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옮긴 학교에서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이 한창이라 들여다보지 못하다 개학하고 나서야 읽었다. 새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네 글자’ 자기소개로 수업을 열었다.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특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활동인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수업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고 내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좀더 기다려야 했는데... 무언가를 명명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규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첫 수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름’에 대한 일본의 문화를 조금 알게 되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고 그것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이름에 대한 일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
작년 11월 독서모임에서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고 읽어보자고 했는데 경황이 없어 읽지 못했다. 모임 샘들이 다들 지쳐 올해는 모임을 쉬기로 했다. 독서 모임의 마지막 책이 될듯. 책 제목 '나나'는 이름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두 명의 나(나, 나)는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 그런데 문제는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기에 돌아갈 수 없다. 일주일 안에 육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영혼만 하늘나라로 가고 육체는 남아 살아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구천을 떠돌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남은 가족들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몇 편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영혼과 육체가 분리돼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새롭다. 이야기에서는 사람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육체는 자신의 ..
청각 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은 어떨까. 듣지 못하는 불편함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이 짠하게 보이지 않을까? (64) 소리를 못듣는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원래 그랬으니까. 이 상태로 이미 내게는 완전한 세상이니까. 오히려 내가 받아들이는 감각 외에 소리라는 감각이 하나 더 있고, 사람들이 그것에 의지해 살아간다는 게 내게는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언젠가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는 귀가 들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건 못 드는 게 아니라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라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특별히 안 들리는 능력이 더 있는 거니까 신비한 일이라고. 나는 축복받은 거라고. (73)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제목에서도 잘 느껴진다. 세호 엄마는 집을 떠난 남편 때문에 아들에게 집착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호는 같은 반 친구 연주에 대한 호감이 커지고 연주의 영향을 받게 된다. 둘 다 이혼 가정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주를 통해 세호는 자신을 버렸다고 엄마에게 들은 아빠와 만난다. "안녕히 계세요, 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아빠"아빠를 만난 세호의 감정이 잘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에는 연주와 같은 미술학원을 다녔던 친구들(빨간 머리와 노랑 머리)을 통해 아버지와의 또다른 갈등을 드러내 준다. 아이 보다는 부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다 갈등하게 되는. 이쯤 되면 고1, 열일곱 살 아이들에게 이제 "네 ..
'파라나'는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파란 아이'를 줄인 말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야기는 퍽 부담스러운 단어인 '착한다', '착한 아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착하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인데, 대상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단어이기에 '착하다'는 절대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착하다가 자주 쓰이는 맥락은 다음과 같다. '우리 선생님은 착해요', '우리 아이가 착해서 문제예요', 또 '착한 가격'이런 말을 들으면, 착하다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자체가 힘의 균형을 잃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한쪽의 언어, 정치적인 단어라는 생각도 든다. 주인공 정호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싫어 어렸..
업둥이로 자란 주인공 진아가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끝이 좋지 않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갈등을 ‘좋게좋게 덮자’는 감진마을 이장의 태도와 확연히 비교가 된다. 전두환에 대한 평가도, 지역감정도, 친구 인애에 대한 성폭력도, 사람사이의 갈등도 좋게좋게 덮자는 사고의 끝이 어쩌면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현재의 역사적 비극까지 낳은 것이고,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사람들은 허무하게 보낸 것이라고 하면 ‘삼천포’로 지나치게 빠진 것일까. “꽃 달고 살아남기”란 제목을 보고 설마설마했다. 몇 가지 복선을 이상하게 생각하다 갑자기 알게 된 ‘신우’의 존재가 책을 읽는 곳곳에서 소름을 돋게 했다. 그리고 곧 주인공 진아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꼈다. 이야기 속에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진아의 ..
제목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빈자리에 가족과 갈등하며 게임에 빠져 있는 벤에게, 학창시절 펜팔 친구를 찾아 인도로 떠나는 할머니와의 여행은, 여행이 그렇듯, 낯섦 속에서 성숙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인도인들의 다양한 생각을 종교적 의식과 종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체험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또 어른이라는 이유로 벤을 지나치게 참견해 왔던 할머니도 자신의 민감함을 성찰하며 손자를 인정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결국 벤과 할머니 모두 인도 여행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여정을 거듭할수록 잘 나타난다. 또 인도 사람들의 ‘노 프라블럼’이나, 시바와 칼리, 간샤 등 힌두교의 신들 속에 인도 사람들의 인생관을 경험..
‘파쿠르 소년 홍길동’, ‘스키니진 길들이기’까지 읽으며 이야기가 다소 단순해 문제 상황을 충분히 그려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작품집에 모인 네 편들은 나름대로 문제작이다. 청소년 소설에서 '파쿠르'란 소재가 신선하긴 하지만 내러티브는 클리세다. 결말이 너무 허전하다. 다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SNS를 통해 성장 욕구를 상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보도록 안내하는 읽기 자료로 도입할 수 있겠다.(15)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2번 영기처럼 키가 작아도 공부를 잘하거나 40번 영우처럼 문제아라면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이도 저도 아닌 어..
작가의 색깔이 독특하다. 인간에 대한 희망, 믿음, 여성성,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인다. 1. 정오의 희망곡 솔직히 이런 DJ가 있을는지? 사연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 하고, 청취자가 권하는 음식점도 가 보고. 아버지의 욕심에 살고 싶지 않은 주인공은 친구가 하나도 없다지만, 이런 매우 친절한 DJ와 샌드위치집 아줌마, 그리고 어머니 덕분에 살 이유가 너무도 많다. 어머니의 특단의 대책에 의한 아버지의 변신이 이채롭다. 모두를 긍정하는 단편이다. (21) 아빠가 저한테요, 너는 성적이 개판이니까 앞으로는 개 취급을 하겠다, 말 안 들으면 무조건 개처럼 패고 엉터리로 공부하면 개처럼 패겠다, 알겠니? 그래서, 제가, 아빠가 무서우니까, 예, 했거든요. 근데 저보고 개가 무슨 예, 라고 하느냐면서 개처럼 ..
‘완득이’ 또는 ‘재석이’스러운 ‘태봉이’와 ‘정아’ 또는 ‘보담’스러운 ‘슬아’의 이야기다.비슷한 듯 하면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후로 이 책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하며 더욱 극적으로 과거의 자신과 만나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특별한 경험을 만나기는 절대로 힘들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마 자신의 선택의 순간들, 그리고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근수'라고 볼 수 있겠다. 촌스럽고 어눌한 고집이 있지만 주위에 퍼뜨리는 건강성은 유독 빛이 난다. 하지만 그래서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가 도대체 현실 어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