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새로 시작한 청소년 소설 읽는 모임에서 SF 단편집으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모임 날짜에 맞춰 급하게 읽기 시작해서인지 책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모임 샘들도 책이 잘 안 읽혀 끝까지 읽은 샘들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각 단편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소재도 참신하고 반전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새삼 책이 달리 보이며 다시 읽어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샘들의 소감을 더해 정리해 본다.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 알골(장강명)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초능력자들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때 지구에서는 큰 사고가 일어난다. 그래서 화성 근처 위성에 세 초능력자가 서로 통제하며 결계를 치고 살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이들을 알골이라 부른다...
출퇴근하는 고속도로나 지방도를 가리지 않고 도로 곳곳에서 동물들의 사체를 보게 된다.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건넜으면 싶다가도, 자신보다 큰 동물(물체)을 발견했다면 본능적으로 도망가기 위해 앞서 뛰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 차에 치였을 것이고. 진화의 속도보다 문명의 속도가 훨씬 빠르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걸 보면 차에 치이는 동물들의 사건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로드킬’이 땅에서의 일이라면 ‘버드 스트라이크’는 하늘에서의 일이다. 차이가 있다면 하늘에서는 작은 새라도 비행기에게 치명적인 충격을 주기에 그 존재감이 도드라진다는 것. 그러나 인간의 앞길을 위해 치워야할 대상이라는 데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이야기는 도시인들[눈이 푸른 사람들]이 익인[날개를 가진 사람..
올 초 청소년 소설 읽기 모임에서 읽을 책을 정할 때, 이 책 “아가미”가 포함되었다.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지금씩 이 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은 더 세상을 알게 되었을 텐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세상의 변화를 새삼 실감한다. 그동안 만났던 작풍과 ‘아가미’라는 소재를 연결해 보니, 밝은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았다. 인간의 이야기에 아가미가 등장할 정도라면 진화하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할 정도의 어려운 상황이거나, ‘아가미’는 돌연변이이므로 평범하기 살기 어려운 상황을 그리지 않을까 싶었다. 추측만큼 이야기는 무거웠다.이야기의 배경인 호수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크기만큼이나 부유물도 많은 큰 강에 빠지는 이유도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것으로 판단될..
페미니즘에 관련된 7개의 소설을 묶은 단편집이다. 이중 '현남 오빠에게', '당신의 평화', '갱년'에는 이 소설이 표방한 '페미니즘'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여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이른바 큰 그림(빅 빅처)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 친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여자들끼리 서로 양보하며 살라는 가부장, 여자를 스트레스 해소로 대상화하는 등 모녀로 이어질 것 같은 불편함과 부당한 현실이 잘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자리에', '이방인'은 이 이야기가 왜 페미니즘 소설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획자의 말에 따르면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여성 중심의 능동적인 인물을 그렸다는데 공감되지 않았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은 여장남자대회를 통해 이유 없이 학살당한 여성들의 ..
사람과 로봇,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문제를 다룬 단편집 "안녕, 베타"와 연관된 책을 찾다 추천받은 책이 "한 스푼의 시간"이다. 제목만으로는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희색 바탕에 점점의 흔적들과 파란 물방울 속 세상의 표지가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았다. 직장에서 명퇴를 당하고, 새로 시작한 세탁소가 자리잡힐 즈음 갑작스럽게 아내와 사별한 명정은 아들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아들도 이국에서 이국으로 출장가던 중 항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고 아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홀로 살아내던 중, 아들이 남긴 인공지능로봇을 택배로 받으면서, 둘째를 낳으며 불려주려고 했던 '은결'이라는 이름까지 부여하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227) 사람이 무너지면 무너진..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을 기념해서 출간한 단편집이란다. 놀랐다. 이 단편집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문학 작가들이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는 것에. 또 중학생을 결코 얕보지 않았다는 말처럼 청소년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는 것에.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모임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청소년문학을 읽으며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게 목적인지, 청소년에 맞는 소설을 가려내 책을 즐겁게 읽히는 게 목적인지. 단순하게 이분화 했지만 어느 쪽이든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청소년문학의 질과 양이 확대됐으나 독서 현실은 더 얄팍해진 현실에 대한 독서 모임의 대응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아무도 모르게(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의 작가. (29) 우리는 한밤중이 다 되어서야 강릉에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는..
교육활동에 있어 교사의 긍정적 시각을 강조하는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로젠탈 효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교사나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 시각을 경계하는 심리학 용어 중에 낙인 효과가 있다. 이 소설은 가정적 기반이 파괴된 아이들을 격리해(낙인 효과 배제) 교육(로젠탈 효과에 따라)하는 ‘낙인도’의 ‘로젠탈 스쿨’을 통해 우리 교육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외딴 섬에 세워진 로젠탈 스쿨은 사회와 다른 폐쇄적인 우리 학교의 모습과 비슷하다. 부모님의 삶이 실패했더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강력한 주입은, 우리 학교에서 성적에 몰입하게 만드는 논리와도 유사하다. 또 아이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며 각종 규정으로 옭아매는 것도 비슷하다. 따라서 로젠탈 시클에 대한 기자 '마'의 비판은 지금 우리 학교에..
마인드 콘트롤을 시켜주는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화해의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해주는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싫은 사람이 먹고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행운의 ‘비즈니스 에그 머핀’,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이상야릇한 영어 이름이 향기롭고 맛있을 거라는 기대보다는 마녀가 만든 약물처럼 신비스럽고 기괴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 책 자체도 그렇다. 판타지라는 데코레이션을 입힌 성장소설. 신비한 마법의 힘을 지닌 점장이 만들어낸 빵이나 쿠키 맛을 궁금해 하는 동안 ‘나’의 상처 많은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눈물 젖은 빵처럼 축축하게 다가온다. 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 현실을 청소년의 꿈과 희망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