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2022년 5월) 2

셋째 날(5월 6일)

셋째 날도 날이 좋다. 바람은 여전했지만 하늘과 바다 모두 눈부시게 푸르다(파랗다의 의미를 포함한 푸른 빛).
숙소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울릉도를 일주했다.

사동에서 통구미 구간은 울릉공항 건설 등으로 각종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한 방향만 통행이 가능했다. 신호등이 설치돼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데 낯선 모습이다. 그런데 신호가 노란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뀌어도, 또 차가 없다 싶으면 진행을 계속하는 공사차량이나 현지 차들이 있었다. 현지 사정에 밝아서 그렇겠지만 기다리는 나는? 그것을 보고 있는 10살 아이는? 

약간 마음이 닫혀 있을 때 갑자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큰 바위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어 차를 세우고 도로를 건너가 보니 통구미 해안의 '거북바위와 가재바위'였다. '통구미'는 긴 통 모양의 만입 지형이어서 통구미라고 불린다고 한다. 울릉도에서 '구미~가미~감' 등은 만입 지형을 이르는 순우리말인데 한자로 음차하면서 아홉 '구'에 맛 '미'로 표기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지역에 9가지 별미가 있다는 등의 해석은 한자 그대로의 해석인 셈이다. '-구미'는 울릉도의 지명에서만 보이는 것 같다. 

이곳 통구미 해안에는 두 바위를 비롯해 돌산에 향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척박한 토양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랫동안 서 있는 향나무 모두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섬으로 보였던 바위들도 처음에는 한몸이었는데 오랜 세월 침식작용을 거치면서 섬으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부모-자식 같은 느낌이다. 

갑자기 병실에 두고 온 첫째가 생각났다. 첫째는 마이스터고 3학년이다. 벌써 몇 곳에 서류를 냈지만 잘 안되고 있나 보다. 학교의 특성상 대학에 갈 수 없고 취업을 해야하는데 너무 이르게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잘 독립할 거라 믿는다. 이번 울릉도 여행도 취업하고 나면 시간 내기 어려운 첫째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는 마지막 여행일 것 같아 추진했는데 정작 주인공은 카톡으로 여행을 동행하고 있으니 참 아쉽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리 가족들은 이렇게 카톡으로 계속 연결돼 있을 거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유은실의 "순례주택"을 읽었다. 부모한테 얼마 받았다는 게 자랑인 세상에, 성인이 된다는 건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한다는 내용이다. 그게 당연한 세상이 되어야한다. 그러면 선거도, 정책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젋은 세대를 위한 공약과 실행으로. 

 

통구미항의 거북바위와 가재바위


기분 좋은 마음으로 터널과 상하좌우로 에돌아가는 산길을 지나 '태하항'에 도착했다.
이곳은 울릉도 개척 당시에 소재지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원래 지명은 '대황토구미' 즉 '황토가 많이 나는 지형'이라는 뜻인데 한자로 '태하동'으로 기록되었다. 황토의 흔적은 태하해안산책로로 가는 인도교 근처의 '황토굴(황토구미-표지판)'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태하의 황토굴. 안내판에는 '울릉도 황토구미'라고 적혀 있다.


먼저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로 갔다. 모노레일을 타고 대풍감까지의 산책로를 절경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아 꼭 가보고 싶었지만, 세찬 바람으로 운행을 하지 않았다. '대풍감'의 지명은 우리 지역과 관련돼 있다. 전라도 사람들이 울릉도까지 나무를 구하러 갔다 짐을 가득 실어 놓고 이곳 대풍감의 구멍바위에 줄을 매었다가 항해하기 좋은 바람이 오면 출발했던 곳이라 '대풍감'이라고 했단다. 그러니까 '대풍감'은 바람은 기다리던 구미였던 셈이다. 한자로 크다는 의미에서 '대'와 '태'는 중복돼 사용되었으니 대풍감, 태풍감은 모두 같은 말이다. 우리 지역에서 울릉도까지는 지금도 가기가 쉽지 않은데, 그 옛날 울릉도까지 항해했다니..

