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아주 아주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작년 박소형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선생님의 극찬이 담긴 리뷰를 보고 일단 책부터 구입했다. 책꽂이에서 우선순위에 밀리다 5월 어느 날 시작한 독서!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과 사랑에 빠졌다.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게 삶 앞에 당당한 모모, 모모가 사랑한 죽음을 앞둔 유태인 로자 아줌마, 코란과 빅토르 위고의 책을 같은 반열에 올린 하밀 할아버지(나중에는 레미제라블만 들고 다니심), 가장 불완전한 신체(전직 복서 남성이면서도 여성이 되고자 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충만한 영혼을 가진 세네갈 롤라 아줌마, 그리고 의사 카츠 선생님(자신의 직무에 너무도 성실한)을 비롯하여 왈룸바씨 일행(로자 아줌마의 마지막 삶의 순간에 ..
코로나19로 거의 코앞까지 갔던 러시아 문학기행이 연기(?)되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을 배공 예산의 도움을 받아 선물받는 마음으로 이제서야 다 읽었다. 1. 푸시킨, 2. 톨스토이, 3 고리키(러시아) 4. 스탕달, 5. 빅토르 위고(프랑스) 6. 괴테, 7.훨덜린, 8. 헤세(독일) 9. 바이런, 10. 로런스(영국) 정말 가보고 싶었던 문학기행. 고전을 읽으며, 꿈꾸어 왔던 문학기행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작가의 종횡무진 지식과 독서 덕분에 여러 가지 관점 특히, 살아온 여정과 여성 편력 등 재미 있는 요소들 덕분에 요즘 독서 중 가장 빨리 읽었던 것 같다. 주로 여성편력 이야기가 많아 읽다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이 책이 음악을 작가의 ..
내년(2020) 러시아 가족 여행이 예정돼 있어 해외여행을 떠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교육청으로 파견 나와 방학도 없이 일하면서, 학기 중 좋은 계절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버리기도 아쉬웠다. 몸만 괜찮았다면 남한강 종주를 끝으로 4대강 자전거 종주를 함께 마무리했을 중3 아들과 아쉬움을 달래는 여행을 떠난다는 명분으로 '여행은 시작됐다.' 여행지로는 '파리'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30년 전 일이지만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영화나 노래로 프랑스를 만나면서(소피 마르소!) 호감도 생겼다. 게다가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나 “레 미제라블”을 보면서 제국주의로서의 프랑스보다는 민중의 혁명을 완성한 나라라는 이미지도 더해져, 유럽을 여행지로 프랑스를 꼽게 되었다. 한편 영국을 다녀온 ..
대학 때 홍세화 선생님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으며 프랑스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용인(똘레랑스)과 사람이 먼저인 문화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물론 프랑스 역시 제국주의의 수혜자였고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지만, 그들이 유지하는 문화와 교육 중에는 우리 사회에서 참고할 내용도 적지 않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는 작가의 딸인 ‘칼리’를 중심으로 어린 아이들도 성숙한 존재로 동등하게 인정하며 생활하는 모습, 서열이 없어 오히려 학교가 제 구실을 하는 모습, 그리고 민주주의를 체화하는 곳으로서의 학교가 인상 깊게 그려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유용하지도 않는 지식을 청소년기 내내 치열하게 암기하고 서열 경쟁으로 내몰..
뜻하지 않게 만난 책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알라딘 서평단에 당첨된데 이어 두 번째 받은 선물이라고나 할까. 방명록에 남긴 편집자의 글을 보고 메일을 보냈더니 책을 다섯 권이나 보내주었다. 프랑스 청소년들이 2008년에 가장 좋은 책이라고 추천했다는데, 프랑스 아이들의 관심이 드러나는 것 같다. 다른 세상에 대한 궁금함, 동경은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 다행히 요새는 그 관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사회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4년 전 라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최고의 지성을 갖춘 부자간의 대화를 다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책을 통해 불교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가 싶다. '정글'은 그 특성상 자연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다. 윤회적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