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을 만났다. 장애아를 둔 가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평범한 핀란드 가족이다. 먼저 가족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중반을 넘길 무렵에서야 가계도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대가족이기 때문이다. 먼저 주인공인 페카.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또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랑스러운 페카.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비딱하게 어깨에 붙어있고, 눈은 개구리처럼 튀어나왔으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붙어 있어 생후 2년을 병원에서 지내야 하는 아이이다. 그리고 페카와 가족을 사랑하며,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아름다운 서정시처럼 관찰하고 서술하는 둘째 레나, 스웨덴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첫째 마티, 장난기 많은 투오모와 오스카리, 잘 웃지 않는 소니아, 막내로 태어난 ..
본문 마지막에 가면 주인공 카렌이 『소년 소녀를 위한 이혼교본』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년 소녀를 위한 이혼교본’이라,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에 딱 좋은 표현이다. 미국에서 90년대 이전에 쓰여져 실제 15-20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이혼이라는 문화적 추세는 15년 전의 미국 상황이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과 매우 흡사하다. 주인공 카렌은 우리 나이로 초등학교 6학년 즈음 부모님이 별거하고 이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범하지만 단란했던 가정이었기에 카렌은 부모님이 이혼한다는 사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부모님의 이혼 사유는 불륜도, 도박도, 폭력도 아닌 ‘성격 차이!’ 그러기에 어린 카렌은 더욱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학교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
‘다문화 가정’, ‘장애에 대한 편견’, ‘외국이 노동자 문제’, ‘교사와 학생의 관계’, ‘가족에 대한 성찰’, ‘이웃 공동체’, ‘꿈’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들을 버무려 맛있는 밥상을 차려 놓은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군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생생하고 아름답다. 먼저 주인공 완득이. 아버지는 난쟁이 춤꾼이며 피가 섞이지 않은 삼촌은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지체장애를 지니고 있고, 어머니는 베트남 여자이며 완득이를 낳고 떠나버렸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정의 반항적인 고1. 그러나 완득이는 세상에 담을 쌓고 지내지만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사이비 같은 교회에서 담임을 저주하며 신을..
책을 읽다보면 선진국과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나 실제 운영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상황과 선진국 상황은 사회 일반적인 철학과 경험의 차이가 있기에 본질적인 차이를 낳고 만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처절하게 경험적으로, 철학적으로 깨닫기 전까지는 특별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겠다는 다소 패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은 지난 2월 자투리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 MBC의 교육 다큐 “열다섯 살, 꿈의 교실”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1부 “일 년 쯤 놀아도 괜찮아”는 유럽에서는 드물게 입시학원이 성행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일랜드에서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시험과 평가가 없는..
폭력에 대해 훨씬 엄격한 서양에서도 가정 학대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가정 학대가 문제인 것은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으며 일방적이고 폭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성장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장애가 된다는 점이다. 아내를 잃은 후 좀더 엄격해진 아버지 아래 성장하면서 난독증과 심리적인 위축감으로 말까지 더듬게 된 미카엘은 이웃집 아이 '스테피'의 도움으로 외로움과 주눅에서 벗어날 힘을 얻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던 상황에서 저수지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남동생이 물에 빠져 죽자 그 책임 때문에 구박과 폭행을 당했던 유디트의 어머니는 유디트가 죽은 남동생을 닮았다고, 또 이혼녀로서 직장에서 당하는 온갖 스트레스를 딸을 학대하는 것으로 풀어간다. 다른..
몇 년 전 광주국어교사모임에서 주관한 태백산맥 문학기행에서 조정래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라 아들과 갈등을 풀어냈던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소설가에다 성장과정에서 형제까지 많았던 조정래 선생님은 아이를 하나만 낳기로 했고, 그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엄하게 길렀다고 한다. 주변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성인이 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까지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고등학생이 된 아들이 어느 날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단다. 4부를 쓰고 있는 터라 한시가 급했지만 자식이 더 소중했기에 아들과 함께 속초까지 2박 3일 여행을 갔단다. 여행하면서 잔소리..
올해 학생과 일을 맡으면서 이른 바 부적응 학생들을 집중 지도(학교에서는 선도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하게 되었다. 가출, 흡연, 절도 등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픈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하기만 했다. 이 책도 가출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가출’은 여러 각도에서 원인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정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홍길동이 집을 떠나게 된 것도 적서차별에 고민하다 울분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고, 의 히데카즈도 성적에 대한 부담, 형제간의 차별로 인한 서러움으로 인해 가출을 시도한 것이다. 이 책 속의 언니, 일제도 가출을 감행한다. 적서차별의 아픔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은 아니었지만 가족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집을 나간다. 특이한 것은 동생 에리카의 시점에서 전개가 되기 ..
수련회 덕분에 따뜻한 봄날 등나무 아래서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 수련 활동에 참여하기는 그렇고 숙제는 해야 하고, 야외 활동하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아 읽기 시작한 책을 점심 먹고 나서까지 들고 다니며 읽었다. 조만간 이 책을 빌리러 올 아이들이 여럿 있을 것 같다. 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 가끔 대견스럽지만 대체로 엉뚱한 ‘현중’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지을 웃음과, 햇빛을 삼킨 지하방에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연희의 처연한 얼굴과 연희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슬픈 선생님의 모습이 나온다.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아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민기, 현중, 연희가 꾸준히 자신의 꿈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하늘말나리’ 같다. 의 주..
아이들은 어른들의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 또래들 중심의, 또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한 사람의 고통이나 잠깐 동안의 부재에도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부모로 인한 가족의 변화(또는 해체)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야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부모의 이혼"이다. 부모의 이혼을 다룬 글들을 살펴보며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보고 자신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부모의 이혼을 중심으로 다룬 글로 다음 책을 추천한다. 1. 난 아빠도 있어요.부모의 이혼..
1. 서평 의 로버트는 어떻게 변했을까? 핑키도 죽고, 아버지도 떠난 자리에 로버트에게 남은 것은 아버지가 남긴 빚과 생계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뿐이었다. 버몬트의 아름다운 자연과 셰이커 교도의 청빈한 삶 속에서 로버트가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았지만, 삶의 고단함 속에서 힘들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로버트를 바라보는 것은 가슴 저미는 슬픔이기도 했다. 가난, 책임, 그리고 사랑(연인 베키와 시에 대한 풋냄새 나는 알싸한 사랑 이야기)! 이 세 단어 속에서 로버트는 새롭게 성장한다. 도축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사랑하는 돼지 핑키를 잃게 되는 것이 시작이었다면, 후속편에서 로버트는 충실한 일꾼 솔로몬과 데이지를 잃고, 다시 아버지가 힘겹게 빚으로 얻은 땅도 잃는다. 가난! 가난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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