아쉬운 마음으로 태하해안산책로로 이동했다.
도로에서 산책로까지는 특이한 구조물로 연결돼 있었다. 계단이 설치될만한 공간에 경사로를 계단처럼 4층 정도 올렸다. 걸어가며 난간 밖 풍경도 보고, 코너에 설명된 '성하신당 전설'과 울릉도 개발의 역사도 읽을 수 있었다. 이곳 '태하'가 첫 개발지였으며 중심지였다는 걸.
하지만 본 것 중 마음에 가장 오래 담긴 건 '성하신당' 전설이다. 왜 전설에는 자연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유독 어린 아이나 여자의 생명을 요구하는지, 희생의 강도를 더 세게 해 비장감을 넘어선 숭고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려는 것일까. 인도교를 지나 해안산책로를 걸으며 행남해안산책로와는 또다른 풍경이 눈길을 주다가도 거센 바람에 출렁이는 파도와 겹쳐졌다.

 

태하향목모노레일의 레일(좌) 태하해안산책로 인도교(우)
태하해안산책길에서 바라본 태하항 '대황토구미'
해안 산책로. 언덕 너무에 '대풍감'이 있다고 한다.

 

곳곳이 절경이고 눈길을 끈다. 더 걸어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한 바퀴 둘러보는 게 목적이라 30분 정도 걷다 돌아왔다.


태하에서 산길을 넘자 다시 시원스러운 해안도로가 나타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한 오르막을 올라 '예림원'에 도착했다.
'예림원'이란 동굴 속으로 들어가 5m 정도 어둠이 적응할 때면 갑자기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고전 작품을 읽으며 상상했던 '무릉도원'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마침 처음 맞이한 풍경도 연못에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노인상이었다.
이곳을 가꾼 작가님의 개성이 담긴 글씨와 익숙한 글귀들, 문자 조형물, 세월을 알 수 없어 오히려 세월이 느껴지는 주목과 향나무가 오랫동안 눈을 끌었다. 사진에 담아두고 싶은 글귀가 많아 사진기에 담았지만 그 사진들은 내 마음에만 담아두어야 할 것 같다. 작가님의 공을 쉽게 취할 수는 없으므로. 그런데 그보다 더한 진풍경은 전망대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예림원 연못의 강태공
문자 그림(좌), 하얗게 변해버린 줄기와 파릇한 잎이 묘한 조화를 이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주목나무'(우)
예림원 전망대에서 서쪽을 바라본 풍경. 멀리 대풍감, 중앙은 현포항, 왼쪽 봉우리는 노인봉.
예림원 전망대에서 동쪽을 바라본 풍경. 가운데 송곳봉, 왼쪽에 코끼리바위(공암)가 보인다.
꽃사슴. 돈을 내지 않고 먹이를 자유롭게 줄 수 있다.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나가는 길에 꽃사슴들에게 먹이도 주고, 기념품판매점에서 어머니 모자와 독도 엽서, 독도 굿즈를 샀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여정이었다.

 

점심도 먹을 겸 나리분지로 향했다. 이 길은 경사가 더 했다. 내비게이션만 없다면 이 길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불안감을 주는 경사길을 올라 정상에 이르니 나리분지가 내려다 보였다. 울릉도 하면, 나리분지가 먼저 떠오르는 건 암기식 교육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나라 지형에서 내륙에 형성된 도읍들은 대부분 분지이다. 우리 마을 창평도 크게 보면 분지이고. 나리분지는 그 지형이 더 눈에 딱 들어온다.

일단 밥집부터 찾았다. 몽돌식당 사장님이 추천해 준 식당은 관광객들도 북적였다. 얼른 구글지도에서 추천한 '나리촌'에서 밥을 먹었다.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 나물이 모두 맛있었다. 이곳 식재료만의 특징이 있었다. 남도의 산채비빔밥에서 익숙한 나물들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밥 먹다 이집 사모님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울릉도가 고향인 친구가 소개해 준 사람을 만나 포항에서 나리분지까지 오늘 과정이 적혀 있었는데 얼마나 힘들고 막막했을지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뭍으로 나오면 멀미가 날 정도로 울릉도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진심이 느껴졌다. 삶은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어 가며 운명이 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자존감을 갖게 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 '나리'꽃이 많이 피어서 나리분지라고 이름지어 졌다는 설명을 들었다. 지형적으로는 화산 폭발로 나리분지가 생긴 뒤, 다시 폭발했으나 멀리 흐르지 못해 돔 형태로 만들어진 봉우리가 알봉이라고 한다. 오른쪽 중앙 살짝 위.
억새투막집. 억새를 지붕을 이었고, 지붕 주위로 우데기를 둘렀다.
너와 투막집. 지붕과 우데기를 널빤지로 만들었다.
너와 투막집의 내부. 억새 투막집의 내부도 구조는 비슷하다.


