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노벨문학상이 삶에 좀 더 깊이 다가왔다. 작년 말 학교 동료들과 "채식주의자" 토론, 내년 폴란드, 체코 문학기행을 앞두고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을 읽고 강의를 들었다. 이번 독서 모임에서는 "세월"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모임 덕분에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소설. 그러나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시작부터 19쪽까지 과거를 회상하는 여러 장면들이 짧게 짧게 제시되는데 내용 파악도 안 되고 뭘 이야기하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20쪽부터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만 20쪽부터 읽어도 될 것 같다.이야기는 서술자의 돌 무렵인 1940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책을 다 읽고 아주 아주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해졌다. 작년 박소형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선생님의 극찬이 담긴 리뷰를 보고 일단 책부터 구입했다. 책꽂이에서 우선순위에 밀리다 5월 어느 날 시작한 독서!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과 사랑에 빠졌다. 엉뚱하면서도 진지하게 삶 앞에 당당한 모모, 모모가 사랑한 죽음을 앞둔 유태인 로자 아줌마, 코란과 빅토르 위고의 책을 같은 반열에 올린 하밀 할아버지(나중에는 레미제라블만 들고 다니심), 가장 불완전한 신체(전직 복서 남성이면서도 여성이 되고자 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충만한 영혼을 가진 세네갈 롤라 아줌마, 그리고 의사 카츠 선생님(자신의 직무에 너무도 성실한)을 비롯하여 왈룸바씨 일행(로자 아줌마의 마지막 삶의 순간에 ..
코로나19로 거의 코앞까지 갔던 러시아 문학기행이 연기(?)되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을 배공 예산의 도움을 받아 선물받는 마음으로 이제서야 다 읽었다. 1. 푸시킨, 2. 톨스토이, 3 고리키(러시아) 4. 스탕달, 5. 빅토르 위고(프랑스) 6. 괴테, 7.훨덜린, 8. 헤세(독일) 9. 바이런, 10. 로런스(영국) 정말 가보고 싶었던 문학기행. 고전을 읽으며, 꿈꾸어 왔던 문학기행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작가의 종횡무진 지식과 독서 덕분에 여러 가지 관점 특히, 살아온 여정과 여성 편력 등 재미 있는 요소들 덕분에 요즘 독서 중 가장 빨리 읽었던 것 같다. 주로 여성편력 이야기가 많아 읽다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이 책이 음악을 작가의 ..
¶ 여행 일곱 째날(9월 11일 수요일) 지베르니, 오베르,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박물관 아침부터 일이 꼬였다.여행 마지막 하루 전날이라 세탁기에 들어 있는 빨래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빨래를 돌렸다. 끝났다는 표시를 보고 전원을 껐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7시 40분까지 개선문으로 가려면 7시 전에는 출발해야 해 빨래를 그대로 두고 숙소 앞 벨리브 정류장을 찾았다. 탈만한 자전거가 한 대도 없었다. 얼른 오르세미술관 뒤편 벨리브 정류장으로 갔으나 여기에도 자전거가 몇 대 주차돼 있지만 탈 수 있는 자전거가 없었다. 세느강 둔치에도 자전거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7시 10분이되었다. 출근 시간 대라는 걸 고려하지 못했다. 택시라도 잡아타고 싶었지만 파리는 택시정류장이 따로 있다고 한다. 얼른 ‘..
¶ 여행 다섯 째날(9월 9일 월요일) 몽마르뜨, 에펠탑몽생미셸에서 개선문까지 돌아오는 4시간 동안 차 안에서 정신없이 잤다. 개선문에서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씻기만 했는데도 새벽 3시가 되었다. 오후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아 둬, 오전 10시에 일어나 빨래를 돌리며, 어제 일을 정리하고, 가족과 통화도 하고, 이른 점심을 먹으며 느긋하게 보냈다. '몽마르뜨 투어' 예약 시간에 맞춰 1시 정도에 출발했다. 집결 장소인 라마르크-콜랭쿠르 역까지는 6.7km, 숙소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젠 일상적인 풍경이 된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 퐁피두센터 근처에서 자전거를 갈아탔다. 벨리브 시스템은 30분 이내까지만 무료라서. 그런데 여기부터 몽마르뜨까지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있지 않아 도로의 마지막 차선..
