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잘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잘 그렸다. 1학기 때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4명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
전국교사대회에 참여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큰아들과 남산 근처에서 하루를 보냈다. 날마다 부쩍 커 있는 아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조망하고 돈가스를 먹은 뒤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생각보다 일찍 용산역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기차 출발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용산역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아직은 오월이라 그늘은 제법 선선했다. 바람을 쐬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기 시작했다.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에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이 더해져 이야기는 불안 불안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광주송정역까지, 집에 도착해서도 줄곧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책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책 속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
책장 정리를 하다 다시 펼쳤지만 마치 새로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금방 빠져들었다. 작가의 필력 덕분일 것이다. 내가 나이 들어 기억을 못 하기보다는.ㅎㅎ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자 이야기 흐름을 대략 그려졌다. 서로 닮은 김수남과 윤채령의 운명은 어떻게 연결되고 엇갈릴까. 이틀 새벽 2시까지 읽었다.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수록 안타까움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바라지 않는 결말이었지만 역사적인 상황으로 보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청소년소설인데 좀 더 긍정적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었을까. 연말 이틀을 우울하게 보냈다.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인생을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삶의 태도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라는 제목처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가는 수남이의 호기심은, 마치 인..
1. 표지는 작가의 따님이 그린 것 같다. 의 표지처럼 선명하고 색채가 강렬하다. 서로 다른 환경의 지오와 석주가 겪는 청춘의 방황기인데,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야기 같아 몰입이 잘 되었다.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이(별로 친하지 않은데), 추풍령역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그려지는 성장담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모범생인 석주가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은설이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아 영동으로 찾아가는 장면이다. 다음 장면이 매우 궁금하다. 2. 작가의 필력은 놀라웠다. 끝에서 가슴 시원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부단한 마마보이, 모범생 석주가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건강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오가 석주를 만난 추풍령역은 은월농..
의 후속작. 세 아이들 중 가장 먼저 소희의 이야기가 나왔다. 착하고, 어른스럽고, 책임감이 강했던 소희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에도 고단한 삶이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 고모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어지는 가난과 외로움은 소희를 더욱 단단하고 어른스럽게 만든다. 힘든 소희에게 마치 하늘의 선물인양 어머니와 한 집에 살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환경의 가정으로 들어가지만, 절대 쉽게 ‘가족’을 이룰 수는 없었다. 소희 존재 자체를 ‘마음의 족쇄’처럼 여기는 친엄마와, 엄마의 사랑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우혁이나, 그 속에 이물질처럼 섞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소희가 새롭게 가족을 이루는 모양은 아슬아슬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여기에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마음의 위안을 찾아주는 채팅 친구 디졸브(재..
여운이 남는 이야기이다. 분명 아이들은 봄이 이야기를 '인터넷 소설'로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봄이의 외모를 보았을 때 봄이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었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서 여운이 남는 것은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일까.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서술자가 등장한다. 먼저, 봄이의 담임교사. 과거 이성교제에서 큰 아픔이 있었지만 고등학교 담임교사로 보낸 시간만큼 아이의 결석과 이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에 여유 있게 대처한다. 교사로 대표되지만 외모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대표한다. 그리고 봄이.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의 생각을 친구 각각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액자형 소설처럼 담임교사의 외화에 봄이의..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아이들에게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 상황에서 자신을 깊이 바라보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할 기회는 ‘사랑’ 이외에 거의 없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이 사랑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테니 이별을 겪으면 한껏 더 성장하지 않을까. 사실 ‘88만원 세대’는 '레디 메이드 인생'의 2009년 버전이다. 몇 년을 앞질러 가는 선행 학습과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는 우리 중딩들이 혼자 힘으로 무언가 해보고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함께 해야할 과제들은 혼자서만 처리하고, 혼자 해도 충분한 게임에서는 ‘길드’니 ‘팀플’이니 해서 의존하고 보조를 맞추고 있으니,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홀로 서기란 참 ..
창비 청소년 문학에서 여섯 번째 책을 내놓았다. 부재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의 사랑과 성에 관한 책이다. 사랑과 성에 관한 내용은 대중가요에서,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에서, 각종 동영상에서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각종 매체는 혼자서 즐기고 느낄 뿐 타인과 얘기하며 공감하는 사랑은 아닌 듯싶다. 넘치는 감정의 분출만 있는 가요는 잉여된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고, 각종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사랑의 변죽만 울리는 것 같고, 끊기 힘들다는 야동은 성을 더욱 골방으로 몰아넣기만 하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가볍기는 하나 청소년의 사랑과 성을 10대의 눈높이에서 쉽고 친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살펴볼 만하다. 호기심은 어떤 까막득한 대상에 대해 순수와 열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상태가 ..
수련회 덕분에 따뜻한 봄날 등나무 아래서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 수련 활동에 참여하기는 그렇고 숙제는 해야 하고, 야외 활동하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아 읽기 시작한 책을 점심 먹고 나서까지 들고 다니며 읽었다. 조만간 이 책을 빌리러 올 아이들이 여럿 있을 것 같다. 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 가끔 대견스럽지만 대체로 엉뚱한 ‘현중’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지을 웃음과, 햇빛을 삼킨 지하방에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연희의 처연한 얼굴과 연희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슬픈 선생님의 모습이 나온다.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아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민기, 현중, 연희가 꾸준히 자신의 꿈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하늘말나리’ 같다. 의 주..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자신이지..." 먼저 이금이 작가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토록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우리 아이들의 내면과 성장 과정을 담았다는데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태까지 성장 소설을 읽어 오면서 불만인 점이 있었다. 왜 한국에는 청소년 소설이 없냐는 것이었다. 이제 그 말을 하지 않겠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작가가 있으니.. 범 선생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성폭력이라는 굉장히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성폭력 사건 그 자체에 치우치지 않고 그 사건을 둘러싼 피해자의 심리와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성폭력이라는 매개가 있지만 그것이 아픈 성장의 코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에 깊은 공..