곳곳에 마가목꽃이 많이 피었다. 조금 걸으니 너와 투막집과 억새 투막집이 나타났다. 지붕을 억새나 너와를 이었고 지붕 주위를 두툼한 우데기로 둘러 겨울을 이겨내었다. 추운 바람과 눈이 한동안 쌓여 있어도 이 안에서 생활이 가능했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고개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 나리분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화산이 폭발해 생긴 나리분지에 한 번 더 화산폭발로 생겼다는 '알봉'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었다. 

나리분지에서 울릉도 해안도로와 만나는 중심지인 천부항을 거쳐 관음도로 이동했다. 관음도 가는 길에는 드문드문 주차장이 있어 육지 가까이의 섬(또는 바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단연 눈에 띄는 섬은 삼선암이다. 시간이 만들어낸 절경이다.

 

왼쪽부터 일선암, 이선암, 삼선암. 주상절리 지대라서 이런 봉우리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지역 무등산에도 보기드물게 육지의 주상절리가 있다.

 

터널이 아닌 바위 속으로 뚫린 도로를 지나니 관음도와 연도교가 보였다.
엘리베이터가 있어 데크길을 따라 걸으니 연도교가 나타났다. 다리를 건너면 관음도 전망대가 이어지는데, 마지막 일정이 봉래폭포라 다리를 지나 첫 번째 계단까지만 걷다 돌아왔다. 에너지를 남겨 둬야 해서.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관음도로 갈 수 있다.
관음도 연도교에서 본 죽도. 지형으로 보아 죽도도 오르막이 상당할 것 같다.


제법 긴 터널들을 지나니 익숙한 등대와 촛대바위가 나타났다. 저동이었다. 어제 도동에서 독도 문방구 올 때 탔던 시내버스 종점이 생각해 보니 봉래폭포였다. 그 길을 따라 주차장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관광지 모습이었다. 입구부터 풍악소리가 가득했다. 길은 예상은 했지만 평지는 별로 없고 경사가 아주 심하거나 덜한 산책로가 이어졌다. 잠시 '풍혈'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에너지를 충전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계속 올라 드디어 봉래폭포를 만났다. 오르막 끝에 만난 폭포라 더욱 절경으로 여겨졌다. 계다가 3단 폭포다. 지형에 의한 차별침식으로 3단 폭포가 생겼다는 설명이 살짝 불만스러웠다. 좋은 정보인데 학교에서 내가 하는 역할과 왠지 비슷해 보인다.. 쯧쯧.

 

풍혈. 가운데 구멍 앞에 서면 찬 바람이 나온다.
봉래폭포. 폭포 아래의 암석마다 강도가 달라 차별침식으로 3단 폭포가 되었다고 한다.

오는 길에 도동에 들러(물론 차는 의회 주차장에) 독도새우 튀김와 왕문어 숙회, 소라를 사서 숙소에서 먹었다. 입가심은 라면으로. 오징어 회를 먹고 싶었지만 도동에는 오징어회를 파는 곳이 없었다(이렇게 단정적으로 표현해도 될까 싶다).

 

넷째 날(5월 7일)

마지막 날이다. 시간을 알뜰하게 잘 써야한다. 마지막 여정지로 펜션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숙소 근처 '울릉자생식물원'을 들렀다. 집 주변에 이런 공원 있다면 좋겠다. 잘 성장한 나무와 잘 가꾼 정원, 산책로, 운동기구, 그네, 두세 반 정도 모여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공연장, 무엇보다 사동 근해가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코로나로 개안한 게 있다면 내 주변의 소중함이다. 돌아보니 하루도 똑같은 풍경은 없었다. 이곳도 그럴 것 같다.

 

울릉자생식물원의 산책로
벌써 배는 사도항에 도착해 있다.


애써 여유를 가지려 했지만 마음이 조금 바빠졌다. 내려오는 길에 사동항에 들러 미리 배표를 발권했다. 가족들을 도동관광안내소 근처에 내려준 뒤 기름을 넣고 대아리조트 뒤편에 있는 차고지에서 차를 반났다. 3일간 100km 정도 돌아다닌 것 같아, 셀토스 연비를 계산해 2만원(휘발유가 리터당 2150원) 주유했는데 넉넉히 채워졌다. 여기서 사동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데 아직 둘러볼 곳이 있어 택시를 불러 달라고 했더니 연결해 주었다. 금방 도동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반납하는 동안 어머니는 동네 친구분들에게 주실 울릉도호박엿을 사셨고, 둘째는 하나로마트 건너편 '365할마트'에서 포켓몬빵을 샀다. 아내는 40분 가까이 기다려 오징어먹물빵을 샀다. 그러고도 10시 40분.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독도에 발을 딛지 못했으니 '독도박물관'이라도 들르자고 가족들을 이끌었다.

