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쑥섬(+나로도 편백숲) 산책(2022년 봄)

출근길 신호를 기다리다 시내버스 광고에 눈이 갔다. '임자도 튤립축제' 

작년까지 2년 연속 코로나 방지를 위해 다 핀 수선화 꽃봉우리를 자른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드디어 봄이 오는가.

사람들이 붐비기 전 둘러보려고 지난 주 임자도를 찾았으나 찾은 사람보다 핀 꽃이 더 적었다.

한적하지만 깨끗한 대광해수욕장의 시원한 풍경, 조희룡미술관에 핀 매화를 눈에 가득 담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튤립축제는 취소되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임자도는 담양보다 더 아래쪽이라 따뜻할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페이스북 "남도여행" 그룹에 올라온 봄꽃 사진들을 보다 바다를 배경으로 조성된 정원에 눈이 갔다. '쑥섬', 검색해 보니 섬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관련 사이트 : 힐링파크 쑥섬쑥섬>

 

바로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에서 배부터 예약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김밥을 준비해 나로도로 출발했다.

 

창평나들목에서 주암나들목으로 가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벚꽃이 줄지어 피어 있는 곳이 많았다. 주암 나들목에서 벌교로 가는 국도에도 빈틈없는 벚꽃길이었다. 절정을 지나 내리는 꽃비도 아름다웠다. 다만 황토색 맨살을 깊게 드러낸 주암호가 걱정이었다. 송광면소재지를 지나니 벌교를 거쳐 고흥읍까지 4차선 도로가 잘 닦여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3년간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의 고향들-과역, 포두, 영남, 점암을 지나 나로도항에 도착했다. 여객선터미널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꽃섬'이다.

미리 예약한 표를 받으러 매표소로 가니,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배낭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물만 챙겨 대합실로 갔고, 거기서 꽃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선착장으로 들어섰다.

꽃섬에서 출발한 작은 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딱 12명 탑승, 3분 정도 되니 꽃섬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꽃섬. 가운데 갈매기카페로 해서 왼쪽으로 올라가 능선을 따라 섬 정상 부분 '별정원'으로 이어져 있다.
갈매기 카페 왼쪽이 탐방로 입구이다.
왔냐~ 옹!

 

탐방로 입구로 가는 길의 고양이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 도로에는 노젓기 체험을 해 보라고 3개가 걸려 있다.

갈매기 카페 바로 왼쪽으로 탐방로가 시작되고 바로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지도에는 '헐떡길'로 나와 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어머니가 걱정됐지만 천천히, 쉬엄쉬엄 오르니 곧 난대원시림이 나타난다.

 

'헐떡길'의 시작

 

난대림. 아열대와 어떤 차이가 있나 검색해 보니, 난류가 흐르는 일부 지역의 기후를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나무들이 자연 그대로 우리를 맞이했다.

 

후박나무. 태풍에 조금 기울었다고 한다.
후박나무 아래서 바라본 하늘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나무들
육박나무. 죽은 것처럼 보이는 줄기에 새 줄기가 나고 있지만 목피가 원래 그렇다고 한다.

 

매미와 볼라벤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안내문, 좋은 글귀들을 읽다 올라가면 '환희의 언덕'이라는 능선이 시작된다. 눈앞에 펼쳐진 3면 바다의 풍경이 참 시원스럽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진으로 그대로 담아 둘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울 뿐이다.

 

환희의 언덕. 능선을 따라 400m를 걸어가면 별정원이 나온다.
환희의 언덕 오른편 풍경

 

여기서 400미터 산길을 걸어가면 별정원이 나타난다. 산 정상에 핀 꽃들을 매개로 보이는 풍경이 시원스럽다. 사람이 가꾼 꽃, 저절로 피어난 꽃,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석부작들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겼다.

 

가운데 멀리 다리가 보이는 지역은 내나로도다.
나로도항 풍경
별정원 풍경

 

별정원에서 섬의 오른편으로 더 걸어갈 수 있지만(지도에는 남녀 산포바위, 신선대, 성화등대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를 생각해 다음을 기약하며 바로 마을로 내려오는 길을 선택했다.

돌담 골목길은 두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었다. 좁은 땅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그러면서도 바람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돌담을 쌓은 것 같다.

 

별정원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는 수국정원이 조성돼 있다. 6월에 오면 예쁠 것 같다.
한두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
쑥섬 큰샘 왼편에 있는 고양이 집

 

마을회관으로 거쳐 선착장으로 오는 길에는 고양이 집이 두 곳 마련돼 있다. 고양이 먹이도 바로 구입해 줄 수 있게 돼 있다. 그림 고양이와 실제 고양이가 잘 어울린다. 

 

선착장으로 와서 두세 번, 배를 기다려 다시 나로도항으로 돌아 왔다.

 

기억할 것은, 꽃섬에 가는 배는 1시간에 한 척씩 있으나 관광객 상황에 따라 더 자주 운행되고 있다는 것.

꽃섬에 배낭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배삯은 8000원인데, 6000원은 탐방비, 2000원은 배삯이며, 승선권과 함께 주는 리플릿에 쑥섬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0원 쿠폰이 있다.

 

점심은 10분 정도 봉래산에 있는 나로도 편백숲 쉼터로 이동해서 먹었다. 편백숲까지 2km 정도되는데 길이 잘 닦여 있었다. 한 30분 정도 걸으니 편백향이 가득한 숲속에 들어와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제법 경사가 있었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탐방로 입구 오른 편에 나무 지팡이가 제법 여러 개 있어 그걸 활용했다. 

 

1920년 대부터 조림된 편백숲.
편백숲 가는 길. 잘 닦였다(좌), 편백숲 쉼터(우)

 

녹동수산시장에서 쭈꾸미와 낙지를 사서 집에 왔다. 저녁도 잘 먹었다.

6월 수국도 보고, 나로우주센터에서 체험도 할겸 아이들과 한 번 더 와야겠다. 여유 있게 둘러보려면 1박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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