살아 있는 동물을 강제로 매몰하는 처분. 생명체이면서도 상품이기에 내릴 수 있는 처리 방법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집단으로 자살하는 동물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인위적이건, 자연적이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사인' 같아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동물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동물은 사람과 같다. 그것은 동물을 의인화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시튼의 동물 이야기인 이라든가, 에 나오는 동물들은 본능적이지만 사고하는 동물과 인간의 두뇌 싸움 같은 게 있고, 이야기 말미에는 잡고 잡히는 관..
'속도'의 시대에서 되볼아볼 여유가 없어 놓치는 것은 독서도 마찬가지다. 2001년 독서 모임 '나라말향기'에서 이 책을 감동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인디언의 삶을 다룬 책을 여럿 읽었던 기억도 난다. 한동안, 아이들 수행평가하며 줄거리를 떠올린 것 외에는 책에 대한 감상을 되돌릴 여유도 없이 지내다 이번에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준비하며, 예전에 잊었던, 오히려 보낸 시간만큼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자연스러움이 인간다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러움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파괴되는 과정을 느낀다. 삶의 과정도 그렇지만 특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죽음이 나온다. 윌로 존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인디언과 파일빌리의..
가출 엿새 뒤, 아들이 ‘기적같이’ 들어왔다. 그날 부부는 가출 청소년을 모험가, 반항자로 부르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조심스레 어디에서 먹고 잤느냐고 묻자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친구 집에서….” (확인 결과, 아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가출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싫어!” 소리를 반복하더니, 마지못해 “그냥 집이 싫었어. 갑갑해!”, “휴대폰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도 짜증났어.”라고 말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가출한 거야?” 김씨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결말이 ‘개과천선을 다룬 사춘기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자신이 아들의 경이로운 외적 성장(8개월 만에 키와 몸무게가 14cm, 10여kg 늘었다!)에만 관심을 쏟았지, 내적 성장통과 심..
쇠고기 문제, 독도 문제, 남북 문제 등 보통 외부와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내부의 결속은 강해진다는게 상식인데, 광복절 오늘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갈등의 양상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친일파 후손들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빼앗은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고, 또 자주 승소하는 현실에서 광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합의 없이, 통일 세력들을 제거하고 외세의 지원을 받아 무리하게 단독 정부를 세운 세력들이 '건국절'이라는 엉뚱한 기념식을 만들어 국가적으로 치르는 것을 보면, 국민을 통합해야할 책임이 있는 이 나라의 정부와 사회 주도 세력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화가 난다. 하지만 광복절 오늘, 우리 우리가 시급히 논의하고 풀어가야할 문제가 드러난 통계 결과 보도가 충격적이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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