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덕분에 당분간 대명리조트를 중심으로 여행을 다니게 될 것 같다. 이번 어린이날, 어버이날 연휴를 '진도 쏠비치'에서 보냈던 것은 그 시작이었다. 가족여행을 수학여행처럼 진행하지 않기 위해 여유 있게 일정을 짰지만 3일 내내 비가 내려 결국은 틈새를 활용한 분주한 여행이 돼 버렸다. 그래도 이 시기에 이처럼 반가운 비가 어디 있으랴. 오히려 잠시 비가 그친 동안 살짝이 만난 진도의 마을과 도로, 유적지 덕분에 다시 차분히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 마음으로 진도의 1%도 접근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행기를 남긴다. 나중에 다시 내용을 채울 것을 다짐하며. 0. 강진 석천 한정식 아버지나 어머니 모두 대가족 집안의 셋째로 태어나셔서 나는 막내 친삼촌, 외삼촌과 같이 학교를 다녔다. 심지어 어머니의..
독서토론반 '다독다독'의 올해 첫 토론을 위해 고르고 고른 책이 바로 조금은 긴 제목의 다. SF소설로 정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국 현실의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니 학생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의미를 담고 있고, 첫 책이니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을 뒤져내 이 책을 찾아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틴 스토리 킹'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회가 벌써 3회나 되었다니! 100명의 학생들이 심사자가 되어 뽑는 책이니 의미는 물론 재미는 이미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니, 토론반 학생들 중 책 읽기가 더딘 학생까지도 다 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다음 주에 함께 토론할 예정인데, 시험기간임에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면 함께 나눌..
시교육청의 중학생 추천 도서에 이 책이 있다. 중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출 겸 책을 들었다. 작년 말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 “영웅”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책의 초반부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읽을수록 서술자의 담담한 목소리 속에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음이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주석을 읽으니 작가의 의도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안중근과 이토. 치밀하게 조선과 대륙을 삼키려는 이토, 그런 이토의 행동을 멈춰 동양과 조선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토를 제거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현해야겠다는 안중근 의사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개인의 분노한 감정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정당성을 바탕에 둔 의거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
2020년 1월 전국국어교사모임 연수를 들으러 부산에 며칠 머물다 돌아오는 길에 제철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는 ‘F1963’을 들렀다. 차도 마시고 미술품도 관람하고 yes24 중고서점에 들렀다 “김상욱의 과학 공부"를 재미있게 읽고 난 뒤여서 이 책을 구입했다. 한두 번 펼쳐보기는 했는데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는데 다행히 이번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해 처음부터 쭉 읽어보았다. 이 책은 물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리는 지구가 돈다는 발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구가 돈다는 것은 사람의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이해할 수 있다. 호기심으로 출발해 관찰하고 인과관계를 찾으며 현상을 이해하는 학문이 물리인 듯싶다. 만물의 이치를 살피다 보면 인..
아내 모임 답사를 위해 일요일 아침 '평촌마을'로 향했다. 동료들과 함께 '평촌도예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든 뒤, 거기서부터 풍암정까지 '평촌반디마을 누리길'을 걸을 계획이란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걸을만한 길인지 확인 겸 걸어보기로 했다. 고서 4거리와 광주호를 지나 소쇄원 주차장에 도착하기 200여 미터 전 오른쪽으로 통하는 다리에 '평촌마을'을 소개하는 이정표가 여러 개 나타난다. '평촌도예공방'은 개울(증암천) 건너편에 있고 도로를 따라 좀 더 올라가면 '무돌길 쉼터'와 '광주시내버스 187번 종점'이 나타난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평촌반디마을 누리길'을 걷기 시작했다. 도로는 무등산 수박으로 유명한 '금곡마을'과 '분청사기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수달공원이 보인다. 반딧불이, 수달이 이곳이 ..
청소년 노동 인권을 다룬 첫 소설이라고 할까? 당시에는 이런 책이 나와서 애들 읽히기 좋다고 이야기가 돌았는데, 그때는 읽지 못하다가 수업을 하려고 보니 찾아서 읽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은 단순하고, 또 주제도 명확하다. 부모님의 사정이 힘들어지게 되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세상에 뛰어든 시은이 이야기다.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은이는 '저스트 어 모멘트'라는 된장라면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사장의 갑질과 기만으로 받아야 할 시급에 못미치는 주급을 받는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또 열심히 일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고 싶은 시은이는 속상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이어간다. 그러나 함께 일하던 정운으로부터 풋풋한 관심을 가지게 되..
올해 처음으로 2015개정 교육과정 중 3학년을 맡게 되었다. 수업도 평가도 새로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1학기 1권 읽기를 어떤 책으로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방향은 1학기는 청소년 노동인권 혹은 진로, 2학기는 고전읽기를 정했지만 좋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제도 잘 맞아야 하고, 수준도 맞아야 하는데, 주제를 다루는 것이 가볍거나 협소한 문제들이 많았고, 2학기 고전읽기는 수준에 맞을지가 고민이었다. 어쨌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학기에 학생들에게 읽힐 책들을 읽었는데, , , 마지막으로 을 읽었다. 그 중 을 가장 먼저 정리해 본다. 세 가지 책 중 어찌 보면 가장 지루할 수 있겠으나, 노동의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2월 국어교사모임 수업디자인 연수에서 소개받은 책이다. '출산율 급감'에 대한 7가지 시각을 다룬 책으로, 동일한 화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연결시켜 수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니 수업 자료로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율 급감'에 대한 7가지 시각은 '인구학, 진화학, 동물학, 행복심리학, 임상심리학, 빅데이터, 역사학'을 토대로 한 해석들이다. 읽고 나니 결론은 결국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솔직히 허무했지만,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을 단순히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라는 쪽으로 몰아붙이는 편협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있게 해준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두 곳 정도 옮겨 보자면, (107) (임..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_창비 세계문학 단편(중국) (이옥연 엮고 옮김, 창비) 미국, 유럽(영국, 독일, 프랑스), 아메리카 포함 스페인어권을 돌아 아시아 중국에 도착했다. 그동안의 단편들과 다르게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중국어권 작품들은 눈에 익은 듯이 잘 읽혔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어둡고 우울하고(고향, 타락, 노예의 마음, 린 씨네 가게, 초승달), 역사 혹은 현실 속에 타락해 간 인물들(아큐, 타락, 초승달)이 등장한다는 것! 아시아의 근대사는 침략과 수탈의 어두운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에 재기 발랄한 소설을 기대하는 것은 억지 같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내 마음을 꿰뚤어 보기라도 하듯이 ‘해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294) 중국 근대문학은 발랄하기보다 무겁고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