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일곱 살이 되어 버린 아버지, 야동, 몽정, 자위, 매운 맛’ 등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배치했음에도 나는 조금 싱겁게 읽었다. 이런 자극적인 인생의 양념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는 중심 줄기와 섞이면서 짜지도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삼삼한 맛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면, 일단 처절한 외로움 속에 몽정과 자위를 하는 주인공 길동, 아픈 과거를 매운 맛으로 잊으려 하는 미령,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 희우, 그리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가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마파두부와 고추조아를 가리킨다. 일곱 살짜리 지능을 가진 아버지와 재개발 보상금을 주식으로 날려버리고 도망간 형, 끊임없이 닭을 튀겨야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함께 나눈 즐거움이나 행복보다는 함께 나..
최재천 교수의 "통섭적 인생의 권유"를 읽고 든 책이 바로 "종의 기원, 자연선택의 신비를 밝히다"이다. 부끄럽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가 정말 많다. 그렇지만 가장 많이 부족한 부분이 자연과학이다. 문과를 선택하면서 기본적인 지식조차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연찮게 올해 생태와 별에 대한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우리 중2들의 추천도서를 손보면서 그리 되었다. 최재천 교수는 가급적 1차 저작물을 읽어보라고 했는데, 아직 용기가 부족해 2차 저작물부터 훑어 보았다."종의 기원, 자연선택의 신비를 밝히다"는 다윈의 "종의 기원"을 소개한 책이다. 종의 기원 원문을 해석해 놓은 것으로 종의 기원뿐만 아니라 현재의 연구 결과를 더해 다윈의 주장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당시 상황상 종의 기원이 그 ..
예상대로 암울했다.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다룬 성장소설이라니. 소설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저지른 범죄를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역순행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영화 의 타락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읽으면서 이옥수 작가의 를 떠올렸다. 폭력을 저지른 아버지와 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주인공과 은 주인공은 닮았으면서도 달랐다. 폭력에 대한 용서와 잊을 수 없는 분노! 이 작품과 이옥수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과연 폭력은 쉽게 치유되고 아물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작품을 읽다보니 의 주인공 편에 손을 들고 싶었다. 폭력은 그렇게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용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머니와 누나, 여자친구..
공부가 알파요 오메가인 대한민국에서 한국현실에 맞는 제대로 된 진로 관련 청소년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 내 바람을 알기라도 하듯 이 책이 나왔다. 의도적으로 기획된 생소한 ‘지식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전개된 성장소설의 흐름은 작가의 의도한 목적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소설 곳곳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태섭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의 왜곡된 진로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 어떤 의미도 없는 수능을 위한 공부, 과목별 성적이 주가 된 문이과의 구별, 가슴이 뛸 정도의 즐거움을 깨닫지 못한 청소년 시기,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선택한 직업 등. 이제는 진정한 진로를 고민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리 'SKY', '인 서울'..
책 표지를 보고 ‘스키 점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말하는 ‘시속 370km’는 매가 사냥을 할 때 하강 속도라고 한다. 주인공 동준이는 스트레스를 오토바이 질주로 풀어간다. 비록 동네 중국집 ‘만리장성’의 배달용 오토바이로만 속도를 느끼고 있지만 언젠간 ‘로드스타’ 같은 제대로된 바이크를 타고 속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아이다. 그렇게 돈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매잡이에 빠져 가족은 물론 집안 형편을 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어머니와 별거까지 하게 되며, 매 순간 자신이 아버지가 키우는 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며 서운해한다. 그러나 동준의 목소리에는 비관과 서운함이 가득하지는 않다. 매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자리를 매가 앗아간 것 같아 불만이기는 ..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독서경시대회 추천 도서들이 해마다 흥미롭다. 최근 작품들을 중심으로 추천되고, 내용도 기성세대의 시각보다는 청소년들의 열린 시각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자 왈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춘향이의 입장이 아닌, 방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과 이몽룡, 춘향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춘향전보다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표현도 걸쭉하다. 고전이란 참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 같다. 당시를 고증할 수도 있고, 시대를 앞서 읽어갈 수 있으며, 현재 속에서도 매번 재해석될 여지가 많다는 걸, 이 "방자 왈왈"을 읽다 보면 이해가 된다. 그렇게 새로 읽은 "방자 왈왈"은 춘향전을 지은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처럼, 작가의 의도 또한 잘 드러내고 있다. 원전 "춘향전"이 기생도 일부종사할..
참 독특한 소설이다. 주인공 에밀리앵 만큼 독특하고, 엉뚱하고, 재미있는? 결말을 보고 무척 당황(황당?)했지만,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정말, 무척 궁금하다. 에밀리앵의 아버지도 등장할 것 같고, 엄마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도 새롭게 전개될 것 같고, 특히 마르틴느 마리와의 사랑 이야기와 에밀리앵의 계속되는 아르바이트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그래서 어서 빨리 다음 책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아이들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매료시키며, 베이비시터를 거쳐 과외교사로 거듭나는 에밀리앵의 활약상은 의 귀여운 악동 아드리안 모올을 떠올리게 한다. 이름도 비슷하지 않은가? 처럼 특별한 갈등 상황이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 다방면에서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 등장하기에, 아이들..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작가의 경험이나, 1990년대 초 고등학교를 다녔던 내 경험이나, 201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나 본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마음이 뜨끔했다. 기성 세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다. 경험에서 보면, 지금까지 미래를 위해 경쟁적으로 준비한 시간 만큼 학교 교육은 망가졌다. 학급 환경 게시판을 석차로 도배했던 책속의 김만성 화백이나, 끊임없이 입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밤늦게까지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며, 밤 10시까지만 자율학습을 허용하고, 강제로 보충수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교육감을 비난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무엇이 다른가. 마음에 태풍을 품고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가난한 유년기의 성장소설은 참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 두 소설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초등 4학년 조연재와 아홉 살 백여민은 그리 나이 차이도 나지 않는다. 살아가는 시대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70년대 연재와 80년대 여민이랄까? 하지만 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옴망눈(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왠지 초롱초롱하고 총기가 있는 눈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녀의 그것은 다르다. 백여민은 치열하게 세상과 싸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마치 오빠 연후와 닮았다. 공부든 싸움이든 구슬치기든 치열하게 싸우고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린다. 물론 여민이는 오빠처럼 모범생은 아니지만-, 연재는 세상을 조용히 관찰하는 타입이고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신기종과 백여민이 싸우면서 쉽게..
외모와 관련된 말들이 부쩍 많이 생겼다. '꽃미남, 조각남'이라는 말이 있고, '짐승남, 꿀벅지, 초콜릿복근' 같은 말은 외모를 먹을 것에 빗대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루저'라는 키가 크지 않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외모에 대한 편견이 결합된 말이다. 이런 말이 생기고 유행하는 이유는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모를 중요한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자각에 의한 것도 있고, 외모를 상업적 이익과 연관지으려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이니, 앞으로도 외모와 관련되었거나 외모와 성이 결합된 말들이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외모가 신분 상승, 또는 사회 생활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록, 외모의 한계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사람들 역시 더 많아질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