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이야기(박정애)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여러 상황이 담긴 단편집
- 2013. 8. 5.
작가의 색깔이 독특하다. 인간에 대한 희망, 믿음, 여성성,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보인다.
1. 정오의 희망곡
솔직히 이런 DJ가 있을는지? 사연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 하고, 청취자가 권하는 음식점도 가 보고. 아버지의 욕심에 살고 싶지 않은 주인공은 친구가 하나도 없다지만, 이런 매우 친절한 DJ와 샌드위치집 아줌마, 그리고 어머니 덕분에 살 이유가 너무도 많다. 어머니의 특단의 대책에 의한 아버지의 변신이 이채롭다. 모두를 긍정하는 단편이다.
(21) 아빠가 저한테요, 너는 성적이 개판이니까 앞으로는 개 취급을 하겠다, 말 안 들으면 무조건 개처럼 패고 엉터리로 공부하면 개처럼 패겠다, 알겠니? 그래서, 제가, 아빠가 무서우니까, 예, 했거든요. 근데 저보고 개가 무슨 예, 라고 하느냐면서 개처럼 짖으래요. ~ 그래서 제가 짖었어요. 멍멍.
2. 첫날밤 이야기
다부진 작은아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는 작은아기는 우리나라 여성사에 새로운 인물이다. 더더군다나 경북지역인데. 작은아기가 시집가는 과정, 시집에서 시집살이하는 과정, 그리고 성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갖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외손녀에 외손녀에 외손녀의 모습 또한 작은아기를 꼭 닮아 있다.
(51) 아줌마, 이 얘기, 꼭 써 주셔야 해요. 왜냐하면 저는요, 제 친구들도 그렇고요, 가끔가끔 칡덩굴 같은 것에 조이거든요. 입속에 새콤달콤한 침도 고이고요. 그럴 때면 이야기라도 읽어야지, 어떡하겠어요?
3. 살 자격
이런 문체가 무척 낯설었다. 컴퓨터 대화체에서 다시 고전소설체.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단편이다. 살아서 갚아야 할 빚을 신생을 통해서, 라이언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다.
(80) - ㅎㅎㅎ 누구한테 감정이입이 되었니?
- 영운선생이요.
- 그래? 신생이나 감생일 줄 알았는데?
- 영운선생은 초장에 죽잖아여. 근데 이상하게 영운선생의 눈으로 감생과 신생을 보게 되더라구여.
- 그랬더니?
- 감생이 죄책감 때문에 죽을 땐 가슴이 너무너무 아파서 진짜루 미칠 것 같았어여, 글고 신생이 막 잘나가니깐 얼마나 대견하고 벅차던지.
- 그랬어?
- 울 아빠도 이런 마음일까요?
- 그리고?
- 몰라요 ㅠㅠ
- 모르긴. 다 알면서, 님아, 아빠 눈으로 님을 봐 봐. 님이 아빠한테 미안해서 죽는다는 건 절대로 아빠를 위하는 마음이 아니야. 제 마음 잠깐 편하자고 하는 짓일 뿐이지. 현실도피라구 들어봤지? 그런 거야. 내가 이일에 나서게 된 사정, 님도 잘 알잖아? 나도 사는데 님이 왜 못 살아? 님은 살 자격이 있어. 그저 이 세상에 빚을 졌을 뿐이야. 평생 갚아야 할 빚이긴 하지만, 살면서 갚아 나가면 되지 뭐. 죽고 싶을 때마다, 아빠의 맘으로 생각해 봐.
4. 젖과 독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유년기, 청소년기의 방황이 어머니와 따뜻한 사랑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고전소설로 다시 보는 듯 했다. 이 작가 역사소설을 써도 괜찮을 듯.
5. 아주 오래된 하루
태복과 태호 그리고 태호의 딸 여름의 눈을 통해 본 빈곤층의 이야기다. 태복과 태호의 하루는 정말 힘들고 비참하다. 하지만 형의 사랑을 여름이에게 이어가는 태호의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140) 그래, 인간 오태호, 그때나 지금이나 생존이 목표다. 생존, 꾸역꾸역 살다 보면 여름이가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는 날도 오겠지. 나는 '나중에 커서' 여름이가 모는 자전거를 탈 것이다. 그게 내 꿈이다. 그냥 살자, 사는 게 목표다. 다른 거 없다.
6. 파란 나팔꽃
나팔꽃을 통해 본 주혜 가족의 이야기. 힘든 가족의 가장인 주혜에게 나팔꽃의 신호만큼이나 생기가 조금씩 생기는 이야기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주제인 듯 좀 어려웠다. 남편이 불행 속 아내와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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