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이 책을 고를 때, 짧은 한시에 얇은 책이라 가볍게 여겼다. 가볍고 짧게 훌훌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읽는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감히’ 그렇게 호흡을 짧게 하고 읽으면 안 되는 여행기(여행시집)였다. 이 책은 (164) 이번 사행은 일곱 달 동 안 여덟 나라를 거치며 모두 육만 팔천삼백육십오 리를 다녔다고 저자가 단 한 줄로 요약하지만, 저자와 사행단이 겪었을 일곱 달 동안의 경험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힘들고, 길고, 귀한 체험이자 기록이라고 단언한다. 한시를 잘 모르고, 또한 이 시집의 목적이 여행의 기록이기에 각 시들의 우수성은 가릴 수 없지만 방문 국가나 도시마다 남긴 짧지만 강렬한 감성들은 내 개인적인 기억, 이미지와 결합해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시..
작년 경남 사천의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둘러보다 '수궁'을 꾸며놓은 수족관을 만날 수 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싶었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이곳(초량도) 근처에 '별주부전'의 배경인 '비토섬'이 있어 그렇게 꾸민 것 같다. '토끼전', '별주부전'의 근원설화는 '구토지설'로 신라의 김춘추가 고구려와 동맹을 맺기 위해 고구려에 갔다 억류되었을 때 고구려 신하가 들려준 '구토지설' 이야기를 듣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로만 보면 이곳과는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한 이야기(설화)가 무수히 많기도 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언제든 사천을 오게 되면 '비토섬'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다 올해 학부모독서회와 함께 사천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큰애가 집을 옮길 때가 돼 같이 집을 볼 겸 서울을 찾았다. 마침 둘째 생일 즈음이라 기차를 좋아하는 둘째 생일 선물로 SRT를 타기로 해, 한나절 잠실 주변을 여행하다 역삼역에서 큰애를 만나기로 했다. 서울은 수도답게 둘러볼 곳이 많다. 한여름이라 실내 위주로 초등학생과 여행할 곳으로 '한성백제박물관'과 '아크 앤 북'을 정했다. 광주송정역에서 SRT를 타고 수서역에 도착했다. 수서역 건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탈 기회가 많지도 않았지만 주로 지하철로 이동해 바로 열차를 탔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건물 자체가 SRT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수서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성백제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익숙한 지명인 가락농수산물시장, 롯데타워, 석촌호수 등을 지나자 '몽촌토성역..
1. 대방진 굴항'사천 해전'은 거북선이 최초로 활용된 전투였다고 한다. 그래서 노산공원에도, 이곳 대방진 굴항에도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임진왜란 때 이곳에 전선을 숨기기도 했다고 하는데, 안내문에 따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왜구의 노략질을 막으려고 고려 시대 때 설치한 군항이며, 순조 때 지금과 같이 활처럼 굽은 모양의 굴항 '대방선진'을 설치했다고 한다. 지금 볼 수 있는 시설은 현대에 복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거 군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노산공원과 2.5km 정도,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는 1km 정도 떨어져 있어 들르기가 애매하다. 다만 버스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있다. 올해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굴항 내부는 각종 부유물이 많아 지저분해 보였다. 또..
우리 학교의 든든한 마을공동체 '문산온마을학교'에서는 매년 이맘 때 즈음, '마을길따라 오월인권길 걷기' 행사로 오월정신을 잇고 있다.주위 사람들에게 문산마을에서 국립5.18민주묘지(이하 5.18묘역)까지 오월인권길을 걷는다고 했더니 다들 놀란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있냐고. 나 역시 궁금했다. 차를 주로 이용하고, 길찾기도 내비게이션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도통 어떻게 연결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떤 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3학년부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 오월인권길 걷기를 문산온마을학교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 답사도 할 겸, 3학년 담임샘 3명, 참가 희망 학생 2명, 학부모 1분과 함께 참여했다. 오월인권길 코스는 다음과 같다. 8시 40분까지 출발지인 '문산마을 당산나무'에서 모이기로 했..
