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을 다룬 책들에 대한 생각

아이들은 어른들의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 또래들 중심의, 또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지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한 사람의 고통이나 잠깐 동안의 부재에도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부모로 인한 가족의 변화(또는 해체)는 그야말로 아이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야 생각하기 싫은 상황이지만, 상당수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부모의 이혼"이다. 부모의 이혼을 다룬 글들을 살펴보며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보고 자신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부모의 이혼을 중심으로 다룬 글로 다음 책을 추천한다.

1. 난 아빠도 있어요.

부모의 이혼 상황을 가볍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이혼 상황 때문에 마땅히 거쳐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게 느껴진다. 또 이혼한 가정을 비정상으로 보는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있지만 주인공에게 부모의 이혼이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의 문제 상황은 이혼 후 함께 살았던 어머니의 재결합으로 인해 잔소리와 행동 제약이 많은 이모댁에서 살아야하는 데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만남이 잦지 않아 소원하고 불편한 아버지와 동거를 선택한다.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 충실해진다는 이야기이다.
어쨌든 아버지 역시 혈육이고 함께 살다보면 서로가 든든한 힘이 된다는 이야기로 간단히 정리해도 될까. 심각하지 않아서 좋지만, 우리 나라 상황과 견주어 보면 정서의 차이가 상당히 존재한다고 느낀다. 

난 아빠도 있어요 국내도서 저자 : 김라합,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Christine Nostlinger) 출판 : 우리교육 2006.07.28 상세보기

2. 일기로 쓴 카렌의 고민

카렌은 아빠와 엄마의 이혼을 받아들일 수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주 싸우는 것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예전에 단란했던 가족을 생각하면 가족이 헤어져 사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어떻게든 부모가 한 자리에 모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오빠의 가출로 부모의 갈등은 카렌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재결합의 기대는 갈수록 멀어진다.
이혼한 아버지의 아파트에서 만난 아이는 이미 부모의 이혼에 익숙하다. 아이가 소개해 준 책 "소년 소녀를 위한 이혼 교본"을 서점에서 구입하며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인다. 표지가 촌스럽고 편집이 답답한 것을 제외하면 문제 상황이 잘 드러난 글이다.

3. 소녀의 마음

부모의 이혼이 오히려 자신을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다소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가스리는 자신이 노력하는 것에 비해 자신을 성인으로 대해주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많다. 그래서 아버지와 속깊은 이야기를 자주 나누기도 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홀로서기를 좀더 일찍 했기 때문일까? 가스리는 부모를 포함한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다소 무뚝뚝하지마 속은 따뜻한 우에노하고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가스리는 성숙한다.

소녀의 마음 국내도서 저자 : 햇살과나무꾼,하이타니 겐지로 출판 : 양철북 2004.01.30 상세보기

세 편 모두 부모의 이혼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성숙한다. 다만 "난 아빠도 있어"와 "소녀의 마음"은 "이혼" 자체로 인한 혼란 보다는 현실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고, "카렌의 고민"은 혼란을 많이 겪는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정서로 보면 "일기로 쓴 카렌의 고민"이 좀더 적합할 듯 싶다. 단란하고 행복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별거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할 수 있는 한 원래대로 돌아가도록 노력해 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행복했던 추억에 허우적 거리다 자신을 버릴 수도 있고. 하지만 부모는 부모의 인생이 어느정도 있는 셈이고 서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들의 현실 아닌가 싶다.
좀 쉽게 받아들이는 것보다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 싶어 "일기로 쓴 카렌의 고민"이 아이들의 문제 상황에 좀더 적합한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