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지였던 용봉중 교육복지사 선생님을 통해, 지역신문 활용교육 지원 사업으로 광주일보를 매일 30부씩 받아보게 되었다. 2월 새 학년 준비기 전에 알았다면 신문을 활용해 여러 가지 교육활동을 논의했을 법도 한데, 4월부터 지원을 받게 돼 학교 교육활동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사업을 가져온 사람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매일 학년실과 도서실로 신문을 배달했다. 동아리 활동에서는 신문을 읽고 피라미드 토론 방식으로 중학교 2학년의 시선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를 골라보거나, 국어수업 때에는 5분독서를 할 때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았거나 책을 다 읽은 학생들에게는 신문을 읽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신문을 읽을 기회를 넓히려고 했다. 그런 고민이 연결 돼 2학기에 역사신문만들기 지원 사업의 대상이 되었다. 광주..
봄날은 봄날이다. 아무리 맵찬 바람이 불어도 꽃들은 기어이 피어나고, 연둣빛 새싹은 빈틈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찾아오니 학교는 봄 그 자체다. 3월 2일 전교생이 등교하던 날의 가슴 벅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월도 3주를 보냈다. 교실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 모습도, 마스크 쓰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습도, 급식실에서 말없이 한 방향만 보고 식사를 하는 장면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수업을 하는 것은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오전 8시 전부터 등교 발열체크를 시작으로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학년별로 나뉜 3번의 점심시간 동안 2차 발열체크며 식사 준비, 급식실 거리두기, 소독 등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모든 시간, 모든 ..
개인적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끔찍한 변화는 ‘만남’, ‘대화’, ‘이동’에 대한 잠재적인 공포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친구나 친척, 이웃과의 만남 혹은 대화는 극도로 축소되었고, 가정과 직장 외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제 큰마음을 먹어야 가능한 삶이 되었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대한 재난 문자를 받을 때마다 이동 동선이 너무 많으면 걱정보다 비난이 앞서는 부정적인 습관이 생겨 버렸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도 너무 크게 떠들거나, 복도에 나와 여러 친구들과 가까이 대화를 나누면 제지하거나 분산하도록 지도할 뿐이다. 특별실 이동도 수업 전후 방역과 소독이라는 꼼꼼한 과정을 거쳐야만 실시할 수 있는 특별한 수업이 돼 버렸다. 학교 정문을 지나 교실에 도착하면 화장실 갈 ..
*2010년 10월 13일 6시부터 8시 30분까지, 북구 문화의 집에서 *국공립동부지회에서 주관한 장휘국 교육감 당선자와 만남의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요새 여러 활동이 겹쳐 시간과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여러 선생님들께 충분히 안내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만남의 자리 분위기라도 알려드릴 겸해서 어제 이야기를 스케치해 보았습니다. 어제 자리에는 60여 분의 선생님이 참석했습니다. 분회별로 4~5분씩, 지산중과 문화중은 교장 선생님이, 무등중과 문화중은 교감 선생님이 오시기도 했습니다. 좌석을 100개 준비해 절반이 비었는데요, 우리 교사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사는 교사노래패 “점심시간”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남 선생님 두 분과 정성화 선생..
지난 9월 ‘동부교육청’이 ‘동부교육지원청’으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기존의 관리·감독 기능에서 교육주체들의 교육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요, 교육현장에서 교육정보부장을 맡고 있는 저에겐 ‘관리과’에서 ‘학교운영지원과’로 이름만 바뀐 공문들이 여전히 전달되고 있어,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름, 이름값’ 참 중요합니다. ‘막개발’을 ‘난개발’로, ‘사(私)영화’를 ‘민(民)영화’로, ‘조류독감’을 ‘AI’로 부르는 것은 어려운 한자어나 영어로 이름값을 알아보기 어렵게 하려는 것이고, ‘NEIS’를 ‘나이스’로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살리기’라 이름하는 것도 어감이 좋은 말로 민중들의 눈을 가리려는 술책이라 오해할만 합니다. 학교에도 이름값 못하는 ‘이름’이..
집이 시골이다 보니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어제 "방학을 교육적 연수보다 실질적 휴가로 인식(연합뉴스 2010.08.31)"이라는 기사를 보고 순간 울컥했습니다.대학 연구 교수의 보고서였는데요, 학기 중 업무 부담을 먼저 줄여야한다고는 했지만 기사의 초점은 방학을 연수기간이 아닌 휴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방학이라도 쉬지 않으면 우리 교사들의 마음은 황폐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방학,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는 학생부장하며 특별교육이수기관으로 활용했던 ‘금란교실’에서 학생 인권, 청소년의 심리, 성격 검사, 직업적성 검사를 해 보며, 제 자신과 아이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북경에서 열하와 내몽골로 이어지는 "열하일기" 문..
그토록 바라던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에도 교육 현실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여전히 동의할 수 없는 이유로 조합원을 징계하고 있고,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있으며, 2009 개정교육과정도 진행중이다.하지만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혁신 학교’가 여러 학교에서 시작되고 널리 퍼질 것이기에 학교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높아져 가고 있다. 혁신 학교에 대한 연수와 세미나가 꾸준히 마련되고, 분회 총회 자리에서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혁신 학교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나 혁신 학교에 대한 상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 재정적 지원이 대폭 이루어지더라도, 교사의 헌신을 바탕으로 성패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머뭇거려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목 안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
우리 지회는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분회장 회의를 한다. 분회장 회의에서는 교육 정세에 대한 이야기, 그에 대한 전교조의 대응에 대한 토론과 함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학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번 분회장 회의 내용 중에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보통 학교에서 5월은 바쁜 3~4월을 보낸 뒤 한숨 돌리는 시기다. 그런데 올해는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잡무 등으로 정신이 없다. 다른 학교도 그렇겠지만 보통 조합원 교사들이 동료 교사와 관리자, 학생과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감정을 상처를 받게 된다. 우리 학교만 해도 부장교사의 70% 이상이 전교조 교사다. 부장교사들은 부장회의에서 업무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
지난 주 금요일이 고비였다. 학기 초를 빗댈 때 많이 쓰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을 했다. 그래도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파머 교수의 를 읽으며, 교단에서 좀더 당당하게 설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한계에 이른 날이 지난 주 금요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개학한 후 보낸 2주일의 하루하루가, 일 년에 버금갈 만큼 힘들었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것과 학교에서 일하는 내내 반복될 것 같아 절망스러웠다. 가르칠 여유가 없다! 기록할 시간도 없고 피곤하다. 하지만 말로라도 풀지 않으면 답답해서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일단은 풀자. 대안은 차차 생각해 보자. 오랜만에 담임을 맡으면서 개학 후 아이들과 보낸 시간을 '교단 일기'란 이름으로 꾸준히 남..
선생님께. 둥그런 보름달이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는 가을날입니다. 추석 연휴 동안 옷장 속에 접어두었던 가을 옷을 꺼내 놓은 터라, 요 며칠 출근길이 가볍습니다. 어린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참 죄송스럽지만 작은 부분에 흔들리고 휘둘리는 것이 삶인 것 같습니다. 선선한 가을 공기를 마시다 선생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맡은 일이 학생부장이라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 때문에 생각이 많습니다. 이름이란 게 참 중요해서, '생활지도부'라고 할 때와 '학생자치부' 또는 '학생복지부'라고 말할 때는 맡은 일에 대한 생각과 방향, 행동도 달라집니다. 물론 용어가 혼재되는 만큼 제 역할도 과도기고 개별적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학교폭력 문제로 아이들과 씨름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