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읽어왔던 러시아 문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스토리, 주인공이라 색다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서 아시아적인 향기를 풍기는 러시아 남서부 카프카스(캅카스, 코카서스)산맥의 광대하면서 아름다운 공간적인 배경과,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않는 주인공 페초린, 그리고 그와 얽힌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여인들(벨라, 타만의 밀수꾼 정부, 베라, 메리), 페초린의 이야기에 대한 서술자가 되어주는 막심 마시므이치와 이름 없는 장교, 엇갈린 시간 구성 등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빠져든 것 같다. 특히 주인공 페초린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알다가도 모를 것 같고, 도무지 ‘영웅’이라는 호칭에 어울리지 않는, 모순적인 주인공! 그리고 그 실체가 죽은 후 남겨진 일기 속 부분적으..
청소년 독서모임에서 여 선생님들이 읽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책을 구입하려고 온라인 서점을 들춰보니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었다. 굳이 사서 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 무등도서관에 들렀으나 10여 권 모두 대출중이었다. 마침 회의차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터미널에 들렀다 영풍문구에서 구입했다. 빛바랜 듯한 두꺼운 표지에는, 인물보다 더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눈에 띠고, 삽화 하나 없는 비교적 큰 글씨의 본문을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뚜렷하고 깊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육아 우울증'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리기에 김지영의 좌절감이 크다. 게다가 다른 김지영들의 목소리까지도 대신 전하는 대표 김지영의 스토리에, 김지영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뒷받침하는 통계자료까지 인용해 36살 김지영은 개..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그동안 읽기 쉬운 책을 주로 읽어서 나타난 부작용인 것 같기도 하고, 데미안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철학적인 이야기라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약 100쪽까지 두세 번 반복해서 읽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며 몇 마디 메모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9)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누구든 출생의 잔재, 시원의 점액과 알 껍질을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 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치고 말며, 도마뱀에,..
몇 년 전 라는 책이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의 여중생이 목숨을 끊었는데. 그 아이가 읽던 책이 바로 라는 것. 당시 그 책을 권장도서 중 한 권으로 추천했던 국어 선생님에 대해 언론의 보도와 학부모의 입장은 강경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에게 ‘자살’에 대해, 그것도 제목도 선정적인 책을 추천했다며, 교사가 마치 자살을 부추긴 것처럼 보도했다. 사실 이 책의 주제나 소재 모두 ‘자살’은 아니다. 주요인물 재준의 죽음(오토바이 사고)을 두고 유미가 재준에 대해 추억하며 유미가 가족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목만으로 판단한 언론은 마녀사냥 식으로 교사를 몰아갔다. 그 후 그 교사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가 되었을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나 정세에 비추어..
이래서 모임을 해야할까. 여러 차례 읽기를 시도했으나 완독하지 못한 이 책을 결국 다 읽고야 말았다. 읽고 나서 책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긴 했지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힘은 모임 때문이다. 그동안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책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2박 3일의 이야기를 300쪽 가까이 너무나 세밀하고 풀어내는 이야기 형식에 마음에 들지 않았고, 세밀하게 드러난 홀든의 마음 상태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홀든의 마음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홀든은 아픔이 많았고 세심하며 민감한 아이다. 마음을 나누었던 동생이 죽었고, 겁이 많은 자신에 비해 외소하면서도 강단지게 자기 의견을 표현했던 친구(제임스 캐슬)는 자살을 했으며, 형은 자신의 기준에서 변절자가 돼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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