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한재골 수목정원의 여름(2023.8.1.)

여러 가지 인연으로 동료 교사들과 담양에 들어와서 생활한 지 이제 스무 해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들 지금도 갈밭에서 마을 분들과 얽혀 터전을 잘 잡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만 그 사이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소재지로 나왔을 뿐. 그래도 계모임이 있어 시간 나는 대로 모이고 함께 여행도 다닌다. 매번 챙겨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지난 7월 하순이 시작될 즈음 우리 계모임의 회장 선생님(스무 해 가까이 함께 살고 있으니 선생님이 아닌  '형님'으로 불러야 하는데 나는 그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이 시원스러운 계곡 사진을 단톡방에 올리며 번개 모임을 제안했다. 선약이 있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시원스러운 사진이 인상적이어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회장님이 보내준 사진의 일부. 시원스럽다.

 
그러다 8월의 첫날, 둘째아이를 창평도시재생센터에서 진행하는 드론축구 프로그램에 데려다주고 프로그램이 끝나기
까지 2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 이곳 '한재골 수목정원'이 생각나 이동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창평나들목에서 담양 JC를 거쳐 북광주나들목에서 한재골로 가는 길을 추천해 주었다. 한 30분 정도 이동하니, 목적지가 나와 비슷해 보이는 차들이 여럿 보였다. 나란히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한재골 수목정원'.
참으로 오랜만에 한재골을 찾았다. 한재골은 계곡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대덕면에서 보면 장성과 경계인 북쪽이라 심리적인 거리가 먼 곳이라 잘 가지 않게 된다. 정확히 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순창 강천사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멀지 않았다. 아마 방학날 학교 친목회에서 한재골 근처 '남도마실'에서 회식이 있어 이곳을 한 번 왔던 경험이 거리를 확 낮춘 것도 있겠다. 여하튼 오랜만에 찾은 한재골은 깊은 골짜기에 계곡이 잘 형성돼 있었다.
'한재골'은 '크다'는 의미의 '한'과 고개를 의미하는 '재' 그리고 '골'짜기의 순 우리말일 것이다. 이를 한자로 옮기면 '대치곡' 정도 될 것이고. 대치가 있는 동네를 '대전면'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대치, 대전의 관계가 눈에 보인다. 큰 산, 큰 계곡 앞에 펼쳐진 넓은 들판의 시작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 입구로 갔다. '수목공원' 종합안내도가 보인다. '수목'에 대한 안내가 잘돼 있으나 날씨 탓인지 나무는 보이지 않고 계곡만 보였다^^. 담양군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군민은 무료다. 죽녹원 이후로 새삼 군민임을 느낀다. 주차는 3시간까지 무료.
 

 
공원의 초입에는 운동기구와 정자, 그 사이로 시메트로 포장된 길이 보인다. 평일 10시 30분 정도의 시각인데도 캠핑용품과 음식을 실은 사람들이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냥 산책 온 나도 마음이 급해졌다. 계곡을 따라 평평하고 그늘진 곳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고, 계곡물이 제법 고인 곳에서는 아이들도 제법 고여 있다.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풍경. 오른쪽 정자에는 벌써 정자에 모기장을 친 가족도 있다.
숲길을 따라 왼편으로 계곡이 형성돼 있고, 곳곳에 적당한 곳을 찾아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늘과 계곡물의 영향으로 제법 시원한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4거리 다리를 만난다. 여기에 튜브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잔디광장 사이로 난 산책로와 계곡을 따라 굽이친 산책로가 나타난다. 어디로든 관리사무소처럼 보이는 곳과 화장실을 만난다. 
 

 
선배 선생님이 올린 사진은 7월 19일 즈음 장대비가 내린 뒤라 수량이 풍부했던 날이었고 내가 갔던 날은 수량이 적어 개울물에 가까운 정도였다. 두 번째 다리를 지나서도 직진하기보다는 계곡을 따라 메타세쿼이어 숲길을 걸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계곡에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직사광경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은 제법 물이 고여 있는 계곡이 적잖게 있었다. 조용한 계곡을 찾는다면 여기가 딱이다.

두 번째 다리. 여름철 다리 밑은 항상 정답이다.(왼쪽) 다리 지나기 전 잔디광장2. 냇가를 따라 피서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두 번째 다리를 건너 만난 계곡.
물이 제법 고여 있는 소도 여러 곳 있다. 입구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거리가 있어서인지 여기서부터는 한가한 편이다

 

여기서 좀더 길을 따라 걸으면 폭포수를 만난다. 오르고 나서 보니 '사방댐'이다. 사방댐은 폭우로 계곡에 큰 물이 흐를 때 흙과 나무 등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의 사방댐은 삼중으로 형성돼 있었다. 사방댐 인근의 정자에는 위험을 살피는 직원도 배치돼 있었다.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폭로를 보며 피서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싶지만 깊은 곳이다. 

 

사방댐을 오르며 본 모습
사방댐 둑에서 계곡을 바라보며 본 풍경.

 

사방댐 위로는 한재골 옛길이 이어져 있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여기서부터 뙤약볕 아래 그늘이 없어 더이상 가지 못하고 왼편에 조성되고 있는 '숲속 도서관'과 유아숲체험원의 모습만 공원에서 보았다. 볕이 따갑기보다 따뜻해지는 계절에 와서 한재골 옛길이나 불태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어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계절이 있어 좋은 점은 찾을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지 않을까.

 

 

사방댐이 있는 곳까지 왕복 40분 정도 걸었다. 담양군에서 적절히 개입해 계곡을 보전하면서도 계곡을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계곡이 중심이 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물길'(계)과 '산길'(곡)이 잘 어우러진 쉼터가 될 것 같다. 나 역시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임을 체험했으니 지역민으로서 자주 들러봐야 할 곳으로 찜해 두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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