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 월드(선자은)

뚱뚱한 외모 때문에 현실에서는 소속되지 못한 은새는 날라리를 꿈꾸며 가출한 엘리를 대신하여 인터넷 카페 엘리스 월드의 운영을 맡는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엘리스 월드에서 은새는 날라리로 활동하며 전성기를 맞지만 자신의 현재 모습이 밝혀지며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고민한다.

 

다분히 엘리스를 염두해 둔 엘리스 월드는 결국 반면교사의 방식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현실에서 우린 누구나 날라리를 꿈꾼다. 또래가 있어 자신의 단점을 감춰줄 수 있는 그런 날라리를. 그러나 은새의 엘리스 월드나 가출을 통해 진짜 날라리가 된 엘리를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날라리의 모습을 말해준다. 날라리란 결국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정체성을 찾은 나임을.

 

그런 면에서,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현실의 문제로 포기했던 은새 아빠가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거나, 엘리의 아빠가 엘리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는 모습 등은 정체성의 문제가 청소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끊임없이 찾아야할 나임을 보여준다.

 

외모콤플렉스, 집단따돌림, 가족의 사랑, 꿈에 대한 이야기. 여기에 아버지 이야기의 반전 등. 또 혜나도 나름 사정이 있다는 점 등.

흥미로운 요소들로 버무린 맛있는 책이다. 여러 아이들에게 권해도 좋을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134) 모두 나를 부러워하다니. 꿈만 같아 믿어지지 않는다. 자다가도 생각이 나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나도 안다. 이건 중독이다. 몽롱한 상태로 컴퓨터를 켰다가 댓글만 확인하고 끌 때는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싶다. 하지만 수많은 댓글에서 큰 힘을 얻는 건 사실이었다. 지루하기만 한 현실보다 가만히 앉아서 마우스를 딸깍거리고 키보드만 두드리는 그 세계가 훨씬 값졌다. 시간낭비라고? 아니. 민약 이게 진짜고 오프라인이 가짜라면 어떨까? 멍하니 학교에 앉아 있는 것보다 즐겁게 소통하는 게 시간을 덜 잘 쓰는 게 아닐까?


(148) 이곳에서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찌 됐든 일단 내 편을 들어준다. 각자 따로 노는 내 진짜 가족보다야 훨씬 실용적이고 도움이 된다. ‘엘리스 월드야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가족이란 그런 거다. 서로 보호해 주고 위로해 주는 사이. 모두 나처럼 엘리스 월드에서 위로 받았다.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언제든 와서 노닐 수 있는 쉼터였다. 어느 날 올라온 글 하나가 그걸 증명했다. 사람들이 진짜 친구와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한 것이다.


(173) 그동안 난 엘리스 월드가 새 안전지대라고 착각해 왔다. 엘리스 월드에 머무는 동안 이곳을 잊었다. 나 혼자 멍하니 앉아 이것저것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걸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환호에 휩싸여 나와 대화하는 걸 소홀히 했던 것이다.

✎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스카톡’. ‘페북의 열기가 대단하다. 현실에서 미흡한 관계망을 더 다양하게 연결해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모든 소통은 기본은 나부터이다. SNS는 그 특성상 자신을 성찰하기가 쉽지 않다. 외향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234) 바보. 바보. 혼자 잘난 척, 도도한 척 다 하더니 도망을 가려 한다. 비겁하다. 이건 어차피 살아갈 날들 중에 찰나일 뿐인걸. 커다란 내가 내려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저 개미만큼 작은 내 한 부분일 뿐인걸. 남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친 높은 담벼락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허우적대지 마.


(246) 후미진 시장 옆 놀이터에 가면 그 애가 혼자 그네에 앉아 있곤 했다. 좀 논다는 애들이 모이는 놀이터였는데, 그 애는 거기에서도 왕따였다. 아빠한테 맞아 멍이 든 날이면, 끼워 주지도 않는 틈바구니에서 욕을 먹으며 버티고 서 있었다. 무리에 끼면 다른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좀 더 강하고 센 사람.

✎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조금 여유 있으면 좋겠다.


ID를 입력하세요 - 엘리스 월드
국내도서
저자 : 선자은
출판 : 바람의아이들 2010.11.30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