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를 힘들게 읽은 뒤라 이 책은 쉽게 읽혔다. 오히려 단편소설이나 청소년소설로서 문학성을 어디에 두어야할까 고민하며 읽었다. 모임 샘들과 이야기 나누던 중 이 소설에서 ’환상동화‘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며 좋은 느낌이 여운으로 남았다. 주로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중1~2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갈등 상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보다는 그로 인한 외로움을 위로하는 특별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SF를 잘 활용하여 표현했다. 생각해 보면 홀로 깊이 침전하는 사람들에게 안전과 위로가 먼저다. 그런 이야기를 중1~2도 읽을 수 있게 잘 담고 있다. 코로나로 가정에서든 교실에서든 외로운 청소년들이 많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외..
오염 상황을 나타내는 듯한 붉은색 배경에 고글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인물, “항체의 딜레마”라는 제목에서 책 내용이 짐작된다. 그런데 항체가 어떻게 ‘딜레마’와 연결될까, 궁금했다. 읽어보니 먼저 이 책은 제7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으로 수상작 모음집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안녕, 베타”, “푸른 머리카락”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빌렸다. 책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기후 위기’를 소재로 한 단편 3편,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단편 3편이 실려 있었다.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작품도 있고, 읽고 나서 작가의 의도가 잘 정리되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작품의 해석의 독자의 몫이라지만 독서 역시 대화이니 이 책 읽은 아이들과 열린 대화를 해도 재미있겠다. 항체의 딜레마(임서진) 수상작으로 코로..
8월 4~5일 국어 수업 디자인연수가 월곡중에서 있었다. 매년 개학을 2~3주 앞두고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학년을 지도하는 샘들과 새 학기 수업계획을 함께 세우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품사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공동으로 수업계획을 세웠다. 교과서 중심으로 개념을 확실하게 공부한 뒤, 도전 과제를 여러 개 제시하여, 탐구하며 기본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수업을 계획했다. 그 외 진도가 서로 달라 각자 궁금한 내용들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다 성장을 다룬 단편소설과 이를 연극 수업과 연계하는 이야기를 좀 더 나누었다. 나도 관련이 있어 중1 상황에 맞는 단편들을 이 블로그의 '단편집' 카테고리를 살펴보며 몇 편 선택한 뒤 다시 읽어보며 수준을 파악해 보려고 책장을 살펴보다 이 책을 ..
책장 정리를 하다 다시 펼쳤지만 마치 새로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금방 빠져들었다.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내가 나이 들어 기억을 못 하기보다는.ㅎㅎ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자 이야기 흐름을 대략 그려졌다. 서로 닮은 김수남과 윤채령의 운명은 어떻게 연결되고 엇갈릴까. 이틀 새벽 2시까지 읽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수록 안타까움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바라지 않는 결말이었지만 역사적인 상황으로 보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청소년소설인데 좀 더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었을까. 연말 이틀을 우울하게 보냈다.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인생을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삶의 태도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라는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호기심은, 마치 인..
작년 올해, 하는 일이 달라지면서 청소년 소설도 뜸하게 읽는다. 일 주일에 한 권 정도는 읽자, 그렇게 마음 먹고 있을 때, 출판사에서 새 책을 보내주셨다. 이번엔 작가님의 사인까지 담겨 있어 좀더 특별했다. 가급적 빨리 읽고 나누는 것이 답례일 것 같아 청소를 마친 오후 책을 들었다. 아들이 만화책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표지를 주인공 ‘오사랑’과 ‘이솔’의 캐릭터로 채웠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만화로 줄거리를 소개하는 부분도 특별했다. 사계절 출판사의 청소년 소설을 여러 권 읽었는데 처음 보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상황과 낯선 여행을 담고 있어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재미 있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여고생 오사랑의 첫사랑의 설렘과 충..
