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짜리 평범한(?) 소년 로랑의 이야기이다. 이젠 우리 사회에서도 보편화된 이혼 가정의 자녀로 이른 바 가정환경 조사 때 부모란에 ‘편부’로 기록될 아이가 바로 주인공 로랑이다. 이 책은 로랑이 아버지와 함께 방학을 방콕에서 함께 보내기 위해 도둑질이라는 모험(?)을 하고,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죽음까지 결심하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300쪽에 달하는 로랑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롤랑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유쾌한 소년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혼과 엄마와 아빠, 그리고 이들 부모의 새 애인들, 어찌 보면 상처받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축구에 열광하며, 아빠와 함께 복싱을 즐기고, 아빠의 새 애인을 좋아하는 아주 평범한 악동 로랑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가슴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주인공인 크리스토퍼는 한밤중에 우연히 이웃집 개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크리스토퍼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탐정노릇을 하기로 결심한다. 자폐아인 크리스토퍼는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행동을 하게 된다. 이웃집을 방문하고,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사건에 대해 긴 글을 쓰기도 한다. 점차 의혹을 풀어가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엄마는 이웃집 아저씨와 함께 다른 도시로 떠나 있으며, 진실만을 말한다고 믿었던 아빠는 개를 죽였고, 또한 자신에게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크리스토퍼는 난생 처음으로 집과 학교를 벗어나 엄마를 찾아 떠나게 되고, 어렵게 엄마를 만나지만 마음의 평화를 찾지 못한다. 크리스토퍼를 진심으로 ..
1. 눈물 쏙 빼는 이야기 이젠 나이가 들어서인지 눈물샘을 살짝만 자극해도 눈물이 나온다. 이 책을 읽는 이틀 동안, 눈물을 쥐어짜며 자식을 위해 꿈과 양심, 건강 등 모든 것을 포기하는 아버지와 병마에 시달려, 이만하면 죽어도 되지 않느냐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부자의 아픔은, 결혼과 사랑에 대해 다분히 낭만적인 엄마를 보며 더 비극적이다. 일찍 돌아가시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자지간의 정을 돈독히 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떠올리며 나를 성찰하는 시간도 되었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눈물 젖은 이 책 ‘가시고기’를 읽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특히 IMF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경제적 붕괴로 회사나 가정에서 고개숙인 우리 아버지의 모습들을 생각하며 새삼 이..
서초등 법원 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 법원과 검찰청 앞에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이 버젓이 서 있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의 속성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한 비닐하우스촌이기에 재미있는 추억이나 신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부인을 때리는 남편, 정신을 놓은 끝네 할머니, 자식을 두고 외국으로 떠난 혜미 엄마, 그래도 왕성했던 한때를 술잔 속에서 찾는 여러 아버지들, 준비물하나 챙길 수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윤제와 또래 친구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이 있겠는가. 가난에 쫓겨 서울까지 떠밀려 온 윤제는 그래도 강원도에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며 성적도 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서울에서 비참한 가정환경에 변변히 준비물 하나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 수업에 ..
"넌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죽음의 기운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죽는 세세한 이유야 다르지만 결국, 돈, 명예가 때문 아닌가. ‘돈(자)’을 ‘본’으로 하는 사회이니 체제 이전에 이미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는 ‘자’의 본’이 절대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있다고 주장하니, 돈과 명예 때문에 죽는 것은 오히려 ‘사회 정의’를 실현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현대 사회의 생명은 ‘속도’다.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하다. 모두 앞만 보고 달려야 사회가 유지된다. 조금이라도 느리면 매트릭스는 파괴되고, 기득권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기대하고 고민하는 것은 그래서 죽어야 할 이유가 ..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특히 책의 내용이 4월 주제분과에서 추천한 '봄바람'과 비교해서 읽어볼 수도 있어 그 재미를 더할 수 있으리라 본다. 책 내용에는 다분히 발칙한 내용이 많다. 가출을 부추길 수도 있고,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고민스러워하는 부모들에게 반항하는 측면도 강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어머니의 소유물로 전락하고, 형제들을 비교대상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신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는 우리들에게 정말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절실한 만큼 대상을 특별하게 한정하고 싶지 않다. 부모의 욕심에,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든 우리 중·고등학생에게 필요한 내용이며, 굳이 특별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부모의 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를 파악하느라 무려 1주일이나 헤맸던 것 같다. 다시 새마음으로 끈기 있게 읽다보니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내용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설마 이런 소녀가, 이런 가정이 있을까 또는 일본이니까 이렇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뭔가 새로운 희망이 꿈틀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스리는 이혼한 부모를 둔 아이다. 어머니는 미대 교수이며 한 번의 재혼 경험이 있고, 재혼한 남편에게서 버림받고 또 다시 자식과 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중이다. 아버지는 꽤 알려진 판화가이며 새로운 애인과 사귀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 다시 혼자 사는 중이다. 아버지인 만조씨와 어머니인 미네코는 생각의 차이로 헤어졌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스리를 사랑하며, 가스리의 성장..
이번 추석에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한 가지 생각을 했다.계속해서 어떻게 이 책을 검증할까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 않았던 터라 우리 반 학생에게 한 번 읽혀보고 그 느낌을 물어자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전부터 눈여겨 오던 ‘수지’로 바로 낙점했다. 평소 독서량이 다른 학생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고 집중력도 높기 때문에 이 책을 하루 동안에 읽히고 또 감상문까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 수요일 하루 동안 읽혔는데(그날은 우리반이 기술가정 시범수업 하는 날이라서 반전체 아이들이 바빴음에도-청소하느라, 연극준비하느라) 오후 5시까지 한 권을 거뜬히 읽어내고 감상문까지 착실히 써서 내미는 것이었다.(다른 수업시간 중에 읽은 것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수지에게 책과 관련해서 ..
* 단축키는 한글/영문 대소문자로 이용 가능하며, 티스토리 기본 도메인에서만 동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