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쪽이 넘는 SF 대작.1961년 천재 폴란드 작가가 쓰고, 작가 생전에 영화도 3번이나 만들어졌다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이토록 엄청난 작품임에도, 물음표만 가득 남기고, 줄거리를 요약하면 100쪽이 살짝 넘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다 더 적은 양이 되는 솔라리스>! 이번 10월 고행 읽을 책인데, 함께 이야기 나무면서 궁금한 점들을 풀어가고 싶다. 1. 왜 행성 이름이 솔라리스? 태양이 두 개인 것과 연관? (*‘솔라리’는 태양, *‘스’는 복수의 의미) 2. 하나의 생명체, 유기체인 두뇌로 이루어졌다는 설정이 상징하는 것? (성장하는 불완전한 모습의 미지의 존재, 신적인 상징일 수도 있고, 단순히 우리 주변의 타인 혹은 이웃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3. 지구에서 온 우주인들(스나우..
올해 첫 독서는 김탁환의 사랑과 혁명> 1권이었다. 역사 소설가로서 필력이 입증된 작가이시기도 하고 담양 바로 옆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사건(1827년 정해박해)을 다루고 있다니 꼭 읽어야 할 것 같아, 600쪽이 넘는 분량을 1월 내내 읽어 나갔다. 주인공 들녘이 옹기 굽는 마을 처녀 아가다를 만나 옹기를 굽고 천주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만나는 과정이 천천히 굽이치는 섬진강처럼 펼쳐졌다.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 아름답고 순한 들녘과 아가다가 맞이할 운명이 너무 가혹할 것 같아 올해 안에는 꼭 읽어야지 하며 2~3권은 그냥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쿠오바디스>를 만나게 되었다. 폴란드 작가 작품을 찾으며 언젠가는 꼭 읽을 운명이었던 시엔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 ..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책이다.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신이고, 스탈린 사후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 국가들을 방문하며 쓴 기행문 형식의 글이다. 남미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과거 동유럽의 모습이라니!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유럽을 보며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울 하나를 얻은 느낌이었다.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이념에 의해 단일하게 교육 받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길은 놀라우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가득하다. 특히 내년 여행하게 될 폴란드와 체코에 대해 작가가 다른 국가에 비해 긍정적으로 서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상 깊은 구절>9 '철의 장막'은 장막도 아니고 철로 돼 있지도 않다. 그것은 빨간색과 흰색으로 칠한 나무 방책인데, 꼭 이발소 간판 같다. -두 눈..
세계 단편 읽기로 시작한 여정이 미국의 샬럿 퍼킨스 길먼, 영국의 도리스 레싱을 거쳐 이사벨 아옌데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스페인과 칠레 두 나라를 동시에 만나게 되면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행복한 독서가 되었다. 예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스페인 내전의 참혹함을 일부나마 간접 경험하게 되었고, 칠레로 망명해 힘겹게 살아간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도 절절하게 다가왔다. 솔직히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스페인 내전과 칠레 망명, 칠레의 민주화 역사는 머나먼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내전에 마음 아파하고,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다시 칠레로, 칠레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스페인 망명자들의 지난한 삶을 응원하게 만든 건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주인공 빅토르와 가족들, 사..
오랜만에 600쪽이 넘는 책을 손에 쥐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익히 들어보고 아동용 문고본으로 몇 번이나 읽은 적이 있는 그 허클베리의 이야기였기에 소설의 두께가 만만치 않았지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소설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인디언 조와 얽힌 동굴의 황금을 얻은 후()에 펼쳐지는 허클베리 핀과 짐의 로드 스토리(무비)? 언뜻 떠오르는 ‘그린북’이나 ‘맨 인 블랙’(요건 좀 아닌가?)의 원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혹은 어릴 적 감명 깊게 봤던 드라마 외팔이 범인을 쫓는 ‘도망자’ 시리즈 느낌도 나고.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다. 둘 다 각자의 사연을 숨기고, 도망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미시시피 강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뚜렷한 줄거리는 없지만 그곳에서 ..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은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기억에 남는 선명한 작품들을 알게 되었다. 영화 이 연상되는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라든가, 흡혈귀 관련 영화나 소설과 연관 있어 보이는 ‘리지아’, 요즘 공포영화(와 같은)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윌리엄 윌슨’, 밀폐된 공간에서 극한의 공포를 체험하게 하는 ‘구덩이의 추’,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을 연상하게 하는 ‘붉은 죽음의 가면극’, 또한 홈즈 이전 추리의 시조새같은 캐릭터 ‘오거스트 뒤팽’의 등장까지! 마치 버라어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독서였다. 솔직히 지금 오락영화, 특히 공포나 괴기 영화의 영감의 원천은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들이 아니었을까? -인상 깊은 구절- **인상 깊..