지난 4월, 사계절 출판사에서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란 책을 보내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얼른 읽고 소감을 남기는 것이 책 선물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보답인데, 두 달 동안, 사무실 선생님들과 “민주주의와 교육”을 읽으면서 여유를 만들지 못했다. 홀가분한 마음에 뒤늦게 책을 들었다가 “민주주의와 교육”만큼 많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생각을 더하는 시간이 되었다. 게으름을 탓했다. 책 선물을 받았을 때 바로 읽고 나누었어야 했는데... 무엇보다 세월호를 추념하며 더 많은 기억을 나눌 수도 있었는데... 책의 발행일이 4.16인 것도 의미 깊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새봄이. 그런데 새봄의 슬픔은 어머니의 장례식 즈음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도 연결돼 더 큰 절망에 빠진다. 손쓸 수도 없고, 왜 ..
작년, 사계절 출판사에서 전임지로 책을 보내주셨다. 바쁘기도 했고, 전임지에 갈 일도 거의 없어, 아내를 통해 올 2월이 돼서야 책을 받았다. 하지만 3월까지도 계속 일이 끊이지 않아 책을 읽지 못했다. 역시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한다. SF소설에 어울리는 표지다. 단편 '푸른 머리카락'의 한 장면을 그렸는데 서로를 마주하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수상집이라 소설 말미에 작가의 소감, 책의 뒷부분에 작품 평이 잘 정리돼 있어 SF소설의 형상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 문학상과 관련하여 몇 년 전에 "안녕, 베타"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때의 소설들도 소설로서의 완성도, 과학적 상상력, 실현 가능성,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는데 이 책도 그렇다. 중학생 정..
16세기 양반들의 생활사를 미시적으로 들여다 본 것처럼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마치 그 당시 어느 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것처럼 실감나게 전달이 되었다. 특히 미암과 덕봉, 김인후, 허균 등 많이 알려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방굿덕, 은우어미, 옥석, 마귀석, 대공, 몽근, 치산, 유지 등 미천한 신분의 사람들까지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등장할 때마다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원문을 읽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를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풀어 쓴 정창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 에 대해 정리 1. 미암이 55세가 되는 해인 1567년 10월부터 1577년 5월까지 11년에 걸친 한문 일기 2. 11책, 일기 10책과 덕봉의 시문집 1책 3. 편찬에도 중요한 사료의 역할을 담당함. 보물 206호 4. 종가..
청각 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은 어떨까. 듣지 못하는 불편함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이 짠하게 보이지 않을까? (64) 소리를 못듣는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원래 그랬으니까. 이 상태로 이미 내게는 완전한 세상이니까. 오히려 내가 받아들이는 감각 외에 소리라는 감각이 하나 더 있고, 사람들이 그것에 의지해 살아간다는 게 내게는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언젠가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는 귀가 들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건 못 드는 게 아니라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라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특별히 안 들리는 능력이 더 있는 거니까 신비한 일이라고. 나는 축복받은 거라고. (73)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
인간 같은 로봇을 통해 '진짜배기'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1. 안녕, 베타 인간과 기계 인간=베타의 이야기이다. 인간을 대체할 수 있고, 인간을 도와주는 로봇 세상이 와도, 삶을 질을 높이는 세상을 올 것 같지 않다. ‘개구멍’이 인상적이다. 개구멍은 시스템의 허점이다. 그래서 인간적일 수 있다. 베타가 개구멍까지 공유한다면, 베타도 인간인가? 진짜배기 인간이란 무엇일까. 2. 전설의 동영상 사춘기의 좌충우돌이 당장 겪기에는 괴로워도 그 자체가 소중한 성장과정이다. 이걸 제거하면 소중한 성장과정이 사라지므로 인류의 유지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자연 상태의 불량품 1%는 통제되지 않는 유전자이다. 인류의 창조와 성장 자체가 유인원 사이의 돌연변이 즉 1.7%의 차이라는 말도 들었다. 무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