셋째 날(5월 6일)셋째 날도 날이 좋다. 바람은 여전했지만 하늘과 바다 모두 눈부시게 푸르다(파랗다의 의미를 포함한 푸른빛).숙소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울릉도를 일주했다.사동에서 통구미 구간은 울릉공항 건설 등으로 각종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한 방향만 통행이 가능했다. 신호등이 설치돼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데 낯선 모습이다. 그런데 신호가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어도, 또 차가 없다 싶으면 진행을 계속하는 공사차량이나 현지 차들이 있었다. 현지 사정에 밝아서 그렇겠지만 기다리는 나는? 그것을 보고 있는 10살 아이는? 약간 마음이 닫혀 있을 때 갑자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큰 바위가 나타났다.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어 차를 세우고 도로를 건너가 보니 통구미 해안의 '거북바위와 가재바위'였다. '통구미'는 ..
울릉도를 크루즈로 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은 배를 타고 갈 수밖에 없는 울릉도를,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다니 가족들도 모두 가고 싶다고 한다. 어린이날 연휴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다. 먼저 '울릉크루즈'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려고 했으나 5월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선사에 연락했더니 3월 15일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약했고, 다행히 배표 예약도 성공했다(거의 5분 만에 4~6인실은 마감이 되었다). 이어 렌터카도 예약했고. 여행 떠나기 3주 전 "이번엔 울릉도.독도(장치은 외)"란 책을 구입해 틈나는 대로 여정을 짜보았다. 그런데 여행 2주 전, 첫째의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치료를 하게 되었다. 또 어머니는 코로나 확진이 되셨고.여행을 갈 수 있을지 ..
매달 우리 지역의 삶을 이야기하는 "전라도닷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021년 10월 표지는 파란 하늘에 그려 놓은 꿈 꾸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청명한 가을 바다와 하늘을 똑같이 바라보고 싶었다. 10월 마지막 주가 돼서야 가족들과 여수 장도로 떠날 수 있었다. 더보기 *관련 기사 보러 가기 전라도닷컴 전라도 사람·자연·문화가 있습니다 jeonlado.com 나는 여수를 'ㅅ'자 형태로 기억하고 있다. 'ㅅ'자의 왼쪽 삐침 쪽은 '사도' 가는 배를 타는 '백야도'와 고흥으로 연결돼 있는 곳으로, 'ㅅ'자의 오른쪽 삐침 쪽은 여수엑스포가 열렸던 오동도, 그리고 돌산으로 연결돼 있는 곳으로 두 지역 모두 몇 번씩은 가보았던 곳이다. 그런데 'ㅅ'자의 사이 여수시청 쪽은 낯설다. 장도 여행은 새로운 길을..
5월 수업연구 '함께, 여행'을 위해 읽기 시작했다. 수업 중 아이들과 읽을 만한 글을 찾기 위해 읽었는데 특별한 구절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끝까지 재미 있게 읽었다. 정신과 의시로 살아오면서 맞이한 안식년을 여행으로 채우면서 점점 넓어지는 행복감과 마음의 평화를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겪은 여행에 대한 경험 속에서 다양한 여행에 대한 관점과 그것에 담긴 인간들의 심리를 알 수 있게 해 주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특별히 기억 남는 구절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35) 행복의 총합을 크게 하려면 긴 여행을 한 번 가는 것보다 짧은 여행을 여러 번 가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계속 아껴두는 것도 어리석지만, 맛있는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어치우고 ..
코로나19로 거의 코앞까지 갔던 러시아 문학기행이 연기(?)되고,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을 배공 예산의 도움을 받아 선물받는 마음으로 이제서야 다 읽었다. 1. 푸시킨, 2. 톨스토이, 3 고리키(러시아) 4. 스탕달, 5. 빅토르 위고(프랑스) 6. 괴테, 7.훨덜린, 8. 헤세(독일) 9. 바이런, 10. 로런스(영국) 정말 가보고 싶었던 문학기행. 고전을 읽으며, 꿈꾸어 왔던 문학기행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작가의 종횡무진 지식과 독서 덕분에 여러 가지 관점 특히, 살아온 여정과 여성 편력 등 재미 있는 요소들 덕분에 요즘 독서 중 가장 빨리 읽었던 것 같다. 주로 여성편력 이야기가 많아 읽다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이 책이 음악을 작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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