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에서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와 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두 책을 함께 읽은 것은 아니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추천하다 두 권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읽고 나서 보니 두 작품 모두 페미니즘을 다루고 있었다. "가녀장의 시대"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가계를 딸이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가녀장'의 시대를 상상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딸이지만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출판사 대표, 가정에서는 모부이지만 1인 출판사의 직원이기도 한 모부가, 서로 존중하며 가사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낯설지만 평화롭게 그려진다.어머니, 아내, 며느리의 가사 노동을 가족을 위한 희생이 아닌 정당한 노동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상상에 동의하면서도 멀리 ..
청소년 노동 인권을 다룬 첫 소설이라고 할까? 당시에는 이런 책이 나와서 애들 읽히기 좋다고 이야기가 돌았는데, 그때는 읽지 못하다가 수업을 하려고 보니 찾아서 읽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은 단순하고, 또 주제도 명확하다. 부모님의 사정이 힘들어지게 되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세상에 뛰어든 시은이 이야기다.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은이는 '저스트 어 모멘트'라는 된장라면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사장의 갑질과 기만으로 받아야 할 시급에 못미치는 주급을 받는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또 열심히 일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고 싶은 시은이는 속상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이어간다. 그러나 함께 일하던 정운으로부터 풋풋한 관심을 가지게 되..
올해 처음으로 2015개정 교육과정 중 3학년을 맡게 되었다. 수업도 평가도 새로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1학기 1권 읽기를 어떤 책으로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방향은 1학기는 청소년 노동인권 혹은 진로, 2학기는 고전읽기를 정했지만 좋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제도 잘 맞아야 하고, 수준도 맞아야 하는데, 주제를 다루는 것이 가볍거나 협소한 문제들이 많았고, 2학기 고전읽기는 수준에 맞을지가 고민이었다. 어쨌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학기에 학생들에게 읽힐 책들을 읽었는데, , , 마지막으로 을 읽었다. 그 중 을 가장 먼저 정리해 본다. 세 가지 책 중 어찌 보면 가장 지루할 수 있겠으나, 노동의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업. 사전에서는 이익을 얻기 위하여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라고 정의한다. 한마디로 이익집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 과정을 보면 기업의 ‘이익’이 혼자만의 힘이 아닌, 국가의 온갖 특혜와 지원, 시민의 동일시와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거대 기업과 기업주가 보여주는 갖가지 행태는 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 "고장 난 거대 기업"은 매우 익숙한 다국적 기업들이 어떤 과정으로 절대적인 힘을 갖게 되었으며, 사람을 해치는 절대적인 힘이 어떻게 꺾이게 되었는지, 스토리와 근거를 활용해 보여준다.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네슬레’, 여성 차별이 심각한 ‘월마트’, 제3세계 국가와 아동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나이키’..
“무옥이”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고난의 시대 속에서 개인적, 가족적, 민족적, 계급적 아픔과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열여덟 홀로서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에네껜 아이들”과 더불어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소설의 장점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먼저 주인공의 삶이 우리 삶과 크게 다르지만, 결국은 사람,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홀로서기에 눈뜨게 해 준다. 그러면서 실제 역사 속의 개연성 높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과거의 역사와 지금 우리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 현재도 광복절이나 역사교과서를 두고 진행되는 역사 왜곡의 출발점을 확인할 수도 있다. 또 “무옥이”에서는 문학의 힘, 이야기의 힘도 잘 드러난다. 보통 전기문을 보며 삶의 지혜를 얻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옥이”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든 두 번째 만화집이다. '십시일반'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주제가 워낙 무거워서 두 번째 만화집은 솔직히 조금 망설였다. 그래서 나온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오늘에서야 읽었다. 모두 민주 덕분이다. 민주가 오늘따라 잠을 많이 자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두 시간도 안 돼 금새 읽은 것 같다.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다룬 손문상의 작품,동성애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다룬 이애림의 작품(그림이 무척 독특하다),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 장차현실의 작품,그리고 남녀차별, 지역, 학벌 차별을 다룬 홍윤표의 자품,학생들의 교육노동을 다룬 오영진의 작품시작부터 불평등한 교육현실을 다룬 정훈이의 작품,비혼모들의 아픔을 다룬 유승하의 작품그리고 군대내 폭력을 다룬..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을 기념해서 출간한 단편집이란다. 놀랐다. 이 단편집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문학 작가들이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는 것에. 또 중학생을 결코 얕보지 않았다는 말처럼 청소년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는 것에.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모임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청소년문학을 읽으며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게 목적인지, 청소년에 맞는 소설을 가려내 책을 즐겁게 읽히는 게 목적인지. 단순하게 이분화 했지만 어느 쪽이든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청소년문학의 질과 양이 확대됐으나 독서 현실은 더 얄팍해진 현실에 대한 독서 모임의 대응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아무도 모르게(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의 작가. (29) 우리는 한밤중이 다 되어서야 강릉에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는..
쇠고기 문제, 독도 문제, 남북 문제 등 보통 외부와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내부의 결속은 강해진다는게 상식인데, 광복절 오늘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갈등의 양상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친일파 후손들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로 빼앗은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고, 또 자주 승소하는 현실에서 광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합의 없이, 통일 세력들을 제거하고 외세의 지원을 받아 무리하게 단독 정부를 세운 세력들이 '건국절'이라는 엉뚱한 기념식을 만들어 국가적으로 치르는 것을 보면, 국민을 통합해야할 책임이 있는 이 나라의 정부와 사회 주도 세력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화가 난다. 하지만 광복절 오늘, 우리 우리가 시급히 논의하고 풀어가야할 문제가 드러난 통계 결과 보도가 충격적이다. 우리..
책을 읽다보면 선진국과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나 실제 운영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상황과 선진국 상황은 사회 일반적인 철학과 경험의 차이가 있기에 본질적인 차이를 낳고 만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처절하게 경험적으로, 철학적으로 깨닫기 전까지는 특별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겠다는 다소 패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은 지난 2월 자투리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 MBC의 교육 다큐 “열다섯 살, 꿈의 교실”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1부 “일 년 쯤 놀아도 괜찮아”는 유럽에서는 드물게 입시학원이 성행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일랜드에서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시험과 평가가 없는..
중학생때 공부하기 가장 어려웠던 과목 중에 '농업'이 있었다. 시골에 살았고 매일 보는 것이 보리며 벼, 소와 돼지였지만 우리집은 장사를 했기 때문에 농업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은 생소했고 외워할 내용들이라 어려웠다. 고등학생때에도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이 많았지만 그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윤리'였다.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현실파악과 고민이 내삶과 연결되기 보다는 하나하나 외워야할 지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농업이야 그 시기에 외웠다 잊혀져도 그만인 지식이었지만, 인문학을 공부하고 그 언저리를 가르치는 걸 업으로 삼게된 지금도 철학은 여전히 이야기 꺼내기 어려운 지식이다. 하지만 여러 상황에 조금씩 더 익숙해지고 반성할 생활이 중첩되면서 서서히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들이 내가 생각하는 삶과 연결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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