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2023) 자유학기제 'SF 소설쓰기반'에서 쓴 학생들의 작품 중에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다. 학생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3월 '학생 독서 책쓰기 동아리' 공문을 보고 급하게 자율 동아리를 구성(동아리이름: 시간여행자들)하여 공모했다. 운 좋게 지원금 2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이 사업에 공모하기 전 이미 '독서토론 동아리'를 구성한 상태였고 아이들도 방과후에는 학원 등으로 바빴다. 그래서 작년에 눈여겨본 작품들 중심으로 패들렛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일단 '저자'임을 공유하는 선에서 2학기 때 본격적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대신 국어 시간에 창체동아리 독서토론반 활동과 연계해 읽기와 쓰기 역..
400쪽이 넘는 SF 대작.1961년 천재 폴란드 작가가 쓰고, 작가 생전에 영화도 3번이나 만들어졌다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토록 엄청난 작품임에도, 물음표만 가득 남기고, 줄거리를 요약하면 100쪽이 살짝 넘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다 더 적은 양이 되는 솔라리스>! 이번 10월 고행 읽을 책인데, 함께 이야기 나무면서 궁금한 점들을 풀어가고 싶다. 1. 왜 행성 이름이 솔라리스? 태양이 두 개인 것과 연관? (*‘솔라리’는 태양, *‘스’는 복수의 의미) 2. 하나의 생명체, 유기체인 두뇌로 이루어졌다는 설정이 상징하는 것? (성장하는 불완전한 모습의 미지의 존재, 신적인 상징일 수도 있고, 단순히 우리 주변의 타인 혹은 이웃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3. 지구에서 온 우주인들(스나우..
인류 종말 이후의 이야기다. 지상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인류는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무려 지하 120여 층, 4억 5천 헥타르라는 환산이 잘 안 되는 크기의 지하 세계를 만들고 인간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세상이 되었다. 주인공은 열다섯 살 아이들 6명(+1명)으로 지하 생활의 답답함, 부조리와의 갈등, 미래, 짙은 절망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스포일러가 있음).1부 ‘바다눈’ 부분에서는, 환경파괴로 인해 미래의 인류는 지하 생활을 하게 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기에 출산, 주거 등을 통제받으며,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정신재활원 같은 곳으로 격리가 되는데 결국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서술자는 3인칭이지만 ‘마르코’를 초점화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직장 동료 커커..
깨진 거울에 소년의 얼굴이 반반 나뉘어 있다. 평범한 얼굴 반쪽과 실험 장비가 연결된 얼굴 반쪽, 그리고 “테스터”라는 제목에서 소설이 내용을 예측해 본다. 반전이 많은 이야기다. 반전이 있을 거라 예상하면서도 반전의 내용이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다. 이야기는 반전을 통해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인간의 이기심을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과학의 발전이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인간과 휴머노이드 사이의 차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마주치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과 과학의 폭력적인 욕망과 이에 대한 개인의 저항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중학교 1학년도 금방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인상 깊은 구절.(28) 아버지는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1. SF 소설 쓰기반 운영작년 수업을 하지는 않지만 학교업무로 알게 된 학생이 SF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움이 되는 자료가 있는지 물었다. 자료를 찾다 “청소년을 위한 SF단편소설 쓰기(배찬효, 조성진)”를 알게 되었다. SF 개념부터 기존 SF 소설 분석 방법,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방법 등 창작과정 별로 활동 안내와 함께 활동지가 잘 구성돼 있었다.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보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며 다양한 갈등과 해결 과정을 고민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SF 소설 쓰기반을 운영하게 되었다. 학교를 옮기면서 1학년을 맡게 되었고, 자유학기제 자율과정 프로그램을 두 개 개설해야 했다. ‘화이부동 토론반’과 ‘SF 단편 소설 쓰기반’을 개설했다. 2...
"지구 끝의 온실"과 "청소년을 위한 SF단편소설 쓰기"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모임에서 읽기로 해 재미있게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이야기는 내 생각과 토론 내용이 겹쳐져 있다. 이 책을 고등학교에서 '비경쟁토론 도서'로 많이 추천하고 있다고 한다. 읽어보니 각 단편마다 토론 주제를 정할 거리가 많았다. SF소설답게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심리와 갈등을 더욱 선명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중학교 3학년은 돼야 책 내용을 이해하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일곱 편의 단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야기의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이 말은 소감을 적을 때에도 조심해야..
올해 1월, 전국국어교사모임의 회지 “함께 여는 국어교육” 2023 봄호에 ‘내면의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청소년 소설’이란 글을 쓴(내용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편집팀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한 글이라 공유하지 못했다)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글을 보고 ‘책폴’ 출판사 편집자께서 연락을 주셨다. 1인 출판사로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읽고 소통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고 있는데 이번에 “마녀가 되는 주문”을 새로 출간했다고 추천해 주셨다. 보내 주신 소개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뒷감당할 생각도 못하고 책 욕심에 읽어보겠다고 했다. 금방 책이 도착했고 얼른 소감을 나누고 싶어 읽었지만 끝까지 읽지 못했다. 당시 아이들과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SF 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하고..
독서토론반 '다독다독'의 올해 첫 토론을 위해 고르고 고른 책이 바로 조금은 긴 제목의 다. SF소설로 정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국 현실의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니 학생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의미를 담고 있고, 첫 책이니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을 뒤져내 이 책을 찾아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틴 스토리 킹'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회가 벌써 3회나 되었다니! 100명의 학생들이 심사자가 되어 뽑는 책이니 의미는 물론 재미는 이미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니, 토론반 학생들 중 책 읽기가 더딘 학생까지도 다 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다음 주에 함께 토론할 예정인데, 시험기간임에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면 함께 나눌..
자유학기 주제선택 수업으로 ‘SF 소설 쓰기’ 반을 개설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분석할 SF 단편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 우리 학교 도서실에 “B612의 샘”이란 단편집이 여러 권 있었다. 작년에 국어 샘이 이 책으로 연극 수업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검증된 소설이라 편하게 읽었다. 미래 학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문제 상황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실제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책이 많지 않아 두 개 모둠은 이 책으로, 세 모둠은 “너만 모르는 엔딩”을 읽혔다. 둘 다 중1도 재미있게 읽었다. 간단한 책 소개. 1. 안세화, 다시 만나는 날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기계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과 사람의 거리가 더 멀어질 거라 예상된다. 이야기 속 미래 학교도 여건은 훨씬 좋아지지만 아이들 사이..
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청소년 소설 읽는 모임에서 SF 단편집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모임 날짜에 맞춰 급하게 읽기 시작해서인지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모임 샘들도 책이 잘 안 읽혀 끝까지 읽은 샘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각 단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소재도 참신하고 반전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새삼 책이 달리 보이며 다시 읽어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샘들의 소감을 더해 정리해 본다.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 알골(장강명)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초능력자들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때 지구에서는 큰 사고가 일어난다. 그래서 화성 근처 위성에 세 초능력자가 서로 통제하며 결계를 치고 살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이들을 알골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