모임에서 6월에 읽고 나누기로 한 책인데, 업무로 시간을 낼 수 없었고, 두께에 부담을 느껴 펼치지 못했다. 마음의 방학 숙제로 이제야 읽어보니, 이야기의 상황을 짐작하는 재미에, 인간이란, 또 클라라, 조시, 릭 등 인물들의 미래가 궁금해 재미있게 읽었다. 먼저 표지가 눈에 띈다. 양장본의 겉표지는 빨간색 바탕에 샘물체 계통의 각진 폰트가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제목과 이야기의 내용을 짐작하게 해 준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양장 표지는 제목보다 작가의 이름이 더 강조되고 있어 작가의 지명도가 느껴진다. 표지를 넘기면 창문으로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이 슬라이드처럼 펼쳐져 있다. 시작과 끝을 나타내듯. 이야기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AF(artificial friend)인 ‘클라라’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쉽게 읽어갈 줄 알았는데, 파르티잔에 끌려간 대목에서 무척이나 어렵고 지루하게 겨우겨우 읽어 나갔다. 지금 돌아보니, 지바고에게도 가장 의미 없고 힘들고 잔인한 시절이었기에 표현된 언어들도 어렵고 힘들게 작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지바고가 살아간 시대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도. 전쟁과 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의사로서 혁명의 중심에서 벗어나 겨우겨우 피해 가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소시민 지바고. 또 심지어 불륜까지 저지르는 지바고는 정말 손가락질 당할 만한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지바고가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하는 나는 도대체 뭐지? 그럼 코로나19라는 상상도 할 수 ..
는 개인적으로 소소한 인연이 있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중학생 시절 영화음악을 즐겨듣던 중 ‘라라의 테마’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는 못 보더라도 책은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중앙여중 도서관 문을 처음으로 두드렸는데, 이 책은 대출이 되지 않는다며 당시 폐가식 대출 창구의 조그만 창문으로 냉담한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아직 중학교 수준에서는 읽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이후로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신청했지만 결코 볼 수 없는 금단의 서적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뿐이었다. 그 뒤로 간혹 TV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책보다 먼저 보고 싶지는 않아서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전엔 그렇게 읽고 싶었던 책이, 숙제처럼 내 손 앞에 놓이니 책을 읽고 ..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방학 시작하고 미리 숙제해놓자고 책을 읽어 놓아서, 그렇게 쫓기는 기분은 아니었다는 것. 지난 2월 말부터 지금까지, 과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불안으로 움츠러든 채 모든 것이 일시정지한 느낌이었다. 개학은 물론 수업이나 모든 인간관계를 아우른 모임들이 정지하거나 이전과는 형태가 달라져서 적응하는데 스트레스를 적지 않게 받았던 것 같다. 모임이 없다 보니 책을 읽어도 정리는 뒷전이고, 그냥 읽어나가는 느낌? 정리가 게을러지니 책 읽기도 덩달아 게을러졌다. 그래서 그런지 이 모임을 목마르게 기다렸다. 은 2월에 다 읽었고, 이번에 정리하면서 한 번 더 훑어봤다. 어떻게 봐도 건성건성 읽었던 것 같다. 건성건성 읽어보면서도 눈여겨 보았던 것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