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아이들(구병모)

 

교육활동에 있어 교사의 긍정적 시각을 강조하는 심리학 용어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로젠탈 효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교사나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 시각을 경계하는 심리학 용어 중에 낙인 효과가 있다. 이 소설은 가정적 기반이 파괴된 아이들을 격리해(낙인 효과 배제) 교육(로젠탈 효과에 따라)하는 ‘낙인도’의 ‘로젠탈 스쿨’을 통해 우리 교육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외딴 섬에 세워진 로젠탈 스쿨은 사회와 다른 폐쇄적인 우리 학교의 모습과 비슷하다. 부모님의 삶이 실패했더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강력한 주입은, 우리 학교에서 성적에 몰입하게 만드는 논리와도 유사하다. 또 아이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며 각종 규정으로 옭아매는 것도 비슷하다. 따라서 로젠탈 시클에 대한 기자 '마'의 비판은 지금 우리 학교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피그말리온 효과’, ‘낙인 효과’, ‘플라시보 효과’ 등은 학습자의 자유 의지를 고려하지 않는 교육자 중심의 논리다. 현재 교육이 아이들 스스로의 내적 동기를 찾지 못하고, 외적 자극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학교 교육의 중대한 문제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교육 방법과 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책 표지처럼 낯설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가졌던 교육에 대한 생각마저 고민스럽다.

 

(235) 돌보는 자로서 어느 것 하나라도 대충대충 넘어갈 수 없다. 아이가 졸려서 곯아떨어졌다고 하여 양치질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재우는 등 한두 번의 예외를 두는 순간 그 아이의 일상과 습관과 건강이 무너지고 병치레에 병원 단골이 되고 만다. 그런 경우 아이는 누가 책임질 건데? 결국 다 내 몫이잖아. 지금은 울어도 나중에 커서는 철저한 규율이 몸에 배게 되어서 ‘만족 지연 능력’을 함양하고 습관을 바로잡아 준 엄마에게 감사할 거야. 곽은 두 손 들고 한마디만 더 보탰다. 아직 어린아이한테 그렇게까지 기름을 짜지 않아도 될 텐데. 안 그래도 아내는 구름 같은 솜사탕을 사서 아이 손에 덥석 쥐여 준 곽에게 아빠로서 생각이 있네 없네 이미 한바탕한 다음이었고, 그 자리에서 빼앗아 휴지통에 던져 버리지 않은 것만도 많이 양보한 셈이었다.

 

소설 한 권으로 담기에는 벅찬 고민일까.

 

피그말리온 아이들 국내도서 저자 : 구병모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2.06.28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