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어교사모임 수업디자인 연수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출산율 급감'에 대한 7가지 시각을 다룬 책으로, 동일한 화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연결시켜 수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니 수업 자료로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율 급감'에 대한 7가지 시각은 '인구학, 진화학, 동물학, 행복심리학, 임상심리학, 빅데이터, 역사학'을 토대로 한 해석들이다. 읽고 나니 결론은 결국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솔직히 허무했지만,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을 단순히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라는 쪽으로 몰아붙이는 편협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있게 해준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두 곳 정도 옮겨 보자면, (107) (임..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할 때 즈음 유엔 산하 기후 협의체(IPCC)에서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넘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기후재앙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1.5도 상승 시점이 예상했던 2040년보다 10년 더 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극한 폭염과 집중호우 및 가뭄의 비율도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관련 뉴스: 10년 빨라진 기후재앙의 ‘마지노선’(KBS 2021.8.9.)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기상 이변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았다. 중국의 홍수, 미국, 터키, 그리스의 대형 산불이 심각하게 보도되고 있었는데, 기상 이변은 이제 연례행사가 돼 가고 있었다. 그다지 신경쓴 것 같지 않은 표지에는 저자 이름과 책 제목이 크게 씌어 있다. 다만 글자 색이 가로 ..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율 격리를 하게 됐다. 이틀이지만 가족, 세상과 분리된 채 생활하게 되었다. 물론 아래층에선 가족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필요하면 마스크를 쓰고 내려 갈 수도 있었지만, 여하튼 섞일 수는 없는 다소 묘한 처지에서 이 책을 읽어, 읽는 내내 마음이 더욱 가라앉았다.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특히, 죽음의 순간에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죽음에 사용한 도구까지 분리 배출하는 사람, 희망적인 내용이 담긴 책을 유품으로 남긴 사람, 살아가는 수단이 되어 주었던 도구들을 끝을 맺는 순간에도 사용한 사람, 불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방안 가득 모아놓은 사람들. 대체로 죽은 사람들의 집엔 많은..
나이를 먹어서인가, 어떤 책이든 나흘 이내에 완독하지 못하면 책 내용이 머릿속에 잘 정리되지 않는다. 이 책도 새 학년을 앞둔 2월 200여 쪽을 읽고 덮어두었다가 교사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어 다시 들었더니 내용이 통 기억나지 않아 이틀 동안 집중해서 읽었다. 이래서 집단은 개인보다 강하다. 책 두께만큼이나 방대한 역사와 짐작 가능한 미래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정리할 수 있을까? 작년 “내 마음 읽어주는 책 친구” 출간 작업을 하며 표지를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표지가 책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호모 데우스’라는 검은색 바탕의 빨간색 큰 활자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호모 데우스’적인 욕망을 가장 높이,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싶다. 이 책 프롤로그 부..
주인공 ‘테스’는 수학을 좋아한다. 그것은 수학을 잘 풀어내는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삶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컴퓨터실 화재의 범인을 암호 낙서의 비밀을 해석하여 알게 된다는 기본 스토리보다 수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의도가 더 눈에 띤다. 테스는 친구의 특성도 수학적 기호로 정의한다. 이를테면 가장 긍정적인 친구는 ‘절댓값’을 가진 친구로, 과장이 심한 친구는 양의 지수(제곱)으로, 냉소적이면서 듣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컴퓨터실의 스컹크 선생님은 음의 지수로 나타난다. 비단 사람의 특성뿐만 아니라 심리상태를 일차 함수 기울기의 변화로, 범인을 좁힐 때에는 사람들의 행동을 나타내는 여러 그래프의 접점을 통해, 사람의 변화는 ‘델타’로 생각한다. 또..
이 책은 남자애의 일기이다. 여학생의 성장을 기록한 일기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남학생의 사사로운 글을 찾아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몽정기’를 겪어 낸 ‘반어른’ 쯤의 글들은 기성 작가들의 자전적 회고 성장소설에서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2학년 에 이르는 시기의 남자 아이의 심리와 생각을 알려주는 책은 흔치 않다. 그런 면에서 의의와 재미가 있는 책이다. 에이드리언 몰은 걱정이 많은 소년이다. 물론 존재의 문제 같은 철학적 고민도 많지만, 얼굴에 돋은 여드름 때문에도 걱정이 많다. 또 부모님의 불화도 에이드리언의 마음을 짓누르는 고민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안거리는 있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