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옮긴 학교에서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이 한창이라 들여다보지 못하다 개학하고 나서야 읽었다. 새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네 글자’ 자기소개로 수업을 열었다.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특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활동인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수업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고 내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좀더 기다려야 했는데... 무언가를 명명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규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첫 수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름’에 대한 일본의 문화를 조금 알게 되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고 그것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이름에 대한 일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
책을 읽고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었다. 생각만 했을 분인데 페이스북에서는 '아이슬란드로 여행가야 하는 이유'라는 광고가 자주 노출되고 있다. 재작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를 보며 아이슬란드와 후사비크에 대해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관심이 생겨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여하튼 오로라와 고래를 보기 위해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고래와 같은 지구적이고, 오로라와 같은 우주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그곳, 자연의 힘이 큰 시공간일수록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 느낌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작가의 이전 작품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을 떠올리게 한다.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이나 글꼴 등 스..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주인공 레오니다스. 같은 이름의 스파르타 전쟁 영웅을 닮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지만,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등 예민한 성격이다. 게다가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할머니 보호 속에 살지만 할머니 마저 돌아가신다. 아버지와는 대화가 거의 없으며 아버지는 남자다움을 요구한다. 학교 매점 봉사활동을 하다 농구부 주장인 드레이크와 싸운다. 일방적으로 맞았지만 학교에서는 레오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일주일에 한 번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벌을 받는다. 게다가 호신용으로 격투기를 배우라는 아빠의 지시로 체육센터를 다녀야 하고. 격투기를 피해 들어간 곳이 ‘핫요가’이고 고조할아버지 이래로 원수 집안의 자손인 ‘이지’의 도움을 받게 된다. 요가를 하면서 레오는 마음의 ..
작년 12월, 양철북에서 책을 보내주셨다. 매번 새 책을 출간할 때마다 잊지 않고 보내주신다, 고맙게도. 얼른 읽고 소감을 나눠야 했는데, 담임으로서, 자유학년제 부장으로서 학년말 업무가 많아 책장에 꽂아 두기만 했다가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다. 조현병을 문제 상황으로 다룬 청소년 소설이라니 양철북다웠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와 조현병이 잘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표지를 볼 때마다 거듭 표지가 많은 것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김이 서린 거울, 또렷하게 보기 위해 닦아내지만, 또렷한 곳이나 흐린 곳 어디든 나타나는 캐릭터들, 제목과 글쓴이, 옮긴이의 이름을 거울에 쓴 손글씨로 표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조현병을 다룬 청소년 소설을 처음 읽었다. 읽으면..
출판사에서 지난 4월 책을 보내주셨다. 바로 읽고 소감을 나누어야 했지만 학기 초라 경황이 없었다. 방학하자마자 책을 들었다. 표지가 인상적이다. 제목처럼, 달이 뜬 밤 산등성이로 묘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공작처럼 날개가 화려한 새 한 마리가 보인다. 산 아래로 촘촘이 들어찬 집들과 거센 파도를 날아다니는 은빛 물고기, 그 가운데 창가에서 바다를 바라 보는 소년이 눈에 띈다. 제목도 인상적이다 '관 짜는 노인'. 이야기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시대와 장소를 짐작하기 어려운 알로라 마을은 하늘을 나는 물고기와 구불구불 아름다운 골목길로 유명하다. 이곳에 살고 있는 목수 알베르토는 아내와 세 자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전염병으로 모두를 잃는다. 마을의 관을 짜는 사람도 전염병으로 죽어 알베르토가 직접 관..
지난 겨울 방학, 아이, 아이 친구들과 소소한 책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독서 습관이나 성향을 살펴보았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정해 소개하고 고르는 작업을 거쳐, 첫 번째로 "과학, 리플레이"를 선택했다. 아이들 입장에서 과학의 양면성을 잘 지적하고 있는 이 책이 비교적 토론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독서모임은, 1. 소감 나누기: 새롭게 알게 된 점, 깊이 들여다 본 주제 -과학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고 전문적인 분야이기에 좀더 귀기울여 판단해야 한다. 기술은 판단하지 못한다. 2. '과학 리플레이'란 제목과 표지의 의미.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여러 각도에서 계속 리플레이하면서 판단하는 스포츠 경기의 아이디어를 잘 활용함. 3. 책에서 이야기하는 10개의 과학 문제..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순천까지 온 전국국어교사모임 연수는 역설적으로 올해가 가장 추웠음을 증명하는 공간이 되었다. 강의실도 추운데, 온기가 오래 버티지 못하는 복도에는 출판사 ‘양철북’과 ‘휴머니스트’에서 가판대를 설치하고 교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책이 인연이 돼 가끔 책을 보내주는 양철북에 인사하러 들렀다, 이 책 “디그요정”을 추천받았다. “디그요정” 배구를 하며 자존감을 발견하는 거울을 바탕으로, 농구나 배구에서 작전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동그라미와 가위표가 눈에 띤다. ‘디그’라는 말의 뜻을 모르더라도 배구와 연관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 그리고 초임 시절까지 친목활동으로 배구를 자주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배구 겨울리그도 재미있게 보았다. 시..
기업. 사전에서는 이익을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이익집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 과정을 보면 기업의 ‘이익’이 혼자만의 힘이 아닌, 국가의 온갖 특혜와 지원, 시민의 동일시와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거대 기업과 기업주가 보여주는 갖가지 행태는 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 "고장 난 거대 기업"은 매우 익숙한 다국적 기업들이 어떤 과정으로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었으며, 사람을 해치는 절대적인 힘이 어떻게 꺾이게 되었는지, 스토리와 근거를 활용해 보여준다.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네슬레’, 여성 차별이 심각한 ‘월마트’, 제3세계 국가와 아동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나이키’..
학교를 바꾸고자하는 운동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혁신학교’ 형태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학교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교사, 학생이 바뀌어야 하지만, 학교 운영을 뒷받침하는 국가적인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각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혁신학교’는 학교 차원의 개혁운동이라 생각한다. 혁신학교 이전에도 ‘학벌없는 사회’ 등에서는 국립대통합네트워크 같은 대학평준화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대학교 서열부터 없애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국가가 설립 주체인 국립대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지 10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 큰 울림은 없다. 그 사이 대입제도는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바뀐다.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
집단따돌림에 대한 종합세트같은 책이다.작가는 일본 내 집단따돌림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듯 다섯 편의 작품에서 작가만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솔직히 읽으면서 우리나라와는 양상이 조금 다른 집단따돌림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아이들, 즉 내가 경험한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은 이토록 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단따돌림은 놀이나 게임 형태가 아니었다. 이토록 잔인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다섯 편에 나온 집단따돌림의 가해자들은 일종의 게임으로 아주 잔인하게 집단따돌림을 진행하고, 피해자는 묵묵히 감내할 뿐 누군가에게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그것을 아주 치욕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문화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