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되는 주문”과 함께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앞뒤 표지를 훑어보며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세 시간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궁금하다. 게다가 이야기를 세 명의 작가가 협업을 통해 구성했다니... 호기심과 궁금함, 색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먼저 세 시간대(2000년 7월, 2018년 10월, 2029년 8월)의 한 장면과 삽화가 나오고, 각 시간대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 표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정보가 많아 긴장감이 길어졌다(나이 탓이다). 첫 번째 2000년 7월 이야기는 세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인 ‘그곳’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중에 서로의 안전을 ..
몇 차례 담양도서관에서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찾았으나 계속 대출 중이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작품을 살펴보다 이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가정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재’는 아빠의 화풀이 대상이다. 아빠는 일이 잘못되는 모든 원인이 은재에게 있다는 듯 수시로 때리고 감금한다. 그 속에서 은재는 자포자기하게 된다. ‘우영’은 엄마의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이다.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며 성적에 따라 끊임없이 언어 폭력을 당한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은재’에게 주변 사람은 조금 심하지만 가정 교육이라며 참견하지 않는다. 언어 폭력은 당하는 ‘우영’에게는 이것이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을 다룬 이야기들은 읽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긍..
제목을 보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다. 작가 역시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보며 두 작품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라는 말이 함축한 관계 속 존재에 대한 고민이 연결되어 있어서. ‘변신’의 그레고르, "변신 인 서울"의 ‘반희’ 둘 다 짠하다.먼저 그레고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쉴새 없이 노력했던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 가족을 보면 뿌듯하다. 조금 더 노력하면 여동생도 음악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벌레로 변신한다. 그러나 작가는 변신한 이유보다 벌레가 된 후의 관계에 주목한다. 결국 변신 전후를 보며 존재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레고르의 가장으로서 존..
우리 지역의 국어교사가 쓴 청소년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책을 들었다.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는 순간에도 화가 난다는 것은, 그만큼 ‘화’가 쉽게, 갑자기, 그리고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한꺼번에 말해 주고 있다. 이야기도 급식실에서 새치기하려다가 교사의 제지에 ‘화’가 폭발하면서부터 시작되니 제목이 여러 가지 장면을 잘 담고 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해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들이 적지 않게 보도된다.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고, 도로에서 자신의 앞길을 막았다고 벌어지는 해코지를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듣고 있다. 또 직장 상사의 대기업 또는 원청업체의 갑질까지. 그렇게 다스리지 못한 ‘화’가 분노조절장애가 돼 치료받는 사람..
책의 줄거리가 표지에 거의 다 담겼다. 이야기를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작은 별에 섬세하게 내용을 표현했음을 알게 된다. 한때 이 별에서 인간과 공존했던 자연(멧돼지 산바)은, 인간의 개발로 점점 쫓겨나다 죽임을 당한다. 이 별에서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연과 사람이 대상화되고 피폐하게 된다. (25) ‘피폐’라는 단어를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대상이 거칠고 못쓰게 됨. 지치고 쇠약해짐.’이라고 쓰여 있었다. 피읖이 두 개나 들어간 두 글자짜리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달라붙어 주호는 소리 내어 서너 번 발음해 보았다. 주호는 부모에게 버려진 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외딴섬에서 외롭게 산다. 유림이는 이유도 모른 채 가혹한 가정 폭력을 당한다. 홍..
"내 이름은 망고"에서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주인공 캐릭터를 선보였던 추정경이 매우 색다른 소설로 청소년 문학에 두 번째 문을 두드렸다. 일단 이 소설은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매우 흡인력이 강했다. 집단 폭력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하균이와 하균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한강 다리 밑 벙커에 숨어사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가출이’를 중심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꼬인 실타래를 함께 풀자고 하는 듯 독자를 잡아당겼다. 마치 주인공이 처음 벙커의 문을 발견했을 때처럼. 소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하균이 동급생들을 괴롭히고, 그것이 다시 집단 폭력으로 이어지는 하균이 이야기와, 새엄마의 가정폭력으로 목숨까지 잃을 뻔한 민호와, 그리고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
예상대로 암울했다.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다룬 성장소설이라니. 소설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저지른 범죄를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역순행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영화 의 타락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읽으면서 이옥수 작가의 를 떠올렸다. 폭력을 저지른 아버지와 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주인공과 은 주인공은 닮았으면서도 달랐다. 폭력에 대한 용서와 잊을 수 없는 분노! 이 작품과 이옥수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과연 폭력은 쉽게 치유되고 아물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작품을 읽다보니 의 주인공 편에 손을 들고 싶었다. 폭력은 그렇게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용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머니와 누나, 여자친구..
이 작가 참 대단하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중3 남학생, 우울증으로 폭식을 하는 뚱뚱한 스물셋 전화상담원. 교집합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소설 를 만들어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희망을 다룬 부터 청소년의 성과 사랑, 임신을 직설적으로 다룬 를 거쳐, 가정폭력과 치유를 다룬 이 작품까지 이옥수라는 작가 참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청소년들의 문제를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아픈 점을 가장 직설적으로 그려내면서, 가장 극적인 희망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라는 사실을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잊고 산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다. 강민의 형과 아버지로..
마인드 콘트롤을 시켜주는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화해의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해주는 ‘브로큰 하트 파인애플 마들렌’, 싫은 사람이 먹고 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행운의 ‘비즈니스 에그 머핀’,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이상야릇한 영어 이름이 향기롭고 맛있을 거라는 기대보다는 마녀가 만든 약물처럼 신비스럽고 기괴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 책 자체도 그렇다. 판타지라는 데코레이션을 입힌 성장소설. 신비한 마법의 힘을 지닌 점장이 만들어낸 빵이나 쿠키 맛을 궁금해 하는 동안 ‘나’의 상처 많은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눈물 젖은 빵처럼 축축하게 다가온다. 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 현실을 청소년의 꿈과 희망에 ..
표지 그림이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코끼리 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지만 표정은 밝은 유쾌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 홀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회와 경제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거대한 역사의 상황을 중학생의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막상 펴기 시작하면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입담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큰 줄거리는 시국 사범으로 공안 당국의 수배 중인 친구 형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 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럽게 떠나는 여행 구조다. 거기에 여행의 시작이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선택한 일이 아닌 갑자기 집을 나간 아버지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