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학교(김혜정, 자음과모음)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3. 4. 28.
기숙식 ‘다이어트 학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읽는 내내 ‘일반 학교’에 대한 은유로 읽혀지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에 그려진 ‘다이어트 학교’가 그렇듯, 이 시대 대한민국의 학교와 유사 학원들에선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건강을 해치는 다이어트와 배움을 해치는 공부로 학생들을 몰아가고 있다. 아니 ‘일반 학교’는 건강과 배움을 모두 해치면서까지 결과만 추구하는 곳이 되었다. 그 속에서 우리도 마주리 원장처럼 ‘교육’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53) “일주일간 수고 많았습니다. 잘 따라오고 있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도 있습니다. 조금 더 먹어도 되겠지, 운동 조금 쉬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조금이 모여 여러분에게 아주 크게 되돌아옵니다. 언제까지 여러분은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살 건가요? 이제 5주가 남았어요. 기억하세요. 뿌린 대로 거둡니다.”
⇒ 마주리 원장은 문제를 철저하게 개인의 노력 문제로 접근한다. 관리자다.
(58) “어떻게 같은 사람인데 나처럼 뚱뚱할 수 있고, 너희처럼 마를 수가 있는 거냐? 니들과 나는 종이 다른 것 같아. 확실히 인간이 복잡하긴 한 봐. 코끼리와 돼지는 다 살쪘고, 기린이나 사슴 같은 건 다 말랐잖아. 하지만 우리는 같은 사람인데도 뚱뚱하고 날씬하고 이렇게 다른데.”
⇒ 인간 사회는 약육강식의 동물 집단과 다르니까. 한편 뚱뚱하거나 마르거나 외모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10) 방송을 보고 있으니, 뚱뚱한 게 장애처럼 느껴졌다. 불행하면 뚱뚱해질 확률이 높고, 뚱뚱하면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뚱뚱함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건가 보다. 물론 뚱뚱하면서 즐겁게 사는 엄마, 아빠가 있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자살을 시도했다는 아줌마는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싫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 아줌마는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는 것도 싫고, 자기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도 고통스럽다고 했다. 아줌마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 서바이벌 방송의 편집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몸에 대한 우리 시각은 너무 왜곡돼 있다. 키도, 외모도, 몸조차도 중요한 자본인 시대에서 살아서일까? 아니면 몸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자본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단일 민족’처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문화 때문일까. 이런 면에서 다문화도, 통일도 얼른 돼야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156) 나도 나를 놀리는 아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 친구들은 내 외모를 가지고 장난을 자주한다. ‘뚱땡이’, ‘돼지’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장난은 거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이 모두 재미있는 거고, 거는 사람만 재미있으면 그건 괴롭히는 거다. 친구들이 나에게 장난을 할 때, 나는 하나도 재미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모른다.
⇒ 이 책은 상황상 외모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해야할 책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놀리는 사람들에게도 이른바 베껴 쓰기 형태로도 교육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177) 나는 살을 빼려고 여기에 왔지. 고통을 받기 위해 여기에 온 게 아니다. 원장님은 우리에게 “돼지 새끼들”이라고 부르며, 우리에게 대놓고 “니들도 인간이니?”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을 할 때 원장님의 표정은 정말 끔찍하다. 우리를 정말 더러운 똥 보듯이 보며 그 말을 한다. 원장님은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자극받아 살을 뺀다고 했지만, 우리는 상처받을 뿐이다. 우리에게 심한 말을 하는 원장님보다 더 무서운 건, 처음에는 그 말에 화를 내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 ‘학습된 무기력’이 떠오른다. 어떻게 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사람은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 그나마 자발적으로 참여한 ‘다이어트 학교’이기에 이런 건강한 문제의식도 생길 수 있다. 하물며 의무로 다녀야하는 ‘학교’는 탈출조차 할 수 없으니,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한편 학벌사회, 입시제도 못지않게, 마주리 원장과 같은 관리자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가 있지 않나 반성해 본다. 교육적인 의도였더라도 문제인데, 혹 정말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들을 닦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228) 단군 신화 속 호랑이가 떠올랐다. 어쩌면 호랑이는 환웅의 규칙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기개 넘치는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 따위를 먹으며 동굴에서 처박혀 있으라니, 말도 안 된다. 호랑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호랑이는 도망친 게 아니다. 호랑이는, 탈출한 거다!
⇒ 40년을 살면서 왜 이렇게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 너무 오래 세뇌되었다. 아, 환웅이 ‘갑’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인고와 순응을 통해 한 무리가 된 곰은 단군신화 이후로 우리 설화 속에 조연으로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호랑이는 지 성질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지 않나.
(247) 우리는 다이어트 클럽을 결성했다. 매주 주말마다 모여 운동을 하고,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다이어트 일기도 쓰고 있다. 힘든 다이어트는 하지 않을 것이다. 몸에 좋은 게 쓰다는 말은 별로다. 쓴 걸 억지로 참느니, 최대한 덜 쓴 걸 찾을 것이다. 우리 클럽은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이 늘었고, 몇 킬로그램이 줄었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클럽의 목표는 진짜 ‘건강’이다. 예뻐지면 좋겠지만, 건강해지다 보면 예뻐지지 않을까? 사실 난 아직도, 여전히 예뻐지고 싶긴 하다.
⇒ 진정한 배움, 협력학습, 자발성.... 왠지 혁신학교 이야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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