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 ‘윌라’를 켜 놓고 오디오북을 듣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아직은 종이책을 읽을 때만큼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느끼지는 못한다. 요새는 오디오북으로 듣다 흥미가 생기면 종이책을 구해 읽게 된다. 이 책 “달리는 강하다”도 오디오북 청소년 분야에서 추천을 받아 들었다. 제목에서 “달려라 하니”가, 내용에서는 코로나19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주인공 ‘강하다’는 자신의 양육 문제가 주된 갈등으로 부모가 이혼하고 할머니 댁에서 엄마와 사는 삶을 선택한다. 부모님의 다툼으로 상처가 될 때에는 달리기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게 쌓여 더 빨리 잘 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65세 노인에게만 발병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정부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격리하기 위해 도시를 봉쇄한다. ‘하다..
‘훌훌’ 사전에는 미련 따위를 모두 털어 버리는 모양이라고 말한다. 그런 느낌이 짐작되는 ‘폰트’, 표지 그림에서 ‘훌훌’ 털어내고 싶은 상황이 상상된다. 그러나 결국은 ‘훌훌’ 털어낼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지지 않을까. 유리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난 엄마의 소식도 모른 채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그러나 유리와 할아버지 사이에는 최소한의 교류만 있을 뿐이다. 한집에 살지만 삶의 공간이 철절하게 분리돼 각자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유리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런 생황에서 훌훌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과 함께 나이 어린 동생 ‘연우’가 맡겨진다. 유리와 연우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다. 유리가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생에게 아동학대의 상처가 보이고, 엄마의 죽음..
색다르게 읽은 책이다. 전남공공도서관을 통해 '밀리의서재'를 3개월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부산' 관련 전자책을 두 권 정도 읽다, 요 며칠 내린 눈으로 차에 묻은 제설제를 씻으려 가는 길에 오디오북을 실행했다. 1학년들이 많이 읽었던 책 중 이 책이 오디오북으로 지원되고 있었다. 세차장 가는 길에서, 세차하는 동안, 다시 돌아오는 길에서 오디오북을 듣는데, 성우의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듣다 보니 소설의 내용이 잘 그려졌다. 그러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끊고, 전자책을 펼쳐 책을 마저 읽었다.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을 정리하기 위해 종이 책을 대출해 다시 훑었다. 이야기는 하지오와 유찬이 시점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하지오가 좀 더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제목도 그렇고. 지오는 미혼모 엄마의 ..
전국교사대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과 남산 근처에서 하루를 보냈다. 날마다 부쩍 커 있는 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조망하고 돈가스를 먹은 뒤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생각보다 일찍 용산역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기차 출발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용산역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아직은 오월이라 그늘은 제법 선선했다. 바람을 쐬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기 시작했다.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에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이 더해져 이야기는 불안 불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광주송정역까지, 집에 도착해서도 줄곧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책 속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
이 책도 모임에서 이야기 나눈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청소년문학이란 타이틀을 가진 소설이지만 청소년보다는 자녀와 갈등하거나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부모를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주인공 호정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친척들과 살면서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남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토론과도 관련이 깊다. 나는 호정이의 예민하고 소극적인 성향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함’이라는 단어를 알기도 전에 마음으로 먼저 느꼈다는 말의 울림이 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긍정적인 결말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후천적이기에 소통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모임 샘들과 이야..
책을 읽고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었다. 생각만 했을 분인데 페이스북에서는 '아이슬란드로 여행가야 하는 이유'라는 광고가 자주 노출되고 있다. 재작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스토리"를 보며 아이슬란드와 후사비크에 대해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관심이 생겨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여하튼 오로라와 고래를 보기 위해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고래와 같은 지구적이고, 오로라와 같은 우주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그곳, 자연의 힘이 큰 시공간일수록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 느낌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작가의 이전 작품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을 떠올리게 한다.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이나 글꼴 등 스..
담양공공도서관 홈페이지에는 전남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샘들이 매월 추천해 주는 책이 있다. 방학을 맞아 추천도서목록을 훑어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불편한 편의점"과 분위기가 비슷할 것 같았는데 청소년의 밝은 기운이 더해져 훨씬 따뜻한 책이었다. "불편한 편의점" 독후감에서 단어의 조합이 역설적이라는 느낌을 적었다. 편리함만을 추구할 것 같은 편의점에서 오히려 진한 사람의 냄새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 책도 그렇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는 짧은 시간에 저렴한 가격에 간단한 먹거리와 쉼터까지 제공해 주는 편의점이 삶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만의 편의점 레시피"를 이야기할 정도이니. 중3 '이루다'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나름 화목한 집에서 살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상황을 만난다..
국어교사들이 모인 단톡방에 이 책의 교사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았다. 작가의 전작 “열네 살의 인턴십”을 재미있게 읽고 그것으로 꿈, 또는 부모와의 갈등 상황을 주제로 수업했던 기억도 있어 응모했다. 운 좋게 선정되었고 9월 29일 책을 받았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끼며 즐겁게 책을 읽었고 그 소감을 나누고 싶었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제한하는 그 글자 수로 내용을 정리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 책 소감을 나누고 싶다. ‘Oh, boy’는 놀람과 감탄, 실망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어 감탄사라고 한다. 모블르방 삼 남매에게는 ‘오, 보이’를 백 번도 넘게 외칠만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아빠의 무책임한 가출, 엄마의 절망스러운 선택, 그로 인해 삼 남매는 흩어질 위기의 상황에 빠졌다. 다행히 이복형제들의..
신간도서 서가의 진한 오렌지색 책등이 눈길을 끈다. 표지의 삽화도 눈을 잡는다. 세상을 나타내는듯한 정육면체에 남녀 청소년이 다부진 표정으로 모여 있고 정육면체는 공전하는 궤도와 연결돼 있다. 정육면체의 각 면은 여러 레이어가 중첩돼 있고 있고 내부의 풍경은 고전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조화가 보인다. 남매가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며 '진정한 남매'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일까. 이야기는 시작부터 바로 문제상황을 드러낸다. 그래서 금방 이야기에 몰입하며 주인공 백유진을 따라가게 된다. 외동인 백유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친오빠 '백도진'이 등장한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친오빠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백유진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친오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실시한 유전자..
자주 이용하는 담양공공도서관에서 올해 '한 책 읽기' 청소년 추천 도서로 이 책 "순례 주택"을 선정했다. 어떤 책일까, 청소년 독서 길라잡이로 살펴볼 수밖에^^ 표지는 빨간 벽돌 담벼락 바탕에, '순, 례, 주, 택' 네 글자가 원 안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 한 자 한 잔 글꼴이 조금씩 다르다. '순례'라는 주택을 배경으로 동글동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예측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김순례 씨의 다세대 주택. 단순히 건물주의 이름 때문만이 아니라 '순례'라는 이미지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순례자(관광객이 아닌)들의 따뜻한 공동체다. 그런데 이곳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형제들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고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