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나이를 먹어서인가, 어떤 책이든 나흘 이내에 완독하지 못하면 책 내용이 머릿속에 잘 정리되지 않는다. 이 책도 새 학년을 앞둔 2200여 쪽을 읽고 덮어두었다가 교사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어 다시 들었더니 내용이 통 기억나지 않아 이틀 동안 집중해서 읽었다. 이래서 집단은 개인보다 강하다.

 

책 두께만큼이나 방대한 역사와 짐작 가능한 미래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읽고 감상문을 정리할 수 있을까? 작년 내 마음 읽어주는 책 친구출간 작업을 하며 표지를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표지가 책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호모 데우스라는 검은색 바탕의 빨간색 큰 활자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의 호모 데우스적인 욕망을 가장 높이,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싶다.

이 책 프롤로그 부분에서 20세기가 돼서야 우리 인류는 기아, 역병, 전쟁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정도까지 왔고, 이제 21세기는 생명 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체 합성을 통해 어떤 면에서는 불멸의 신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초인류적인 특성이 인류 모두에게 고루 전달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브레이크 없이 갈 수밖에 없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인류의 욕망이자 사회를 유지·발전시켜온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검은색 바탕에 기계 회로도와 같은 지문은, 근대 신에서 뛰어나온 인류의 막막한 상황을 나타내는 것 같다. 그리고 가운데 지구와 같은 모양의 회로도로 표현된 지문은 지구가 인간의 자유의지로 표상되며, 인간의 자유의지 역시 유기적 알고리즘, 즉 데이터로 표현될 수 있음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과학의 도움을 받아 지구와 우주 속으로 퍼져 나갈 것 같은.

 

소제목 미래의 역사역시 역설적인 표현이다. 역사란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역사란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기도 해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과거를 통한 미래의 상상을 잘 드러내고 있는 부연 제목이다. 7만년의 역사 속에서 동물의 일부였다가 신성까지 획득한 인간이 미래 초인간을 만나게 된다면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가정은 결국 현재를 바꾸려는 노력이 우리 사피엔스 종의 미래를 가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책 표지는 아니지만 속표지에 작가의 사인과 함께 쓰인 ‘Everything changes: 모든 것이 변한다는 진화론적인 인식을 강조하는 것 같다. 무엇이 또는 무엇 때문에 변할까. 그것을 사피엔스는 신으로, 국가로, 돈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로 해석하려고 했다. 서로 다른, 극과 극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들 모두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원리나 질서라는 측면에서 동일한 시스템이며 결국 인간의 상호주관적 실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과학기술 역시 사회를 유지하는 원리나 질서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결국 역사는 모든 것은 변하며 그것은 자연선택의 결과일 뿐이며, 그래서 세상의 만물은 유기적이든 비유기적이든 동일한 시스템, 즉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에, 인간이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그동안 인간에게 열등해 멸종되었던 모든 개체들과 같은 처지에 이를 것이라는 서글픈 결론에 이른다.

 

미래가 예상되므로, 현재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며 행동할 수 있을까, 이 책의 화두다!!

 

호모 데우스
국내도서
저자 :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 김명주역
출판 : 김영사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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