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가출했다(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올해 학생과 일을 맡으면서 이른 바 부적응 학생들을 집중 지도(학교에서는 선도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하게 되었다. 가출, 흡연, 절도 등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픈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하기만 했다. 이 책도 가출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가출’은 여러 각도에서 원인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가정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홍길동이 집을 떠나게 된 것도 적서차별에 고민하다 울분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고, <내가 나인 것>의 히데카즈도 성적에 대한 부담, 형제간의 차별로 인한 서러움으로 인해 가출을 시도한 것이다. 이 책 속의 언니, 일제도 가출을 감행한다. 적서차별의 아픔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은 아니었지만 가족에 대한 불만 때문에 집을 나간다.

특이한 것은 동생 에리카의 시점에서 전개가 되기 때문에 일제가 가출하게 된 사정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세 할머니, 세 할아버지, 엄마, 아빠, 새아빠, 새아빠의 전부인, 일곱 명의 형제 자매로 이루어진 복잡한 가족들 속에서 여기 저기 옮겨다니다 엄마, 새아빠와 살게 되는 일제와 에리카. 간섭과 통제로 훈육을 할 뿐이지, 마음 깊은 대화가 없는 가정에서 일제는 바깥으로만 나돌고, 거짓말이 늘어간다. 에리카는 이런 언니에게 늘 시선을 고정시키며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한다. 결국 일제는 가출하고, 에리카는 엄마 몰래 언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에리카의 노력으로 일제는 돌아왔지만, 여전히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다. 일제의 방황은 앞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매 끼니를 챙겨 준다고 해서 엄마가 할 일을 다 한 건 아니에요. 방이 예닐곱 개나 되더라도, 집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그리고 의붓아버지가 아무것도 간섭하지 않고 그냥 있다면, 그건 친절이 아니란 말입니다.” 일제와 에리카의 진짜 친할머니의 말씀이 가슴을 울린다.

아이들보다는 부모와 교사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언니가 가출했다
국내도서
저자 :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Christine Nostlinger) / 한기상역
출판 : 우리교육 2007.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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