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되는 주문”과 함께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앞뒤 표지를 훑어보며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세 시간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궁금하다. 게다가 이야기를 세 명의 작가가 협업을 통해 구성했다니... 호기심과 궁금함, 색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먼저 세 시간대(2000년 7월, 2018년 10월, 2029년 8월)의 한 장면과 삽화가 나오고, 각 시간대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 표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정보가 많아 긴장감이 길어졌다(나이 탓이다). 첫 번째 2000년 7월 이야기는 세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인 ‘그곳’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중에 서로의 안전을 ..
우리 학교 1학년 부에서 이 책을 읽고 있어 뒤늦게 읽었다. 제목 때문인지 “불편한 편의점”이 떠올랐다. ‘불편한’이란 수식어가 같아서였겠지만 내용 면에서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편한 편의점”이나 “불편한 미술관” 모두 익숙함에 대한 ‘딴지’가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막을 깨야 그만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또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도 떠올랐다. “불편한 미술관”에서 이야기하는 ‘불편한’의 개념들이 이 책에도 대부분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권’에 관한 책이다. ‘인권’의 핵심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만나고 기억 남는 단어는 ‘자기결정권’이다. 자신이 선택한 방식대로 자신의 삶을 끌고 갈 수 있는 권리가 국가나 타인에 의해 제한되는 것..
무도회가 끝난 후 (레프 똘스또이 외, 박현섭, 박종소 엮고 옮김 / 창비) 러시아 문학기행에서 너무도 멀리 와버린 시점에서 창비 세계 단편집 읽기 마무리를 러시아 단편으로 매듭짓게 되었다. 수미상관, 원점회귀도 아니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 2019년, 2020년까지 2년간 러시아 장편 위주로 읽었기에 고골의 ‘외투’ 외에는 작가는 들어봤지만 작품은 처음인 경우가 많았다. ‘결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뿌슈낀! 그의 소설 ‘한 발’에서는 오랜 세월 기다린 진정한 복수와 명예 회복의 의미를, 인간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의 거장 톨스토이의 ‘무도회가 끝난 뒤’에서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그녀의 멋지고 품위있는 아버지의 야만스러운 모습(도망친 따따르 죄수를 행군하며 잔인하게 구타함)에 구토를 느끼며 허상과 다른..
포의교집, 초옥 이야기 (정공보 지음, 박희병, 정길수 교감‧역주 / 돌베개) 2019년 3월 8일 초판 1쇄 발행 은 정말 특이한 한국고전소설이다. 1866년, 19세기 중후반 무렵 나온 소설이고 여성이 주인공인데, 한문소설이다. 젊고 아름다우며 보통 남자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으며 의지 또한 강한 여성이 벼슬 없이 초라한 지방의 40대 선비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야기다. 이 여성의 가장 큰 약점은 유부녀인 데다, 신분이 미천하다(원래 신분은 종이었음, 지금은 서민의 아내)는 것. 두 사람의 사랑은 온갖 풍파를 겪다가 결국은 아름다운(?) 이별로 매듭지어진다. 작가는 정공보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그 어디에도 기록이 없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도무지 초옥(애칭은 양파)의 심리를 이해하기..
가끔 산책하러 가는 담양읍의 추성경기장에 얼마 전 음악홀이 생겼다. 이곳 전광판에는 담양에 대해 소개하는데 여기에서 'LP음악충전소'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한 번은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담양공공도서관에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시간 여유가 있어 들렀다. 담양터미널 옆 중앙로를 지나 담양읍사무소 입구에 있었다. 올 초 둘째 영어캠프에 데려다주느라 이곳을 매일 지나쳤는데 왜 몰랐을까. 하긴 삶의 반경에서 이렇게 지나치는 곳이 한두 곳일까. 1층은 '담빛 미디어홀'로 음료를 주문하는 곳이다. 대형 스크린과 소파가 여럿 배치돼 있다. 대형스크린을 활용해 프러포즈 등 작은 이벤트를 할 수 있다고 한다. 1층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LP 음악충천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계단으로 따라 2..
타이탄의 도구들: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밀 방송인 팀 패리스가 각종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성공비결들을 자신의 일상에 직접 적용해 얻은 성과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3월 배움의공동체 연구수업의 수업자였던 장은정선생님의 소개를 읽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발문하고 응답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읽어보니 책 자체가 아니라 이 책에서 수업 아이디어를 낸 장은정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는 정리하지 않았는데 문득 2학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가지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다 타이핑을 해보았다. 이곳에 옮긴 내용은 퀴즈식으로 만들어낸 인상깊은 구절들이다. 학생들에게 맞히게 하면서 방학 동안 게임으로 굳어 ..
10년 전에 나온 수필(글모음들은 작가님이 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대부분이고, 80년대, 90년대 쓰신 글도 다수임)이고, 작가는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2018년 작고하심)인데, 아직도 울림이 큰 책이다. 아, 황현산 작가님께서 더 살아계셨다면, 혼란한 이 시대에 큰어른으로 호통을 치셨을텐데. 이제서야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된 것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나와 동향이라는 점, 1945년에 태어나셨고(친아버지도 해방둥이시다), 돌아가신 날이 8월8일(둘째 생일)이라는 것 등 뭔가 묘하게 작가님과 통하는 것이 많았는데... 좋은 책 읽으면서 마음에 새기고 싶은 구절들을 여기에 옮겨본다. 타이핑을 하다 보니 어쩌면 오늘날에 필요한 말씀들인지!! 슬프고 안타깝다. *소금과 죽음 (19) 내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에 속..
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잘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잘 그렸다. 1학기 때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4명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
여러 가지 인연으로 동료 교사들과 담양에 들어와서 생활한 지 이제 스무 해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들 지금도 갈밭에서 마을 분들과 얽혀 터전을 잘 잡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만 그 사이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소재지로 나왔을 뿐. 그래도 계모임이 있어 시간 나는 대로 모이고 함께 여행도 다닌다. 매번 챙겨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지난 7월 하순이 시작될 즈음 우리 계모임의 회장 선생님(스무 해 가까이 함께 살고 있으니 선생님이 아닌 '형님'으로 불러야 하는데 나는 그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이 시원스러운 계곡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며 번개 모임을 제안했다. 선약이 있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시원스러운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다 8월의 첫날, 둘째아이를 창평도시재생센터에서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