¶ 여행 셋째 날(9월 7일 금요일) 기상 시각을 6시에 맞추었는데 그전에 잠이 깼다. 여행지의 낯섦과 외부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아 일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어제 못 쓴 일기를 쓰고, 숙소의 5kg짜리 드럼 세탁기를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세제를 찾지 못해 그만두었다. 영어라도 써 있으면 단어를 찾아보며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두 프랑스어로만 적혀 있었다. 아직 어둡고 글자도 너무 작아 번역기를 돌리기에 어려워 아침 준비를 했다. 햇반 2개, 볶은 김치 2봉지, 라면 1개, 남은 채소로 만든 샐러드지만 맛있게 먹었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산하는 '바스티유 광장'과 '앵발리드'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중심으로 선택한 것 같았다. 이곳들을 포함해 크게 한 바..
내년(2020) 러시아 가족 여행이 예정돼 있어 해외여행을 떠날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교육청으로 파견 나와 방학도 없이 일하면서, 학기 중 좋은 계절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버리기도 아쉬웠다. 몸만 괜찮았다면 남한강 종주를 끝으로 4대강 자전거 종주를 함께 마무리했을 중3 아들과 아쉬움을 달래는 여행을 떠난다는 명분으로 '여행은 시작됐다.' 여행지로는 '파리'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30년 전 일이지만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영화나 노래로 프랑스를 만나면서(소피 마르소!) 호감도 생겼다. 게다가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나 “레 미제라블”을 보면서 제국주의로서의 프랑스보다는 민중의 혁명을 완성한 나라라는 이미지도 더해져, 유럽을 여행지로 프랑스를 꼽게 되었다. 한편 영국을 다녀온..
대학 때 홍세화 선생님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으며 프랑스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용인(똘레랑스)과 사람이 먼저인 문화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물론 프랑스 역시 제국주의의 수혜자였고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지만, 그들이 유지하는 문화와 교육 중에는 우리 사회에서 참고할 내용도 적지 않아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는 작가의 딸인 ‘칼리’를 중심으로 어린 아이들도 성숙한 존재로 동등하게 인정하며 생활하는 모습, 서열이 없어 오히려 학교가 제 구실을 하는 모습, 그리고 민주주의를 체화하는 곳으로서의 학교가 인상 깊게 그려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유용하지도 않는 지식을 청소년기 내내 치열하게 암기하고 서열 경쟁으로 내몰..
뜻하지 않게 만난 책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알라딘 서평단에 당첨된데 이어 두 번째 받은 선물이라고나 할까. 방명록에 남긴 편집자의 글을 보고 메일을 보냈더니 책을 다섯 권이나 보내주었다. 프랑스 청소년들이 2008년에 가장 좋은 책이라고 추천했다는데, 프랑스 아이들의 관심이 드러나는 것 같다. 다른 세상에 대한 궁금함, 동경은 본능에 가까운 것 같다. 다행히 요새는 그 관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사회의 불교에 대한 관심을 4년 전 라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최고의 지성을 갖춘 부자간의 대화를 다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책을 통해 불교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가 싶다. '정글'은 그 특성상 자연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이다. 윤회적 세..
모임에서 홍세화 님의 책 와 로 독서토론을 계획하였다.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뚜렷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줄거리를 요약할 수도 없고, 아이들 수준에 딱히 맞는 글도 아니라는 생각이 주된 것이었다. 또 사회적으로 뚜렷한 호응을 받았던 이 글을 학교 안으로 끌고 들어갔을 때의 논의 방법도 고민되었다. 지금도 우리 교육청은 정보통신윤리 운운하며 4.3 항쟁 사이트조차 접근할 수 없도록 해 놓았으니. 시간이 담보되면 더 충실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임이 보충해 주리라 믿는다. 독서토론과 독서지도방법을 고민하면서 이 책이 학생들에게 어렵고(실제로 홍세화씨 홈페이지에는 어렵다는 그래서 줄거리를 가르쳐달라는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