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방 책 목록을 살펴보다 '진로' 관련 목록에서 "원더랜드 대모험", "아르주만드 뷰티살롱" 이진 작가님의 작품을 발견했다. 책 소개 내용이 흥미로워 읽기 시작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 군인들이 많고, 불량스러운 고등학생이 군인을 폭행했던 일도 있었다는 구절을 보면 강원도 양구쯤 될 것 같은 시골. 변하지 않는 산천처럼 자신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아이들이 우연찮게 비어 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아지트를 만들었다가 친구들, 그리고 외지 사람들이 찾는 카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래서 읽다 보면, 창업 매뉴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세상의 일이 사람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돈에 호되게 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노력한다.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
최초의 책. ‘최초’가 주는 이미지에 끌려 책을 들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의 ‘최초의 책’일까. 중1,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하던 주인공 ‘고윤수’는 아버지의 강권으로 학교도서관과 지역도서관을 겸하고 있는 시골의 ‘풀잎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고전 강좌도 들으며 나름 도서관 생활에 재미를 붙이고, 사서 선생님을 돕기도 하면서 자기 효능감도 커진다. 그런데 도서관이 미군 기지 건설부지로 결정되면서 도서관은 폐관되고 책들은 읍내 도서관으로 옮기게 된다. 여든 살의 권혜영 사서 선생님을 도와 장서를 정리하다 선생님이 쓴 “위대한 도서관과 사라진 책”을 존재를 목록에서 발견하고, 책더미 속에서 찾는데 이 책이 ‘최초의 책’이다. ‘최초의 책’은 책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독자..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특별하게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학생들의 흡연도 많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흡연을 문제 삼는 것은, 중독성이라는 흡연 자체도 문제이지만, 담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돈이 부족하거나 담배를 구할 사람이 많지 않아)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또 중독성이 심해질수록 무단 외출 등으로 인한 근태의 문제, 인근 지역의 민원 발생, 또 교내 흡연으로 인해 근태나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도 높다. 결국 담배가 문제이므로 가급적 처벌보다는 금연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금연학교" 제목처럼 흡연에 정조준하는 책이다. 사회적 분위기 상 흡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금연 결심도 적지 않게 많은 것이다. 그러나 시도를 거듭할수..
얼마 전, "최강배달꾼"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 헬조선에 희망이 없어 호주로 이민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여주인공과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서울 전역을 돌며 배달하는 남주인공이, 음식점까지 장악하려는 대기업에 맞서, 동네상인들과 상생하며 배달의 전문성을 키워 창업하고 성공하는 이야기였다.해피엔딩 이야기에 비현실적이니, 그렇게 착한 배달꾼이 어디 있냐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다. 공감하면서도 한편 홍세화 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에서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 택시기사들의 인성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회의 책임을 비판했던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왜 우리나라가 헬조선일까.생각해 보면, 승자독식으로 인한 부의 집중, 따라서 부의 분배가 사회 전반적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계절이 바뀔 때에야 큰 숙제를 하듯 묵은 옷을 정리하고 나서야 찾게 되는 의류수거함을 이야기수거함으로 풀어난 작가의 상상력과 입담이 놀랍다. 읽다보면 “오즈의 의류수거함”은 “오즈의 마법사”를 오마주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낯설지 않는 소재이나 다양한 사연을 담은 구조에 금방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모험담 같은. 사실 얼마 전에야, 의류수거함의 물건을 손대는 게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네에 있는 의류수거함이 공적단체가 아닌, 개인이 설치한 것이기에 물건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밤늦게 의류수거함의 옷을 빼내 마녀의 하우스에 넘기는 도로시의 행동이 긴장되었다. 깊은 밤에 도로시가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도 평범치 않아 긴장이 되었다. 195번 의류수거함에서 삶을 정리하..
지금까지 김선영 작가의 소설 4편을 읽었다. 4권 모두 특별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금방 몰입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주관적인 시간의 흐름을, “특별한 배달”은 웜홀을 통해 현재 자신의 문제를 대면하는 내용을, “미치도록 가렵다”는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인까지 대상을 넓혀 성장과정에 대한 이해를 잘 나타냈다. “열흘 간의 낯선 바람”도 몰입감 있게 잘 읽힌다. 먼저 이 작품은 SNS의 문제점을 잘 포착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SNS에 대한 의존이 높아진 지금, SNS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만나야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보여지는 것으로 드러내는데 치우쳐 공허함만이 가득한 관계가 아..
표지를 보면서 이상의 ‘날개’를 떠올렸다. 그래서 ‘가렵다’를 뭔가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래서 근질근질하다는 느낌으로 책을 들었다. 이야기는 이름과 전학에 대한 스트레스로 또래 사이에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강도범’과 학생 중심의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기존 교사문화와 충동하는 사서교사 ‘수인’ 샘에게 초점화 돼 있다. 오히려 ‘수인’ 샘에게 더 초점화 돼 있어, 읽으면서 이게 청소년문학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교사는 ‘갑’이고 학생은 ‘을’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보다는,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고, 홀로서기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삶의 문제 속에서 흔들리는 성장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도반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불안감을 작가는 ‘가려움’..
총 651쪽에 달하는 제법 긴 이야기이다."자음과 모음"에서 출간한 책들 중 청소년소설만 주로 봐 온 까닭에 이 책 "물처럼 단단하게"도 그런 느낌으로 펼쳤다. 한국 독자에 대한 작가의 서문을 읽으면서, 이 책이 청소년문학이 아니며, 중국에서 오롯이 발간할 수 없는 상당히 문제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펼치고 여러 쪽 지나지 않아 느꼈다. 이 책 상당히 문제작이란 걸.이 책은 중국의 1960년대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화혁명기가 중국의 역사상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몇 가지 자료를 통해 이때 많은 지식인들이 곤란을 겪었으며 전통문화와 큰 단절이 일어난 역사의 흐름을 거슬린 사건 정도로만 기억된다. 그러면서도 차오원쉬웬의 "빨간기와"나 "사춘기" 같은 작품에서 접한..
기숙식 ‘다이어트 학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읽는 내내 ‘일반 학교’에 대한 은유로 읽혀지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에 그려진 ‘다이어트 학교’가 그렇듯, 이 시대 대한민국의 학교와 유사 학원들에선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와 배움을 해치는 공부로 학생들을 몰아가고 있다. 아니 ‘일반 학교’는 건강과 배움을 모두 해치면서까지 결과만 추구하는 곳이 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도 마주리 원장처럼 ‘교육’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53) “일주일간 수고 많았습니다. 잘 따라오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습니다. 조금 더 먹어도 되겠지, 운동 조금 쉬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조금이 모여 여러분에게 아주 크게 되돌아옵니다. 언제까..
‘완득이’ 또는 ‘재석이’스러운 ‘태봉이’와 ‘정아’ 또는 ‘보담’스러운 ‘슬아’의 이야기다.비슷한 듯 하면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후로 이 책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하며 더욱 극적으로 과거의 자신과 만나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특별한 경험을 만나기는 절대로 힘들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마 자신의 선택의 순간들, 그리고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근수'라고 볼 수 있겠다. 촌스럽고 어눌한 고집이 있지만 주위에 퍼뜨리는 건강성은 유독 빛이 난다. 하지만 그래서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가 도대체 현실 어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