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일기를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년 일기를 올해 내내 다시 한번 읽게 되는데, 2024년 8월 25일 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토요일 저녁 늦게 가족 영화 브레드 이발소>를 보고 헛헛한 마음에 쿠오바디스> 책을 밤늦게 뒤적거린 이야기. 그래, 그렇게 흥미진진했던 폴란드 소설도 있었는데,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는 건지 끝까지 숨바꼭질하는(그래서 정말 화가 나는) 소설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자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결단코 이건 고행에서 읽지 않았으면 절대 뚜껑도 열지 않았으리라.다 읽고 나니 ‘이런 미친!!!’이라는 분노가 절로 나온다. 심지어 해설을 통해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했는데, 오히려 첩첩산중이다. 이 소설이 나올 당시(1960년대) 젊은이들은 환호하고 기성세대는 비난이 폭주했다는데,..
인터넷 서점 서비스 중에 내가 선택한 책을 구입한 사람이 함께 구입한 책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AI와 교육’ 관련 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다 이 책이 여러 번 겹쳐 관심을 생겼다. 이번 여름 방학 때 읽은 책 중에 가장 여운이 짙었다. ‘듀얼 브레인’이란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제목 글씨 “DUAL BRAIN”에서 ‘AI’를 도드라지게 표현해 인간은 자신의 뇌(brain)와 인공지능(AI) 두 개의 뇌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 제목과 표지에서 잘 표현되었다. 본문의 글씨가 비교적 큰 편이라 읽기에 편했고 내용도 저자가 직접 AI를 활용한 결과도 포함돼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가볍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나는 누구든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
올 2월 새 학년 준비 연수 때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님을 모셔서 ‘AI 시대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께서 여러 이야기를 하시다 이 책을 추천하셨다. 자연스럽게 교사 독서 동아리에서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학교는 교사들의 시간 대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시간 대로 흘러가는 곳이라 막상 책을 가지고 이야기 나눌 때에는 절반 정도의 사람만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의 소감문에 동료들의 생각도 포함되어 있음을 먼저 밝힌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작가의 다른 책,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다루는 내용 면에서는 인류 역사의 전 과정을 살펴보며 인류의 힘의 근원이 무엇이고, 미래를 어떻게 진행될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또 ..
독서 모임에서 7월에 읽기로 한 책이다. 얼마 전 읽은 ““첫 여름, 완주”의 작가님이기도 해 반가웠다. 표지를 넘기면 작품 속 배경인 창경원 평면도가 나온다. 창경궁을 일제 때 동물원으로 만들고 창경‘원’으로 격하했다는 분노가 담긴 글을 읽기도 했는데 그것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일까 싶었다. 여하튼 대온실을 수리하면서 뭔가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며 두툼한 이야기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예상대로 대온실 수리 과정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이야기가 중심 이야기이기는 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니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일종의 상징으로 읽혔다. 서술자 영두가 대온실 수리 과정에서 여러 자료를 살펴보고, 여러 가지 부담이 있어 덮어버릴 수 있는 문제를 깊이 파고드..
제목을 보고 비슷한 책이 떠올라 이 블로그에서 '열다섯'을 검색해 보았다. *열다섯 비밀의 방(장미, 조규미, 김한아, 심은경) https://danpung.tistory.com/586*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노경실) https://danpung.tistory.com/538 이렇게 두 권이 검색되었다. “열다섯 비밀의 방”은 학폭(방관자), 히키코모리, 동성애, 주체성을 각각 다루고 있는 단편집이고, “열다섯, 문을 여는 시간”은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로 우울증에 빠진 주인공이 가족,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우울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보니 열다섯은 ‘친구와의 관계’가 큰 화두다. 이 책 “열다섯, 비밀의 온도”도 좋은 친구와의 관계 맺음으로 더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할 때, 더 큰 희망>의 언어(시)를 선택하거나 제발트의 언어를 사용하거나! 솔직히 산문 지옥에 빠지는 줄 알았다. ‘의식의 흐름’ 대로 서술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공간에 대한 묘사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본명이 아니라 낯선 ‘아우스터리츠’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갑자기 몰입의 정도가 달라졌다. 특히 아우스터리츠의 학창 시절 이야기,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된 특별호송기차 이야기를 통해 체코의 유모 베라를 만나 잃어버린 유년 시절과 부모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몰입도는 절정에 이르렀던 것 같다. 특히 표지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202쪽에서는 그야말로 전율을 느꼈던 것 같다. ‘자크 아우스터리츠, 장미 여왕의 시동’!이 책은 그..
