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모임에서 이야기 나눈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청소년문학이란 타이틀을 가진 소설이지만 청소년보다는 자녀와 갈등하거나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부모를 위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주인공 호정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이 타고난 것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친척들과 살면서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남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토론과도 관련이 깊다. 나는 호정이의 예민하고 소극적인 성향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함’이라는 단어를 알기도 전에 마음으로 먼저 느꼈다는 말의 울림이 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긍정적인 결말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했다. 후천적이기에 소통을 통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모임 샘들과 이야..
페이스북에 “청소년 마음 시툰” 서평단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가 시툰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4월 초에 책 3권을 받고, 중순에 간단히 설문에 참여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활동은 마무리됐다. 지금은 책을 읽고 나서 한 달이 지났으니 좋거나 싫거나 분명한 감정만 남은 셈이 되었다. 그 사이 이 책은 초등교사 2명, 중등교사 1명, 중학생 여학생 1명, 인문계고 여학생 1명, 특성화고 남학생 1명 이렇게 6명과 돌려 읽었다. 평가가 좋았다. 내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웹툰은 중딩의 진로 고민, 친구와의 갈등, 첫사랑의 아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잘 담았다. 거기에 천상계 동물 ‘해태’가 문학적인 시험을 통과해야 천상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문학 작품을 바라보는 안내도 해 준다. 나름..
청각 장애인이 느끼는 세상은 어떨까. 듣지 못하는 불편함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이 짠하게 보이지 않을까? (64) 소리를 못듣는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원래 그랬으니까. 이 상태로 이미 내게는 완전한 세상이니까. 오히려 내가 받아들이는 감각 외에 소리라는 감각이 하나 더 있고, 사람들이 그것에 의지해 살아간다는 게 내게는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언젠가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는 귀가 들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그건 못 드는 게 아니라 안 들리는 능력이 있는 거라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특별히 안 들리는 능력이 더 있는 거니까 신비한 일이라고. 나는 축복받은 거라고. (73)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
한 편의 버디무비 같았다. 발달장애를 지닌 간타와 요지를 보며, 영화 의 자폐증을 앓던 형 더스틴 호프만과 동생 톰 크루즈를 떠올렸다.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진한 우정으로 뭉친 두 친구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는 경쾌하면서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오랜만에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다.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해서,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시절, 그리고 사업의 성공과 실패까지, 성장소설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호흡이 긴 편이었다. 마지막엔 왠지 산으로 가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책을 다 덮고 나서 다시 한 번 인상 깊은 구절을 정리하고 나니 성장소설의 새로운 세계를 엿본 듯 신선했다. 유년기, 청소년기를 지나면 성장은 멈출 것이라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깨졌다고나 할까? 지난한 중․고등학교를 ..
연말연시를 병원에서 보내게 되리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넌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라는 책으로 2011년을 열었다. ‘친구와 적에 대한 16편의 이야기’, 또는 미국의 일선 고등학교, 대학교 교사들이 필독서로 꼽는다는 등의 홍보문구가 무척 끌렸다. 각 작품마다 깊이와 감동의 편차가 컸지만, 16편이라는 작품 수만큼 느낌도 다르고, 감동도 달랐다. 원어로 읽었다면 좀 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특히, [이럴 수가-민들레 와인-중에서]는 배경과 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지는데, 영어로 읽으면 문장이 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몰입하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그래서 첫 작품부터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뒤로 갈수록 매력적인 작품들이 ..
(11)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책을 펼치면 위 구절이 눈에 와 박힌다. (번역이 어색하기도 해서) 1318, 젊음 그 하나만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시절이다. 누가 말해준다 한들 그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테지만 책속의 그들은 팔팔한 돌고래처럼 같이 수영하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그 아름다운 시절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의 김준희처럼 그저 무기력하하고 막연하게 또는 불안하게 미래를 그릴 뿐이다..
버지니아 대학의 무차별적인 학살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범인이 8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으로 밝혀지고, 세탁소를 경영하며 자식을 뒷바라지했던 부모들마저 자살했다는 소식에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범인은 평소에 말이 없고, 부자와 떠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감정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신이 내게 왔다"는 평범해 보였지만 ‘길 위의 악마’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소년, 세상을 만나다"의 다카얀이 떠오르는 이야기다. 다카얀과 같은 중학생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화'와 '충동'적인 모습을 ‘신’을 등장시켜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에게 권하는 성장 소설 중에 ‘어느 날~’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둘 있다. 생각해 보면 ‘어느 날’ 만큼 아이들의 상황을 적절하게 말해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