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로 쓴 카렌의 고민(주디 블룸)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가족과 갈등할 때
- 2008. 8. 21.
본문 마지막에 가면 주인공 카렌이 『소년 소녀를 위한 이혼교본』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년 소녀를 위한 이혼교본’이라,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에 딱 좋은 표현이다. 미국에서 90년대 이전에 쓰여져 실제 15-20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이혼이라는 문화적 추세는 15년 전의 미국 상황이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과 매우 흡사하다.
주인공 카렌은 우리 나이로 초등학교 6학년 즈음 부모님이 별거하고 이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범하지만 단란했던 가정이었기에 카렌은 부모님이 이혼한다는 사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부모님의 이혼 사유는 불륜도, 도박도, 폭력도 아닌 ‘성격 차이!’ 그러기에 어린 카렌은 더욱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학교생활은 점점 엉망이 되고, 집을 나간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의 만남을 피하고, 오빠인 무뚝뚝한 제프는 반항이 점점 심해지고, 어린 에미는 어리광이 늘어가고, 단짝 친구인 데비도 힘들어하는 카렌을 위로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출이나 유괴, 병에 걸리기, 결혼기념일에 카드보내기 등 부모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실행해 보지만 부모님들의 확고한 마음을 확인할 뿐이다.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정말 제목 촌스럽다. 그러기에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 책을 아이들이나 선생님, 부보님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이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이 매우 섬세하게 녹아 있다. 일기 형식은 아니지만(제목에 일기라는 단어가 들어있어서 착각할 수도 있다) 매일 힘들고, 지치고, 다시 힘을 내는 카렌의 감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하나의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결말이다. 보통 이런 소설은 주인공의 노력으로 부모님이 재결합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 책은 부모님의 이혼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담담하게 끝을 맺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이혼이 대세가 되었지만 아직도 이혼에 대한 편견은 여전해 학년초 편부, 편모 가정을 껄끄러워 하는 우리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카렌은 부모님의 이혼을 받아들이며, 어느새 부쩍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카렌을 보면서 부모님으로 가슴 아픈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의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혼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혼의 현실 앞에서 편견 없이 우리 아이들을 부모님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77) 3월 1일 화요일, 이혼은 정말 우리 집안에 뛰어 들어와 있다. 이젠 모든 게 끝장이다. 이런 게 바로 세상의 끝일까?
(221) 일단 아빠가 집안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아빠의 마음도 달라질 것이다. 엄마, 아빠가 고생을 해서 마련한 집이고, 이곳에서 우리를 낳아 길렀으며, 젊은 날의 사랑과 애정이 담겨 있으니 그 옛날이 그리워지시겠지. 더구나 엄마의 변한 모습을 보면 새로운 사랑이 싹틀지도 몰라. 처음엔 두 분이 그냥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만 서 있겠지. 그 다음엔 손을 잡고, 그리고 그 다음엔 아빠가 엄마에게 입을 맞추고, 가볍게 어깨를 감싸 안고는 지난 일을 다 떨어버리자고, 이제 다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싸우지 말자고 화해를 하실 거야.
(278) 할아버지, 용서하세요. 엄마, 아빠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 있도록, 다시 결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해봤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노력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할아버지, 제 노력으로는 결코 어떻게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할아버지! 정말 그래요. 제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에요. 그 누구의 힘으로도 안 되는 일이에요.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 > 가족과 갈등할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파스1, 2(오지원) (0) | 2008.10.23 |
---|---|
돌이 아직 새였을 때(마르야레나 렘브케) (1) | 2008.09.02 |
완득이(김려령) (0) | 2008.04.28 |
열네 살의 인턴십(마리 오드 뮈라이유) (0) | 2008.03.24 |
두 친구 이야기(안케 드브리스) (0) | 2008.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