 

깔끄막이 상당했다.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셨다. 그래도 다행히 박물관 바로 밑은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독도의 자연환경, 독도 관련 영토 정책, 독도수비대 이야기, 독도 실시간 영상, 그리고 울릉도의 개발 역사 등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울릉도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독도를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 영상 옆으로 서쪽의 가거도, 남쪽의 마라도, 북쪽의 통일전망대도 같이 보여주면 더 실감날 것 같다. 국토 수호의 의지 차원에서..

 

깔끄막이 상당한 독도박물관. 걷기에 조금 힘이 부쳤다.
독도박물관에서 도동항까지 가는길의 벽화? 이 조형물 왼편의 호떡집이 유명한가 보다. 제목을 촬영할 수없을 정도로 줄이 밀렸다.


점심은 따개비 칼국수와 따개비밥을 '돌섬식당'에서 먹었다. 이곳은 여행 출발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으로 소개받았다. 사장님 혼자서 음식하고 나르다 보니 시간이 다소 늦어졌다. 그래도 반찬과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었다. 나물 이름도 물어보고 칼국수 맛이 좋다고 말씀드렸더니 얼마 전까지 남편분과 함께 장사할 때에는 따개비 국수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하신다. 그런데 얼마 전 돌아가셔서 며칠 전 문을 여셨다고 했다. 사연을 들으니 더 특별한 음식이었다.

 

돌섬 식당. 맛을 보고(좌) 식당을 소개한다(우)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 12시 20분에야 택시승강장에 도착했다. 오전에 길게 대기해 있던 택시들이 보이지 않았다. 택시를 기다리는 팀이 여럿 있어 얼른 전화번호를 검색해 콜택시에 전화를 했으나 다들 외곽에 많이 있다고 연결되는 택시가 없다고 했다. 뱃시간을 물어보시더니 조금 더 기다려보고 안 되면 연락주라고 했다. 직접 오시겠다고. 다행히, 우리 앞에 기다리던 분들이 일행이 한 명 오지 않았다며 양보를 해 주셨다.
사동 숙소가는 길까지 차들이 많았다. 택시비가 9000원 정도 나왔는데 콜비를 더해 11000원이 결재됐다. 택시 승강장에서 탔는데, 내 차례가 돼 손을 흔들었을 뿐인데.. 하지만 마음이 급하기도 하고 여행 마지막이라 넘겼다. 이틀의 경험이지만 저동~사동, 도동~사동의 택시요금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12시 40분 숙소에 도착해 사장님께 작별 인사를 했더니 사동항까지 태워주신다고 따라 나오셨다. 숙소에서 잘 쉬고, 좋은 음식도 맛보고 구입도 하고, 마지막 여행 편의도 봐주시고.. 울릉도 숙소 고민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울릉도 분들 덕분에 2박 3일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 만들었다.

 

사동항. 정가운데 파란색 지붕이 수펜션.
사동항에서 떠난지 30분 정도 무렵의 울릉도. 날이 흐려져 바닷빛도 검게 변했다. 수묵화다.

배는 오후 1시 30분에 출발했다. 울릉도 전체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을까 싶어 옥상 갑판에서 기다렸지만 굴뚝에 가려 온전히 담을 수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날이 많이 흐려졌다. 

갈 때처럼 6시간 30분 걸려 저녁 8시에 영일만항에 도착했다. 탑승객이 많았는지 6~8층 하선 시간을 6번 정도는 알렸던 것 같다. 시간에 맞춰 하선하니 8시 20분, 흥해읍 근처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오니 12시 20분 정도 되었다. 거의 11시간을 이동한 셈이니 멀긴 멀다. 하지만 멀어도 다시 가보고 싶다.

 

도착한 다음 날부터 틈나는대로 여행 소감을 적었다. 사실 여행은 여행 가기 전이 가장 즐겁다. 기대감이 삶의 활력소가 되어서. 여행 후기는 아쉬움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래도 여행을 복기하며 내내 행복했던 당시의 느낌들을 잘 잡아두는 시간이다.

아참, 이 글을 쓰는 동안 '독도 명예주민증'을 신청했다. 이제 난 독도(명예)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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