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양철북에서 책을 보내주셨다. 매번 새 책을 출간할 때마다 잊지 않고 보내주신다, 고맙게도. 얼른 읽고 소감을 나눠야 했는데, 담임으로서, 자유학년제 부장으로서 학년말 업무가 많아 책장에 꽂아 두기만 했다가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들었다. 조현병을 문제 상황으로 다룬 청소년 소설이라니 양철북다웠다. "화장실 벽에 쓴 낙서"와 조현병이 잘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표지를 볼 때마다 거듭 표지가 많은 것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 김이 서린 거울, 또렷하게 보기 위해 닦아내지만, 또렷한 곳이나 흐린 곳 어디든 나타나는 캐릭터들, 제목과 글쓴이, 옮긴이의 이름을 거울에 쓴 손글씨로 표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조현병을 다룬 청소년 소설을 처음 읽었다. 읽으면..
'깜언'은 베트남 말로 '고맙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서술자, 유정이는 언청이(구순구개열)로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지만, 할머니와 작은아빠 가족, 살문리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과 살면서, 타인에 대해 들고 있던 자신의 방패를 거두게 된다. 열일곱의 시작이다.유정이의 성장에는 강화도라는 배경의 힘이 크다. 몰락하는 농촌 공동체 속에서 그래도 희망은 사람이다. 이야기는 먼저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미국, 중국 등 계속되는 자유무역(FTA)을 통해 전체적으로 형편은 나아질 수 있겠으나 농촌은 계속 피폐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홈쇼핑에서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프리카근처에서 잡은 갈치, 폴란드산 삼겹살, 칠레의 과일을 먹는 것이 익숙한 현실이 되었으나 개방의 이익과 분배, 그 과정..
사막을 배경으로 닌텐도 Wii Fit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여학생 3명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게 보인다. 이 학생들은 각각 체중과 여성미, 피부 때문에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의 관리를 받는다. 그런데 죽을 각오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으며 삶을 개선하는 다이어트를 진행한다. 표지 배경이 사막인 것도, 힘들 때마다 보라며 아르주만드 민이 준 사막의 모래도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본질을 대면하고자 노력했던 고등학생들에게 익숙한 ‘생명의 書’와 같은 공간이다. ‘아르주만드(arjumand)’는 우즈베크어로 ‘소중한, 사랑하는, 귀여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표지도, 제목도, 내용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야기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겉치장..
"콤플렉스의 밀도"라. 콤플렉스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에게 '콤플렉스'라는 점에서 느끼는 아픔은 같다는 걸 의도한 제목인 듯 싶다. (183) 콤플렉스 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아무리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하더라도 극복되지 않는 나머지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 콤플렉스를 억지로 무시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콤플렉스는 칼 융이 "새로운 일을 해낼 가능성의 실마리"라고 말한 것처럼 창조력의 원천이자, 개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과도 같은 내연기관입니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직면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과거와는 달리 훌쩍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송미경, 젤잘자르 헤어 '젤잘자르 헤어'에는 '털'로 상징되는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와서 ..
집단따돌림에 대한 종합세트같은 책이다.작가는 일본 내 집단따돌림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듯 다섯 편의 작품에서 작가만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솔직히 읽으면서 우리나라와는 양상이 조금 다른 집단따돌림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아이들, 즉 내가 경험한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은 이토록 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단따돌림은 놀이나 게임 형태가 아니었다. 이토록 잔인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다섯 편에 나온 집단따돌림의 가해자들은 일종의 게임으로 아주 잔인하게 집단따돌림을 진행하고, 피해자는 묵묵히 감내할 뿐 누군가에게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그것을 아주 치욕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문화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다. 피해자는 영문도 모른 ..
뚱뚱한 외모 때문에 현실에서는 소속되지 못한 ‘은새’는 날라리를 꿈꾸며 가출한 ‘엘리’를 대신하여 인터넷 카페 ‘엘리스 월드’의 운영을 맡는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엘리스 월드에서 은새는 ‘날라리’로 활동하며 전성기를 맞지만 자신의 현재 모습이 밝혀지며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고민한다. 다분히 ‘엘리스’를 염두해 둔 ‘엘리스 월드’는 결국 반면교사의 방식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현실에서 우린 누구나 ‘날라리’를 꿈꾼다. 또래가 있어 자신의 단점을 감춰줄 수 있는 그런 날라리를. 그러나 은새의 ‘엘리스 월드’나 가출을 통해 진짜 날라리가 된 엘리를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날라리’의 모습을 말해준다. 날라리란 결국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정체성을 찾은 나임을. 그런 면에서,..
지지리도 되는 일이 없는 10대의 일상. 솔직히 에드바르트가 한국에 있다 해도 집단따돌림 대상이 될 것 같다. 평범한 아이들과 2% 정도 어긋나는 시도와 행동들이 참 딱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의 에드리안처럼. 책 초반에는 무척이나 수다스럽고, 별 것 아닌 것(가슴털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큰 고민일 거라고는 공감이 안 되지만, 사람마다 다 다른 고민의 무게가 있기에 이해하기로 했다)에 콤플렉스가 있는 남자 아이의 이야기라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개똥 밟은 운동화의 인연으로 옆집 타넨바움 씨와 소통을 시작하고, 이웃집 괴팍한 늙은이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멘토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흥미진진해진다. 거기에 에드바르트가 짝사랑하는 여학생과 만나기 위해 꾸민 가상인물의 페이스북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2005년 정도에 방영되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이 생각났다. 고등학생이 된 옥림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올림의 시즌2는 "난 공부를 못해"라는 제목으로, 성적 때문에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와 갈등하는 옥림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옥림이는 엄마와 갈등하며, 엄마의 편견에 가까운 참견을 견뎌내고 버티는 것 같지만, 실은 그 과정에서 자존감 역시 크게 상처받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옥림이가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꿈으로 나타낸다. 비슷한 꿈을 여러 차례 꾸지만 누구를 찾는지 몰랐던 옥림이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떠난 가출 가까운 여행에서 내 뜻대로 살 수도 있음을 친구에게 들은 후, 꿈속에서 찾아 헤맨 게 자신이었으며, 남이 아닌 자기 자신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퍼포먼스..
외모와 관련된 말들이 부쩍 많이 생겼다. '꽃미남, 조각남'이라는 말이 있고, '짐승남, 꿀벅지, 초콜릿복근' 같은 말은 외모를 먹을 것에 빗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루저'라는 키가 크지 않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외모에 대한 편견이 결합된 말이다. 이런 말이 생기고 유행하는 이유는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모를 중요한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자각에 의한 것도 있고, 외모를 상업적 이익과 연관지으려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이니, 앞으로도 외모와 관련되었거나 외모와 성이 결합된 말들이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외모가 신분 상승, 또는 사회 생활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록, 외모의 한계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 역시 더 많아질 것이..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분명 아이들은 봄이 이야기를 '인터넷 소설'로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봄이의 외모를 보았을 때 봄이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었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남는 것은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일까.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서술자가 등장한다. 먼저, 봄이의 담임교사. 과거 이성교제에서 큰 아픔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담임교사로 보낸 시간만큼 아이의 결석과 이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에 여유 있게 대처한다. 교사로 대표되지만 외모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대표한다. 그리고 봄이.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의 생각을 친구 각각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액자형 소설처럼 담임교사의 외화에 봄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