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소속된 사회 속에서 구성원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말 속에서 드러나듯 거의 숙명적인 것 같다. 한편 생명체로서 사람은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나로서’ 살아가길 원한다. 그것도 자유의지를 가진 생명체로서의 본능이다. “피구왕 서영”은 나와 내가 포함된 사회의 강요된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장 오랫동안 만나며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도, 성장기를 주로 보내는 학교에서도, 협력하면서도 경쟁해야하는 사회에서도, 일시적인 같은 공간에서도 우리는 폭력적인 강요를 경험한다. 또 그러한 관계는 내면화돼 스스로를 구속하는 자기 검열이 되기도한다. ‘강요된 관계’에 대해 민감하게 성찰해 보는 책이다.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초등학교를 배경..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를 재미 있게 읽고 남학생들에게 추천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3월 첫 수업을 할 때나 8월 2학기 첫 수업을 할 때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버려야할 것을 찾는 활동의 바탕글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 뒤 시리즈라고 불릴만큼 후속편들이 나왔지만, 그 즈음 읽었던 고정욱 선생님의 소설 경향이 비슷해 더 찾아 읽지는 않았다. 그러다 아들 친구 독서모임 회원들과 학교폭력을 이야기할 책으로 이 책이 추천돼 읽었다. 고정욱 선생님의 일관된 작풍이 느껴졌다. 아들 친구들과 독서모임에서는 1.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교실 사회의 특징은? -160 요즘 학교는 마치 계급사회 같아요 -학교 상황이 서열이나 따돌림이 있지는 않고 '끼리끼리' 정도는 있..
“세븐 블라인드”라는 제목과 표지에서 이 글의 문제의식이 짐작된다. 파란 하늘을 가리고 있는 블라인드 안에서 홀로 외롭게 앉아 있는 뒤표지의 여학생이, 민들레꽃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일어나 블라인드를 잘라내는, 7개의 이야기들이 홀씨가 되어 비슷한 문제 상황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픈 의도가 읽힌다. 한편 청소년들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을 제거하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렌즈의 역할을 의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루밍’은 청소년들의 원조 교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쉽게 벌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원조 교제를 활용하기도 하고, 가출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의 진정성을 믿으며 원조 교제가 시작된다. 소비로 풀 수밖에 없는 가정의 문제, 태어난 게 죄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기필코 서바이벌” 제목처럼 절박하다. 누명을 쓰고 ‘전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러나 제목처럼 기필코 살아남는다. 긍정적이고 해결방안도 있다. 주인공 서란이는 왕따 상황에서 정면 충돌, 무시, 못들은 척, 선생님께 말하기, 비행기로 항의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본다. 그러나 누명을 쓰고 당하는 왕따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문제를 찾아가며 만난 '기억의 창고'라는 사이트의 도움을 받으며 강한 내면의 힘으로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있는 아이들도 친구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히키코모리 수림이가 코스프레 등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이 나오자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모습도 이해된다. 교사로서 주인공 서란이처럼 도..
작가의 "구덩이"를 읽으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작가의 입담에 경탄한 적이 있었다.이 이야기도 관계없이 보이는 또래 관계, 집단 따돌림의 문제와 과학기술의 문제를 잘 엮어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실은 이 이야기처럼 세상에 '인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주변의 좁은 세계에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문제가 될 것이고, 세상의 넓은 세계에서는 간접적인 관계가 문제가 될 확률이 더 클 것이다. 여하튼 직접적인 인간관계의 문제는 개인의 의지가 크게 작동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를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방관자들이 적절히 개입하도록, 또 학교가 접근할 수도 있지만 결국 문제는 당사자가 풀어가야할 것이다. 따돌림을 극복해 간다는 측면에서 "깃털이 전해 준 선물"이 떠올랐다. (157) 앤..
2014년 3월에 다시 읽었다. 2010년에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추천하기 어렵겠다는 감상을 블로그에 적었다. 작가의 의도를 다르겠지만 결국 '왕따'라는 문제를 죽음으로 끝맺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추천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꾸준히 이 책을 읽고 독서수행평가 검사를 하러 왔다. 아이들에게 제목의 뜻을 묻거나, 실패 다섯 개가 누구한테 있었는지, 가장 문제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인상 깊은 장면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아이들의 반응을 들으면서 스토리를 파악하고 있으나 자신의 삶으로 끌어와 공감하며 읽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영화로 개봉되고 점유율도 높게 나오면서 어떤 식으로든 거론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다시 읽게 되었다. 먼저 2010년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그 사이..
청소년 소설들의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청소년들의 삶도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개별적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고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또 청소년 문제가, 청소년의 성장과정 몇몇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성장 과정이라는 점에서 공유하고 풀어가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책 표지, 제목에서 느껴지듯 건강한 캐릭터 용지호가 불의에 맞서다 곤란에 겪지만 결국은 이겨낸다는 건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기엔 몇몇 고민거리들이 있다. 먼저 가정과 학교의 문제가 눈에 띤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정은 조기 퇴직에 대한 위협,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로 경제적인 불안에 시달린다. 학벌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도 청소년의..
이 작가 나름 유쾌하다. 7개의 작품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으면서도 유쾌하고 무겁지 않게 다가온다. 2011년에 출판되었는데, 왜 이제야 읽게 됐는지, 내 불찰이다. 전에 김인해 작가와 엮은 ‘한파주의보’를 읽는 적이 있는데, 이 작품집으로 문부일이라는 작가를 머릿속에 선명하게 새겼다. 1. 알바학개론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김준이 주인공이다. 고교를 중퇴했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아르바이트중이다. 중3부터 알바 생활을 시작해 이 업계에서는 나름 프로라고 자부한다. 매 순간마다 자신이 프로 알바생임을 환기하며 의지를 재충전한다. 솔직히 좀 비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들은 솔직히 현실에 좌절하며 자신의 성실성만으로는 세상을 이겨나가기 힘들다는 고통스러운 결..
"내 이름은 망고"에서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주인공 캐릭터를 선보였던 추정경이 매우 색다른 소설로 청소년 문학에 두 번째 문을 두드렸다. 일단 이 소설은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매우 흡인력이 강했다. 집단 폭력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하균이와 하균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한강 다리 밑 벙커에 숨어사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가출이’를 중심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꼬인 실타래를 함께 풀자고 하는 듯 독자를 잡아당겼다. 마치 주인공이 처음 벙커의 문을 발견했을 때처럼. 소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하균이 동급생들을 괴롭히고, 그것이 다시 집단 폭력으로 이어지는 하균이 이야기와, 새엄마의 가정폭력으로 목숨까지 잃을 뻔한 민호와, 그리고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
집단따돌림에 대한 종합세트같은 책이다.작가는 일본 내 집단따돌림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듯 다섯 편의 작품에서 작가만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솔직히 읽으면서 우리나라와는 양상이 조금 다른 집단따돌림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아이들, 즉 내가 경험한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은 이토록 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단따돌림은 놀이나 게임 형태가 아니었다. 이토록 잔인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다섯 편에 나온 집단따돌림의 가해자들은 일종의 게임으로 아주 잔인하게 집단따돌림을 진행하고, 피해자는 묵묵히 감내할 뿐 누군가에게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그것을 아주 치욕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문화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