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의교집, 초옥 이야기 (정공보 지음, 박희병, 정길수 교감‧역주 / 돌베개) 2019년 3월 8일 초판 1쇄 발행 은 정말 특이한 한국고전소설이다. 1866년, 19세기 중후반 무렵 나온 소설이고 여성이 주인공인데, 한문소설이다. 젊고 아름다우며 보통 남자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으며 의지 또한 강한 여성이 벼슬 없이 초라한 지방의 40대 선비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야기다. 이 여성의 가장 큰 약점은 유부녀인 데다, 신분이 미천하다(원래 신분은 종이었음, 지금은 서민의 아내)는 것. 두 사람의 사랑은 온갖 풍파를 겪다가 결국은 아름다운(?) 이별로 매듭지어진다. 작가는 정공보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그 어디에도 기록이 없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도무지 초옥(애칭은 양파)의 심리를 이해하기..
가끔 산책하러 가는 담양읍의 추성경기장에 얼마 전 음악홀이 생겼다. 이곳 전광판에는 담양에 대해 소개하는데 여기에서 'LP음악충전소'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한 번은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담양공공도서관에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시간 여유가 있어 들렀다. 담양터미널 옆 중앙로를 지나 담양읍사무소 입구에 있었다. 올 초 둘째 영어캠프에 데려다주느라 이곳을 매일 지나쳤는데 왜 몰랐을까. 하긴 삶의 반경에서 이렇게 지나치는 곳이 한두 곳일까. 1층은 '담빛 미디어홀'로 음료를 주문하는 곳이다. 대형 스크린과 소파가 여럿 배치돼 있다. 대형스크린을 활용해 프러포즈 등 작은 이벤트를 할 수 있다고 한다. 1층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LP 음악충천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계단으로 따라 2..
타이탄의 도구들: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밀 방송인 팀 패리스가 각종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성공비결들을 자신의 일상에 직접 적용해 얻은 성과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3월 배움의공동체 연구수업의 수업자였던 장은정선생님의 소개를 읽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발문하고 응답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읽어보니 책 자체가 아니라 이 책에서 수업 아이디어를 낸 장은정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는 정리하지 않았는데 문득 2학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 책을 가지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다 타이핑을 해보았다. 이곳에 옮긴 내용은 퀴즈식으로 만들어낸 인상깊은 구절들이다. 학생들에게 맞히게 하면서 방학 동안 게임으로 굳어 ..
10년 전에 나온 수필(글모음들은 작가님이 신문에 기고한 칼럼이 대부분이고, 80년대, 90년대 쓰신 글도 다수임)이고, 작가는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2018년 작고하심)인데, 아직도 울림이 큰 책이다. 아, 황현산 작가님께서 더 살아계셨다면, 혼란한 이 시대에 큰어른으로 호통을 치셨을텐데. 이제서야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된 것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나와 동향이라는 점, 1945년에 태어나셨고(친아버지도 해방둥이시다), 돌아가신 날이 8월8일(둘째 생일)이라는 것 등 뭔가 묘하게 작가님과 통하는 것이 많았는데... 좋은 책 읽으면서 마음에 새기고 싶은 구절들을 여기에 옮겨본다. 타이핑을 하다 보니 어쩌면 오늘날에 필요한 말씀들인지!! 슬프고 안타깝다. *소금과 죽음 (19) 내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에 속..
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잘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잘 그렸다. 1학기 때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4명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
여러 가지 인연으로 동료 교사들과 담양에 들어와서 생활한 지 이제 스무 해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들 지금도 갈밭에서 마을 분들과 얽혀 터전을 잘 잡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만 그 사이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소재지로 나왔을 뿐. 그래도 계모임이 있어 시간 나는 대로 모이고 함께 여행도 다닌다. 매번 챙겨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지난 7월 하순이 시작될 즈음 우리 계모임의 회장 선생님(스무 해 가까이 함께 살고 있으니 선생님이 아닌 '형님'으로 불러야 하는데 나는 그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이 시원스러운 계곡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며 번개 모임을 제안했다. 선약이 있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시원스러운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다 8월의 첫날, 둘째아이를 창평도시재생센터에서 진행..
노산공원은 삼천포용궁수산시장 동편에 조성된 공원이다. 한의 시인, 박재삼문학관이 있는 곳으로 공원 자체로도 조망이 좋은 곳이다. 작년 답사 왔을 때, 또 실제 문화기행을 왔을 때에는 시간에 쫓겨 노산공원을 차분히 둘러볼 수 없어서 이번 답사 때 꼭 둘러보고 싶었다. 위의 지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노산공원 주변은 매립을 통해 개발되었다고 한다. 노산공원은 과거에 밀물 때에는 섬이었다가 썰물 때에는 징검다리로 연결돼 있었는데, 노산공원의 서당('호연재-현재 박재삼문학관 바로 옆에 위치)을 오가던 학생들이 징검다리를 '노다리'라고 불렀고 그래서 이 산을 '노다리산', '노산'으로 불러 '노산공원'이 되었다는 말과 호연재의 팔문장 중에 '노'라는 호가 있어 '노산'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여하튼 1957년 ..
1. 대방진 굴항 '사천 해전'은 거북선이 최초로 활용된 전투였다고 한다. 그래서 노산공원에도, 이곳 대방진 굴항에도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다. 자료를 찾다 보면 임진왜란 때 이곳에 전선을 숨기기도 했다고 하는데, 안내문에 따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왜구의 노략질을 막으려고 고려 시대 때 설치한 군항이며, 순조 때 지금과 같이 활처럼 굽은 모양의 굴항 '대방선진'을 설치했다고 한다. 지금 볼 수 있는 시설은 현대에 복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과거 군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노산공원과 2.5km 정도,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는 1km 정도 떨어져 있어 들르기가 애매하다. 다만 버스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있다. 올해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굴항 내부는 각종 부유물이 많아 지저분해 보였다. ..
작년 여름 가족 여행을 경남 남해로 계획하면서 사천시도 함께 살펴보았다. 매번 여행을 준비하며 '여유'를 떠올리지만 낯선 지역에서 만나는 새로움과 지역에 대한 궁금함으로 자꾸 움직이게 된다. 남해 독일마을을 거점으로 일정을 짜보다, 영화 "한산" 개봉에 맞춰 사천까지 활동을 넓히게 되었다. 바다가 보이는 극장에서 보는 "한산"의 맛을 또 다르지 않을까. 그러면서 용궁수산시장까지 옛 삼천포 지역을 살짝 맛보고 왔다. 그런데 인연이란 참 묘해서, 교육복지사 샘 주도로 진행된 학부모, 학생 문화기행 장소를 찾다 사천을 한 번 더 가보게 되었다. 작년 10월 12일에 답사를 한 번 다녀오고, 이어 10월 29일에 실제 문화기행까지 한 해에 3번 사천을 다녀왔다. 그리고 마침 격년제로 진행하는 우리 모임(광주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