윌라 오디오북의 추천으로 이 소설을 ‘들었다’. 오디오북이라도 참 대사가 많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고민시, 염정아, 최양락 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싶어 책 소개를 훑어보니 맞았다. 다른 등장인물도 배우들의 이름을 듣고 나서 연결 지어 보니 꽤 잘 맞았다. 심지어 출판사 대표가 연기자 ‘박정민’ 님이었다. 연기자의 선행을 자주 들어 왔지만 시각장애인의 위한 ‘오디오북’ 제작은 처음 들어보았다. 인상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최근에 종이책도 출간해 책 소감도 정리할 겸 다시 읽었다. 소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에서 보는 것처럼 배경 음악의 분위기나 장면 효과음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희곡처럼 대사도 많고. 소설과 희곡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문학이었다. 이야기는 프리랜서 성우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누나가 선물해 주었다. 작가님의 어린 시절을 담은 이야기라는데 슬픈 이야기일 것 같아 바로 펼쳐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먼저 읽은 아내가 큰아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서 같이 읽었다. 정말 눈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였다. 고흥 동강면을 배경으로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게 들렸다. ‘동강면’은 ‘고흥읍’보다 ‘벌교읍’이 더 가까운 고흥의 북단에 있는 곳으로 대학 때 농활로 인연이 있던 곳이다. 이후에는 도화에 있는 학생해양수련원이나 나로도 등 고흥읍 가는 길에 지나치기만 했다, 그러다 작년 동료들과 친목회 장소를 답사하다 망주산 자락의 맛집 ‘수문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수문을 지나 벌교로 갔는데 그때 지나치며 보았던 길가의 풍경의 동강면의 모습이었다. ‘수문식당’이 있던 ‘수문’은 여자만 간척지의 수..
작년 12.3 불법 계엄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1980년 5.18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경험 덕분이었다. 매년 5.18을 맞이하면서 5.18 정신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한다. 국어과로서 책을 통해 5.18을 만나고 현재화하는 것 역시 계속 고민한다. 자료를 찾던 중 올해 5월 14일에 발간된 5.18 엔솔러지 “다시 피는 오월”를 만났다. 이 책은 고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이 광주에서 겪은 5월 17일까지의 상황(정명섭, ‘5월 17일’),광주 인근 농촌 지역 초등학생이 겪은 5월 20일까지의 상황(임지형, ‘양치기 소년’),광주 여고생이 겪은 5월 18일(일)~5월 22일(화)까지의 상황(유이영, ‘봄날, 송곳을 쥐다’)12.3 계엄을 겪은 현재 중학생의 상황(김민성, ‘투사의 탄생’..
보통 단편집들이 유사한 경향을 띠는데 이 작품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편의 수록 기준은 따로 없는 것 같다. 단편답게 대체로 열린 결말이라 독자 입장에서는 장편처럼 생각할 게 많다. ‘수록 작품 발표 지면’을 통해 8번째 ‘무겁고 높은’이 작가의 첫 작품인 것 같다. 나도 인상적인 단편부터 느낌을 메모한다. 3. 전조등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가 밤 12시 무렵이었는데 ‘블랙박스’에 뭔가 있거나 밝혀야 할 진실이 있을 것 같아 다소 오싹했다. 무난한 남자의 무난한 사랑 이야기로 특별한 사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있지만 모임 샘들은 우리나라의 표준인으로서 주변은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살아온 주인공의 모습을 ‘전조등’으로 상징한 것 같다고 읽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